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 본 크립토월드- 12. 방어는 최상의 무기: 사설가상망 VPN을 깔다
(출처 : www.docsquiffy.com/vpn/)
나는 나랑 한때 와이파이를 공유했던 사람들이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고있다.
심지어는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과 새 와이파이를 공유해도, 그 다른 사람까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나는 알고 있다.
나에게 특별한 능력이 생긴 것일까?
인터넷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기술적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난 잘 모르지만,
신기한 것은, 내가 나와 예전에 함께 살았던 사람이 다른 곳에 이사를 가도 요즘 뭐에 꽂혔는지, 무엇을 준비 중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에게 무차별적으로 그런 정보들이 들어왔다.
종종 들어가서 한국 티비프로를 볼 수 있는 싸이트가 하나 있다. 무료로 모든 티비프로를 볼 수 있는 싸이트라 외국에서 사는 내겐 한국프로를 보고 싶을 때 이곳만큼 좋은 곳이 없다. 그런데 한가지 흠은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광고에 내 자신을 그저 하염없이 노출시켜야 된다는 것이다. 양쪽 옆 배너들,아래 위에 또 다른 배너들로, 그리고 프로를 볼때 5분마다 쏟아지는 10초짜리 광고, 가끔은 30초짜리도 있고 심지어 1분이 넘어가는 것도 있다. 그럴땐 참다참다 음소거를 눌러버린다.
그런데 이 배너들의 광고가 신기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내가 한때 어느 한 프로의 지난 회들을 연거푸 보게 되면서 하루에도 몇번씩 그 사이트에 들어가고 1주일간 매일 들어가게 되면서 였다. 당시 나는 프린터를 하나 장만하려고 여러 가전제품 싸이트를 방문해가며 특정 프린터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티비프로를 보는 그 사이트에 내가 찾는 프린터 광고가 여기 저기 뜨는 것이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내가 알아본 적 없는 여행지를 광고하는 싸이트들이 뜨는데 넘나 신기하게 나랑 예전에 같이 산 분이 그 여행지로 여행을 갈 거라고 나한테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로부터 나는 그 사람이 요즘 뭐에 꽂혔는지 알게 되기 시작했다. 가끔 그 분은 어떤 특정 병에 대해 알아보기도 하고 어떤 자격증을 딸려고 공부 중이라는 것도 그 배너들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럼 반대로 그 사람도 내가 요즘 무엇에 꽂혀 사는지 알게 될 것이라는 얘긴가?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인터넷회사에 내 정보를 주겠다는 싸인을 한 것이다. 인터넷 회사는 수많은 광고회사에 내 정보를 판다. 그 광고회사들은 내가 구글서치엔진에 무엇을 치는지 아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찾고 있는 것과 그들이 파는 것이 비슷하다고 그들의 똑똑한 기계가 말해주는 순간, 나에게 역으로 광고배너를 침투시킨다. 그런데 나와 예전에 와이파이를 공유했던 사람들의 정보까지도 알고 있는 인터넷회사들은 그 분이 리써치하고 있는 정보까지도 광고회사에 넘겨 역으로 나한테까지 광고를 해대는 것이다. 내가 만약 그 분한테 ‘요즘 그거 찾고 있으세요?’ 라고 한다면 그 분은 얼마나 섬뜩할 것인가?
그 얘기는,,,또다시 역으로 나의 정보도 그 분에게 노출된다는 것이다.
정말 이 정도만 되면 나의 사생활은 어디까지 공개가 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내가 옷을 걸치고 차를 타고 밖에 나가 물건을 사고 사람을 만나는 것에서 나는 이런 침범감을 느끼진 않는다 그러나 내가 집에서 인터넷으로 알아보는 모든 일에는 상당 부분 나의 사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내가 지금 앓고있는 병에 관해 알아볼 수도 있고 내가 심지어 인터넷으로 야동을 볼지, 로맨스소설을 볼지, 아니면 성인샵에 제품들을 조사하고 있을지, 누군가에게 서프라이즈파티를 준비하고 있을지, 하나하나 열거하지 않아도, 내가 인터넷으로 하는 행위는, 나의 보호받아야 할 개인적 행위들이다.
그런데 단지 물건을 팔고자 하는 상인들이 더 빨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다는 명목하에 나의 이런 행위들/정보들을 내 인터넷회사가 내 허락없이 팔아버린다고 생각하니 분노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은 나한테서도 매달 5만원씩 꼬박꼬박 받아가고 광고회사한테는 또 얼마에 내 정보를 팔까?
나는 두번 뜯기는 기분이다. 솔직히 두번 뜯기는 기분은 여기서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나의 소득세에서 한번, 내가 소비하는 모든 제품에서 또 한번, 두번 과세를 한다. 은행은 내 예금통장에 들어있는 돈을 뻥뻥 튀겨 기업에 대출을 해서 어마어마한 이익금을 챙기고 나보고는 주식해서 이익금을 찾아가라고 한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는 다른 사람이 무엇을 보고 사고 계획하는지 알고싶지 않다!!
내가 그 정보를 얻어서 다른 곳에 팔것도 아니고 염탐하고 싶은 사람들도 아니고 정말이지 나를 이 무방비 상태에 내어놓는 이 야생상태가 너무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알게 된 것이 VPN(Virtual Private Network, 가상사설망) 이라는 서비스이다.
이것은 원래 회사들이 인터넷망을 이용해 자기들끼리 정보를 교환할때 사설망을 깔기 시작하면서 생긴 시스템인데, 이것이 커지면서, 그리고 광고회사들의 이런 침범문제 때문에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반 개인들에게까지 서비스를 하게 된 것 같다.
