[별담수첩] 불금이 지나고 아무말 대잔치.

in #dclick6 years ago (edited)


나를 모르는 누군가, 그 누군가를 내가 갑작스럽게 허용하지도 않겠지만, 그 허용도 필요치 않은 내 사람들은 내 술버릇을 다 알고 있다. 몇 일 전에 깨달았다, 그 범위에 있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을. 술버릇은 그 허용에 담겨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것이었다. 밤이 늦건 이르건간에. 늦으면 밤이 너무 지나 문제고, 이르면 아침이 떠올라 문제였다.

지난 포스팅을 보니, 술에 취해 많이 올렸다. 어딘가 막혀 버린 거름종이의 구멍을 이곳에서 찾은 것 아닌가 싶다. 실험실의 거름종이는 그 나름대로의 역할을 할 텐데 내가 스스로 거름종이의 투과 정도를 정해 놓은 적도 있다. 저 친구는 결혼하고 애가 있으니 못봐, 신혼집이 너무 멀어서 못봐, 얼토당토 않은 이유를 붙여서 못봐.

XX친구가 연락이 왔다. 평소에 연락하는 틈 하나만 벗어나도 안다. 그렇게 콧털을 정리하고 나가고 싶었더니, 여친을 보여준단다. 욕을 안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나를 너무 잘 안다. 버스를 탔냐고 계속해서 확인 할 때부터 이상했다. 왜 이제 버스를 타냐, 너무 늦지 않냐, 내가 할 일이 있는데도 봐줬다. 나는 그 커플을 더 나중에 보고 싶었다.

내가 할 일은 내일 신혼여행에서 돌아 올 동생이 친정부터 들러 엄마가 준비한 이바지 음식의 마지막을 장식할 술을 사러 마트를 가는 일이었다. 엄마는 당신의 큰 오빠, 외삼촌이 작년에 고향에서 베어 낸 비수리를 담근 술, 야관문주를 보내면 어떻겠냐 했지만 그건 아니다 싶어 내가 와인을 사러 간다 했다. 처음 사봤다. 매대를 봐도 아무것도 모르겠다. 드라이하냐 얼마나 단 것이냐, 생산지는 어디냐 그거는 둘째치고 가격만 보였다. 얼마짜리를 해야 될까. 십여 분을 혼자 씨름하다, 도무지 와인병과 승부가 나질 않을 것 같아 그 코너의 일하시는 분의 도움을 얻었다. 여러가지 옵션을 말씀해 주시는데 결국 가격대 보고 결정했다. 레바논에도 와인이 있구나, 이곳 누군가 둘이 떠올랐다. 근데 내가 그 와인 이름을 기억 못 한다. 시 어르신분들이 좋아 했으면 좋겠다.

아무말 대잔치다. 술 먹으면 의식의 흐름대로 글이 잘 쓰여졌는데 오늘은 잘 안 쓰여지는 걸 보니 그 전에도 틀렸고 오늘도 틀린 것 같다.

틀린 것도 아니다. 그래도 꾸준히 나의 블로그를 찾아주는 분들이 계시다.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나의 노력 부족이다.

암튼, 내 친구가 나에게 여자 친구를 소개 시켜 준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 전에는 내가 항상 거절하고, 거부했었다. 나중에라고 계속 미루었었다. 결국은 날 위한 방어였다. 준비가 돼야 볼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생각했다. 오늘, 갑작스럽게, 뜬금없이 보고나니 그 준비가 새삼 무엇일까 생각했다. 나 혼자 걱정만 앞 섰구나. 친구 여자 친구가 나를 어찌 보던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결국 내가 중요했다.

뮤직 테그 달았는데 노래 한 곡은 올려야죠. 저는 노래를 다운로드해서 듣습니다. 제 주위에는 과일바구니 1-100을 통째로 받거나, 아니면 스트리밍으로 듣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과일바구니 통째로 어디서 얻어 온 친구들은 죄책감을 못 느끼거나, 아니면 저 처럼 돈 내고 듣는 그것도 스트리밍이 아닌 다운 받는 사람들을 바보 취급을 하더라구요.

