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T History: 로버트 오언과 협동조합, 그리고 블록체인

in #coinkorea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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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KEEP!T입니다. 오늘은 본편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다음 편을 꾸며주는 인물을 소개할까 합니다.


19세기 초의 영국

19세기 초의 영국은 산업혁명의 본고장답게 모든 환경이 급격하게 변모해나가고 있었습니다. 기계의 등장으로 생산량이 폭발하기 시작하였으며 인구도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 사회현상을 관찰하던 학자들은 더 이상 인구가 증가하면 인구가 생산량을 압도하여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경제학자 멜서스가 말했던 ‘인구폭발론’이 바로 이런 측면을 강력히 뒷받침해주는 이론이었습니다.

따라서 당시의 지배층들은 인구폭발을 막기 위해 노동자 및 소작농에게 최소한의 임금만 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KEEP!T History: 두 명의 아웃사이더가 세운 경제적 토대 참고) 임금을 최소한에서 더 줘봤자, 노동자들은 생식밖에 모르는 존재이기 때문에 인구만 더 늘어날 것이라 보았던 것입니다. 오늘날에서 보면 가히 충격적인 내용이지만, 실제로 당시의 지배층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멜서스가 예언했던 인구폭발론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한계점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첫째로 인구가 급증해도 생산량이 인구를 압도할 수 있을 만큼 급격히 생산량이 늘어났으며, 둘째로 늘어난 인구가 끝까지 관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서 두번째 문제의 경우, 산업혁명의 어두운 이면 중 하나를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6살 전후의 어린아이들이 공장에서 하루 평균 12시간의 일을 하면서 죽거나 정상적으로 자라나지 못했으며, 환경오염으로 아동 사망률이 오히려 일시적으로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 모든 것들이 이전 사회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현상들이었기에, 그 어떠한 법적제재도 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기계와 자본가의 일방적인 작용운동으로 인해 노동자 측의 반작용 운동이었던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난 시기도 바로 이때, 19세기 초였습니다.

로버트 오언과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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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오언은 이런 혼란한 시기에 대안사회를 꿈꾸며 최초의 근대적 협동조합을 건설한 혁신가였습니다. 전형적인 시골 서민의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특유의 사업수완으로 불과 18세의 나이에 100파운드를 차입하여 섬유 기계 공장의 주인이 된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29세에 뉴 래너크(New Lanark)라는 지역의 거대한 면화 공장을 경영하는 우두머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가 당시로써는 이상사회였던 협동조합을 건설하게 된 때도 뉴 래너크에 자리를 잡게 된 이후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공장의 말단 직원에서부터 한 지역을 아우르는 우두머리가 된 그가 보기에, 사회갈등은 각 계층이 맥을 짚는 포인트가 잘못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나므로 당연히 투박한 생활양식을 보일 수밖에 없는데 자본가들은 그것을 천박하게만 생각하고, 기술과 사회는 진보할 수밖에 없는데 무조건 옛날만 생각하며 기계파괴를 추구하는 노동자들도 문제라 생각했던 것이죠. 그리고 그가 그중에서 가장 문제라 생각했던 것은 무분별한 자본주의적 경쟁에 따른 희생자 속출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어릴적 몸소 경험한 공장의 극악한 작업환경과 자본주의에서 벌어지는 무법적인 경쟁을 개선할 의도로 그동안 벌었던 돈을 협동조합사회를 건설하는데 쓰게 됩니다.

처음에는 여태껏 해보지 못한 실험이다 보니 자본가는 물론이고 노동자도 그를 의심하였으나, 그의 진심이 담긴 지속적 행동으로 인해 점차 마음을 열게 되었습니다. 당시 일반 공장들은 질이 떨어지는 상품을 노동자들에게 비싸게 팔아넘기는 악습이 있었는데, 오언은 양질의 상품을 직수입해서 값싸게 넘겨주었던 것입니다. 이때부터 협동조합의 기본원칙은 ‘양질의 상품을 조합원들에게 싸고 빠르게’로 자리 잡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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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래너크 지방의 모습

