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T History: 암호화폐의 메커니즘과 게임이론

in #coinkorea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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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론은 상호 간의 의사 결정을 다루는 이론입니다. 그리고 이 의사 결정의 메커니즘에 맥점을 잡아준 것이 바로 존 내시의 내시균형이었습니다. KEEP!T History: 블록체인의 컨센서스, 게임이론의 선구자들에서 이미 다루었던 것처럼, 내시균형은 각 주체가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상대방의 전략을 주어진 것으로 보고 서로 자신에게 최적인 전략을 선택할 때, 그 결과가 균형을 이루는 최적 전략의 집합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정보가 불투명하고 완전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내시균형은 사회 전체로 보았을 때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이론의 교과서적 예시인 죄수의 딜레마만 보아도 이상적인 결과는 서로 자백을 하지 않는 것이지만, 현실의 내시균형은 서로 자백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게임이론을 배우게 되면 내시균형이 부정적으로 흐르지 않는 조건 중 하나로 정보의 투명성을 강화해야한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이 게임이론과 행동경제학에 던져주는 시사점들

그렇다면 게임이론은 블록체인의 무엇을 이용하여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일까요? 내시균형이 부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 이유가 정보의 불투명성이므로,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위변조 불가능을 이용하면 긍정적인 내시균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일까요? 물론 한 번 기록된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그 이야기는 합리적으로 느껴지겠지만, 막상 정보가 블록체인에 굳어지기 전까지의 내용은 똑같이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게임이론에 큰 시사점을 가져다주지는 못합니다. 게임이론의 내시균형은 어떤 상황이 나오기 전까지의 알 수 없는 '과정'을 각 주체가 나름대로 판단한 끝에 내린 최적의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과정 자체까지 투명하게 하지 않는 이상, 적어도 게임이론에 있어서는 블록체인이 차별점을 가져다주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블록체인이 게임이론에 가져다주는 시사점은 접근방식의 차이에 있습니다. 정보의 투명성으로 내시균형의 부정적 영향을 해결하려 한 것이 아니라, 게임의 참여자에게 보상이라는 목표를 던져줌으로써 긍정적 요인을 유도하려 했던 것이죠. 예컨대 죄수의 딜레마는 정보가 불완전한 상태에서 둘 중 하나가 자백하면 불리하게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략이 서로에게 최선이 아닌 방향으로 흐르게 되지만, 보상방식을 둘 중 하나가 손해를 보지 않게끔만 바꿔도 큰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다수의 사람들이 특정한 목표 외에는 별다른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도 긍정적인 내시균형을 유인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목표가 주어져있더라도 구성원의 배신을 배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서 항상 딜레마에 빠져있었는데, 이 딜레마를 블록체인이 깨뜨려주었던 것입니다.(이 딜레마에 해당하는 비잔틴 장군의 문제는 향후 블록체인史에서 따로 자세하게 다룰 예정입니다)

따라서 블록체인을 통해 그동안 게임이론이 실험해보지 못했던 여러 패턴들을 연구해본다면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성과들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비트코인과 같은 채굴 방식, 이더리움과 같은 지분 증명 방식뿐만 아니라 여러 보상방식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요구됩니다. 최근 나오는 암호화폐들이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여러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보상방식에 대한 설계가 촘촘하지 못했던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또한 보상방식의 설계에 대한 큰 틀은 합리적으로 짜야하겠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은 비합리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게임이론에 더하여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태를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의 요소도 고려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행동경제학의 이론 중 하나인 넛지효과는 평소 우리가 생각했던 합리적 명제 대신 비합리적인 명제를 선택함으로써 긍정적인 결과를 유도합니다. 아파서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의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받고 수술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그런 부정적인 말이 아니라 수술을 하면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주었을 때 사람들은 수술을 더 잘 받게 된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암호화폐의 토큰 이코노미에 대한 메커니즘과 전략들이 앞으로 보다 정교하게 짜여지려면, 이러한 다양한 변수를 세세하게 아우를 수 있는 치밀한 설계가 필요할 것입니다. 언뜻보면 이 정도의 설계는 무리라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년보다 유의미한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성과가 더 기대되는 바입니다.

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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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admirable work, friend.

팔로우하고 갑니다. 좋은 글이고 많은 고민을 하신 부분이 잘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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