그전에는 많이 사서 들었는데, 고등학교 졸업 이 후로는 CD를 산 적은 없지만, 아 그때도 그러고보니 소리바다와 앨범을 섞었네요. 과일바구니, 멜론이 생기고 나서는 십년 넘게 음원으로는 저작권을 침해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요새는 영화도 왓챠플레이에서만 찾아봅니다. 근데 그게 바보 취급 당하는게 너무 싫어요. 아직 멀었구나 싶어요. 왜 돈 내고 정당하게 문화를 접하는 제가 바보로 취급 받아야 하나요?

이렇게 링크 거는 것도 어떨지 모르겠네요. 나는 나의 감정대로 글과 섞어서 올렸는데 괜찮겠죠? 엊그제 술 먹고서 집 근처 코인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전에 처럼 술김에 올리려고 녹음을 했는데, 하 술을 너무 먹은건지 원래 박치에 음치가 탄로 난 건지 도저히 술 취해서 확인해도 올릴 정도가 아니라 바로 접었습니다.

시월애, 생각나서 위의 노래도 부르고 헤르+해철님 생각나서 라젠카도 불렀는데 도저히,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서 바로 지웠습니다. 다음주면 마왕도... 저는 기억을 못 하는데, 같이 라디오를 들었던 제 친구는 마왕이 해준 이야기를 기억하는 구절이 있더라구요. 지만 알고 저한테는 이야기 안 해주더군요.

스팀잇 초창기에도 한 번 이야기 했는데, 제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은 교과서로 수업을 안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국립학교에 보기 드문 기간제 교사셨던 것 같아요. 그전에도 신해철을 알았지만 수업에서 '날아라 병아리'를 배웠습니다. 제 세대가 마지막인 것 같은데 그때는 그랬죠, 학교 앞 병아리. 그때도 생명이라 느끼며, 모든 어머니들은 반대하셨죠, 데려오지 마라. 병아리 앞에 앉은 할머니가 그래보였는지 할머니 앞에 앉은 병아리가 그래보였는지, 그래도 제 주위에는 닭까지 키운 친구들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더 끔찍하네요.

왜 이제서야 읽힐까요. 그때 그는 더 어렸을텐데, 읽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아직까지 기억나는 제가 아는 그들은 다 어렸어요. 여러분들이 다 아는 그 마음 속 그 분들요. 각자 다 다를 수는 있겠죠.

제가 지금에는 읽히는 분을 검색하니, 아니 그 분의 동영상을 올리려는데 두분이 한 곳에, 그 분의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 올리지 않을 수가 없네요. 저도 유재하님의 팬인데 이 동영상은 처음보네요. 썸네일 보고 조용필 20을 보고 넘어 가려 했는데 30 노영심이 보여서 들었는데 가왕의 노래도 영심이 누나의 피아노도 유재하님을 따라잡을 수는 없네요.

뭔 말 하는 거냐.

내가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나는 늦으면 10년 빠르면 20년 전에 그 와 함께 살고 싶었다. 빠르면 10년이 나에게는 그가 유작으로 남긴 '내사랑 내곁에'였다. 왜 때문에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딩 아니 국딩으로 접어든 그 시절에 그 목소리가 좋았을까. 지금도 과일바구니, 멜론이 올려 놓은 노래는 다 받아 놓고 듣고 있다.