또한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는 뉴 래너크 지역의 근무가능 연령을 6세에서 12세로 올리고, 근무시간은 10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등, 시대를 앞서나가는 파격적인 복지정책을 펼쳐나갔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아원과 학교를 설립하여 노동자들이 고급인력이 될 수 있도록 힘썼습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뉴 래너크 지역의 오언 공장은 투자대비 4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었으며, 노동자들은 건강하게 근무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일례로 이 무렵 오언의 경영방식에 감동한 노동자들이 밖에서 뉴 래너크로 돌아오는 오언의 마차를 말 대신 끌어줬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역자본가들도 이 무렵 로버트 오언 식의 원시적 협동조합에 호감을 표시하며 그에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로버트 오언 식 협동조합의 한계와 오늘날의 협동조합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유토피아를 실현시켰던 그의 계획은 전국단위로의 확장에서 좌절되고 맙니다. 자본가의 입장에서는 오언이 지역사회 규모정도로만 협동조합을 운영하기를 원했지, 협동조합이 전국토로 퍼져나가는 것은 원치 않았던 것입니다. 또한 큰 규모의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몇 가지 새로운 실험을 진행했는데, 그 실험이 실패로 끝나는 바람에 입지가 더욱 작아지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 그가 진행했던 대표적인 실험으로는 노동지폐의 도입이 있었습니다. 그가 조직한 조합 아래에 전국 공정 노동 교환소를 설립하고, 그 안에서 현실의 화폐 임금률과 노동시간을 기초로 하여 노동지폐를 개별지급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막상 교환소를 열자 공동체 안에서 상품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매겨지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상품에 값이 매겨지는 원리가 현실의 화폐 임금률, 노동시간과 같은 몇 가지 요소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결국 그의 노동지폐 실험은 노동외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 패착이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당시의 노동지폐 실험이 몽상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근대적 중앙은행이 등장하기 전이었으며, 민간 은행이 곳곳에서 스스로의 화폐를 발행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다만 화폐라는 매개체에 가치가 매겨지는 원리를 단편적으로 적용하는 바람에 상품가치의 왜곡이 일어났을 뿐이었습니다.

한편 오언은 전국단위의 조합운동에 실패한 이후 미국에 가서 새로운 사회를 만들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그의 운동은 실패로 끝나게 되죠. 급기야 말년에는 심령술에 빠져 심령술사와 탁자 두드리기 놀이를 하다가 여생을 끝내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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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본토인 영국에서는 그의 뜻이 계승되어 이른 바 로치데일의 선구자들이 현대적 의미에 걸맞는 협동조합을 건설합니다. 이들은 조합원이 될 사람들을 모집하여 출자금을 걷었고, 그 출자금에서 나오는 이익에 따라 배당금을 분배하였습니다. 상품의 거래는 중간유통 없이 조합원들 사이에서 곧바로 이루어졌으므로 품질 좋은 상품을 비교적 값싸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정신에 입각하여 주요 의결사항을 1인 1표의 원칙으로 투표하게 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투표도 허용되었는데, 이는 영국정치에서 여성투표를 허용한 것보다 한 박자 더 빠른 움직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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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드라곤 지방의 모습

그리고 이런 협동조합의 흐름은 오늘날까지 계승되어 내려오고 있습니다. 특히 스페인 협동조합 몬드라곤은 오늘날 가장 성공적인 협동조합의 사례로 꼽히는데요.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스페인 기업 순위에서 7위를 기록할 만큼 ‘협동조합의 정신’과 ‘자본의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잘 지켜나가면서 성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현재 금융, 제조업, 유통, 교육 4개 분야에서 조합을 육성중이며 총100여개의 협동조합과 140여개의 자회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규모가 워낙 큰 협동조합이라 조합 내의 어느 한 조직이 망해도 다른 조합원이 즉시 구제해주는 방식으로 조직이 운영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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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몬드라곤 협동조합과 같은 나라에 있는 어떤 협동조합은 전통적인 협동조합과는 다르게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 조직이 바로 축구를 몰라도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FC바르셀로나입니다. FC바르셀로나의 팬들은 FC바르셀로나에 직접 출자금을 넣어서 회장선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과 동시에, 총회 구성원으로 2년간 활동하여 구단의 각종 계획과 예산안에 대한 의결권을 가지는 권리를 얻게 됩니다.