이 서비스를 사용하게 되면 그림에서 보듯이, 내가 가는 모든 싸이트를 내 IP 주소로 방문하는 것이 아니고 가상의 IP가 부여되어 그것으로 싸이트를 방문하는 것처럼 보여지게 된다. 그리고 내가 보내는 이메일이나 텍스트들이 모두 암호화되서 전송이 되고 이 VPN회사를 거쳐 내 이메일과 정보들이 목적지로 가게 된다. 게다가 이 VPN 회사들은 나의 모든 방문을 목록화해놓지 않는다.
기술적인 분야는 더 깊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일단 결론은, 이걸 깔고 났더니 배너들이 사라졌다.
내가 요즘 뭘 조사하고 다니는지 인터넷회사와 광고회사들은 이제 알 길이 없는 것이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우선 기분이 좋아졌다.
필요한 물건은 내가 직접 알아서 조사해도 절대 좋은 가격을 놓치지 않고 살 수 있다. 그러라고 서치엔진이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예전에 마구잡이로 뿜어내던 다른 이를 타겟으로 하던 그 광고들도 물론 사라졌다.
이제 나의 스크린은 뻔쩍뻔쩍하던 광고들로부터 안전해졌다.
그러나 이것또한 잠정적인 해결책이라고 난 생각한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중국정부는 중국국민들이 이 VPN을 사용하는 것까지도 막는다고 한다. 중국은 원래 구글, 유튜브, 카카오톡 모두 금지이다.
일부 중국국민들은 VPN을 깔아서 그것으로 위에 언급된 플랫폼들을 이용해 왔는데 이제 그것까지 막혔다고 한다.
유튜브없는 삶을 나는 상상할 수 있을까? 유튜브는 내 정보의 창이자 내 지식의 보고이다. 나는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유튜브에서 배웠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튜브 컨텐츠제공자들에게 많은 빚을 졌다. (유튜브 컨텐츠제공자들이 스팀잇처럼 돈을 벌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대한다)
내가 사실 진짜로 VPN 을 깔아야 되겠다고 생각한 결정적 계기는 사실 내 정보를 팔아대는 인터넷회사도, 또 거기서 내 정보를 사 간 광고회사들 때문도 아니었다. 이건 짜증의 문제였지 내 존폐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정보를 사가지고 가는 바로 국가(정부) 때문이었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그 사실, 그리고 내가 지금껏 해온 역사공부, 신문지상에서 보이는 기업과 정부의 움직임을 보며 그려지는 머릿속에 하나의 그림이 있다.
우리는 인간(호모사피엔스)에게 천적이 없다고 그렇게 듣고 배워왔다. 호모사피엔스에게는 천적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지구상에 인구수가 늘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역사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유태인 홀로코스트' ‘초기미국 정착인의 인디언대학살' ‘영국인의 인도벵골 기근 대학살' ‘일본의 한국 정신대 학살' ‘유럽 캐톨릭의 십자군원정' ‘1,2차 세계대전' ‘빈라덴 9.11사태' 그로인한 ‘미국의 아프간침공, 이라크 침공' ‘일본을 위시한 태평양전쟁' ‘중세마녀사냥' ‘중세동성애자학살' ‘팔레스타인대학살' ‘북한주민 기근 학살' ‘광주학살' 등등등 수없이 이어지는 이 리스트들은 무엇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인간의 천적은 바로 ‘부패한 권력집단을 구성하는 인간’ 자체이다. 도올 김용옥선생의 격언을 빌리자면,
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인간들이 살아가는 거버넌스(governance)에 관한 방법론일 뿐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 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반(反)부패’ 라고 했다.
내가 혼자였을 땐 없던 권력이 여럿이 모이면 갑자기 생기게 된다. 그런데 그 권력에 반드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부패이다. 나무나 꽃을 심었을때 반드시 자라는 것이 잡초이듯이. 그런데 그 잡초를 초반에 뽑아주지 않으면 잡초가 어느새 꽃에 갈 양분을 다 빨아먹기 시작한다. 마치 어린왕자가 바오밥나무를 초반에 싹부터 제거하지 않으면 그의 행성이 두쪽나 버리는 파워가 생기는 것과 같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VPN 은 초반에 ‘빅브라더' 가 가질 수 있는 부패의 싹을 잘라 버리고 싶은,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현재로선 최상의 방어책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은 아마 또 다른 방법으로 나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싶어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또 다른 방어책이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인류의 천적들은 왜 나의 사생활에 그리도 관심이 많을까? 내가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무엇을 할지 미리 앎으로써 얻는 이득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권리를 내어줌으로써 내가 받을 피해는 무엇일까? 만약 투명한 생태계내에서 이런 일들이 이루어진다면 내가 받을 이득도 있긴 한걸까?
이 의문은 수많은 다른 생각들을 불러 일으키는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미언들과 함께 고찰하는 시간을 갖기를 희망해 본다.
<<내가 바라 본 크립토월드 - 6. 17세기 카페와 스팀잇의 공통점>>
<<내가 바라 본 크립토월드 - 7. 지구탈출,, 중력을 저항하는 밀레니얼 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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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kkaus nähdä uusi viesti sinusta.
자기 취향 지키기, 힘들지만 의미 있는 일입니다.
제 글을 읽고 자기취향을 지켜내야 겠다고 생각하셨군요. 어느부분에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혹,,, 제 글이 너무 저만의 취향이라고 생각을 하신건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