김광석이냐, 김현식이냐는 나에게는 중요치 않았다. 김광석은 나중에 알았고, 먼저 알았다고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다. 두분 다, 처음에는 남의 노래를 받아 자기 노래처럼 불렀다. 이등병의 편지는 김광석의 노래도 아니며, 그전에는 전인권이 불렀다. 그의 노래도 아니다. 그게 무엇이 중요할까. 군대 가기전에 눈물 흘리며 불렀지만, 나는 그 노랫말의 구절, 모든 것이 새롭다는 그것을 훈련소에서 받아 든, 행군하며 그 물에 담긴 의미를 깨달았다. 정말 모든 것이 새로웠다. 원효대사의 말씀처럼. 내가 마신 수통의 맛 난 물이 50년도 더 지난 것에 담긴 것은 원효대사처럼 알았다.

아무말 대잔치다. 지갑에 천원짜리가 없어서 코인 노래방을 못 갔다.

김현식님의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참고로 나는 모니터 두개로 보고있다. 암튼, 젊은의 행진이 자막에 떠오른다. 라이브가 내 기억에 남는다면 나는,,,안 남아. 얼핏도 안남는다. 토토...뭐시기도 기억에 안 남는데.

딸꾹질이 나온다. 이제 젊음의 행진 김현식 라이브는 반 지났다. 스크롤을 올려 싹 다 지울까도 생각해본다. 그런데 읽어줄 분들도 많지 않다. 지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들려온다.

'비처럼 음악처럼'

생방처럼 들리던 젊음의 행진을 끊고 이 음성을 들었다. 저이는 아픈 것도 몰랐을까. 알았을 텐데.
누군가는 죽어서, 이곳에 없어서 멋진 것이라 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다. 나는 김현식의 그 모습은 못 봤으니까,
그래도 나는 신해철의 그 모습은 조금은 봤다. 다 안다고는 말 못하겠다.

모교 근처에 있어도 한번도 찾아 가지 못했다.

술 취하기 전에 생각했을 때 마왕의 기일 일주일 전이었는데,
술 취하고 생각해보니 김현식, 유재하 기일 열흘 전이다.

대잔치가 와야 한다.


Sponsored ( Powered by dclick )
[도서관장이책추천해드립니다] 18탄 "심플한 정리법"

물건. 일본발 미니멀리즘이 살짝 유행이 지나는가 싶더니 소수를 중심으로 다시 조금씩 유행하고 ...

logo

이 글은 스팀 기반 광고 플랫폼
dclick 에 의해 작성 되었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진짜 아무말 대잔치구나. 잠수타야겠다.

Sort:  

잠수는 타지 마세요. ㅎㅎ

고백하는데요 유재하 방송에 나온 거 오늘 첨 봅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가수였는데 단 한번도 라이브로 본 적이 없네요. 짝꿍이 자막에 나오는거 보니 영일레븐인가 저 어릴때 프로였던거 같아요. 김현식의 목소리가 혼신을 다하는 전인권 같네요.. 유재하는 노래를 못하죠.. 근데 왜 좋은 걸까요.. 취한 채 쓴 글을 한잔 혼술하면서 읽었습니다.
아,, 디클릭 입문 축하...ㅎㅎ

저는 애플 뮤직을 온 가족이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그 방대한 음악 데이터 베이스를 마음껏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비싸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개인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만..) 그리고 무엇보다 타인의 창작물을 감상하고 이용하려면 당연히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왕님의 라디오를 열심히 듣던 애청자로서, 노래들을 사랑했던 팬으로서 참 그리워지네요..

Congratulations @eternalight!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the Steem blockchain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Award for the number of comments received

Click on the badge to view your Board of Honor.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Do not miss the last post from @steemitboard:

SteemitBoard Ranking update - Resteem and Resteemed added

Support SteemitBoard's project! Vote for its witness and get one more award!

ㅋㅋㅋㅋㅋ 굳이 잠수 까지야

아무 말도 잔치면 좋은 것이죠.ㅎㅎ
잠수타지 마시구 걍 레드썬 하세요 ^^

좋은 친구를 두셨네요. 여자를 소개시켜주는 친구가 없었어니...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5
JST 0.029
BTC 63179.13
ETH 2573.33
USDT 1.00
SBD 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