이외에도 오렌지 농가가 모여서 만든 협동조합 썬키스트, 포도농가 협동조합 웰치스, 한국의 유기농 협동조합 한살림 등이 모두 이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단체들입니다. 특히 포도음료로 유명한 웰치스의 경우, 원래는 주식회사인데 그 주식을 전부 조합원들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구조를 가진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렇게 하여 그들은 현대 협동조합의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협동조합의 근본원리인 협동정신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협동조합과 블록체인의 접점

오늘날의 협동조합은 단순히 조합원들끼리의 세계를 만들겠다는 것에서 벗어나, 수익창출의 도모까지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웰치스의 사례에서 말했던 바와 같이 협동조합에 주식회사의 개념을 빌려오는 복합형 협동조합의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협동조합의 고질적 문제인 수익성과 조합원의 결속력은 몇몇 성공한 조직을 제외하고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떤 사람은 협동조합의 근본가치는 수익창출에 있는 게 아니라 협동정신에 있을 뿐이므로 수익성은 단점이 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현대 협동조합이 그렇게 변모하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결국 어느 정도의 수익이 일정하게 나오지 않으면 그 어떤 조직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는 현실에 봉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협동조합은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수익창출을 도모해야 하는데, 사실 이 분야에서는 수익성을 1순위로 두고 만들어지는 일반 사기업을 이기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협동조합만의 장점이 될 수 있는 조합원의 결속력을 유지하는 일도 쉬운 문제가 아니죠. 협동조합의 특성상 적은 출자금만 내면 누구나 조합원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각 조합원들이 책임과 의무를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협동조합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인 의결권의 ‘1인 1표’는 허울만 존재하고 ‘조합원의 자치’라는 본연의 뜻은 점점 희미해져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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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블록체인은 신기하게도 협동조합 본연의 가치를 가져가면서 더 나은 대안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협동조합 최초의 기치는 조합원들 간의 협동을 통한 양질의 값싼 상품거래였습니다. 그리고 이 양질의 값싼 거래는 중간유통을 생략하고 직거래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실현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현실적으로 규모가 큰 몇몇 협동조합을 제외하면 오히려 자본시장의 가격경쟁력을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블록체인을 통해 만들어지는 암호화폐 생태계의 경우, 같은 뜻과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중개인 없이 효율적으로 공동체를 키워나간다는 점에서 협동조합과 매우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암호화폐는 출자금을 통해 운영되는 게 아니라 사용자들에게 일종의 토큰을 부여하여 동기를 유발시킨다는 점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창작자들에게 게시글 하나에 대한 보상을 매기는 스팀잇의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보상으로 현금 대신 스팀이라는 코인을 지급받습니다. 그리고 스팀의 가치는 거래소나 다른 사람과의 교환을 통해 실시간으로 그 값이 매겨집니다. 결국 커뮤니티의 질적 상승에 따라 스팀의 가치도 올라가므로 각 구성원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업로드하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그것도 아니면 본인의 자금을 투입해서 스팀의 가치를 직접 끌어올리기도 하죠. 이렇게 되면 암호화폐는 현대의 주주자본주의 원리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그 매개체를 단순히 주식이 아닌 토큰으로 부여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블록체인은 협동조합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협동조합은 조합원끼리의 직거래로 상품단가를 낮췄지만,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굳이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장부에 이름만 올려놓으면 중개인 없는 거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로 인해 협동조합 본연의 가치가 훼손될 것 같으면 상거래 이외의 의결권 행사는 출자금납입 여부를 통해 진행해도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현대 자본주의에서 효율성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협동조합에게 블록체인은 하나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앞으로 협동조합과 같은 대안경제 구성원들에게 블록체인이 효율성의 툴을 제공하고, 블록체인은 협동조합의 건전한 정신을 탐구해서 서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상 오늘의 KEEP!T이었습니다.

SH

참고문헌

[Robert Owen], G.D.H.COLE 지음
[협동조합 다시 생각하기], 신성식 지음

경제사상사를 통해 보는 블록체인 시리즈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 블록체인에서 다시 태어나다
KEEP!T History: 두 명의 아웃사이더가 세운 경제적 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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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잇게 잘읽었습니다.
즐거운 금요일되세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는 방안으로 종종 제안되는 협동조합을 바라보면서 블록체인이 떠 올랐는데, 머릿속 맴돌던 내용들이 깔끔하게 글로 정리되어 있어서 기분좋게 사이다 한 병 마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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