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4 러시아의 부분동원령,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

며칠전부터 코로나를 앓고 있어서 글을 올릴 정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글을 올리게 된 것은 러시아의 부분동원령을 둘러싸고 너무 상이한 해석과 분석이 오가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석이 극단을 오가는 것은 사실보다는 기대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번 러시아의 부분동원령발령으로 러시아 인민들의 푸틴에 대한 반대가 극심해지고 러시아 경제도 나락을 걷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러시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번 부분 동원령으로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 두의견에 모두 반대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러시아에 부분동원령이 발령된다고 하더라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러시아의 부분 동원령 발령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러시아의 정치적 목표 때문이다. 이미 수없이 언급한바 있지만, 이번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가장 큰 목표는 미국의 세계 지배체제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미국과 유럽의 연대를 무너뜨려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연대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유럽이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서 러시아의 전쟁목표는 상당부분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유럽의 정치세력들은 거의 다 인민의 지지를 상실하고 있다. 프랑스의 마크롱은 식물정권이나 마찬가지고, 이탈리아도 우파세력이 정치권력을 장악했다. 독일의 사민당이 정권을 상실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일부 보도에서는 미국이 이번사태를 통해서 유럽의 산업생산공장을 모두 미국으로 옮겨간다는 랜드 연구소의 시나리오에 따라 지금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그 내용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이미 미국이 충분히 그렇게 하고도 남으리라고 언급했던 내용이었다.

미국이 만일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자국의 상품생산능력을 강화하려고 했고 그런 능력을 확보하여 중국과의 패권경쟁에서 이기고자 했다면 대단한 오판이 아닐 수 없다. 시장을 상실하면 아무리 상품을 만들어도 의미가 없다. 팔어먹을 곳이 없는 상품을 쓰레기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아무리 첨단 기술과 과학이 적용되더라도 구매할 곳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물론 미국은 유럽과 한국 및 일본의 생산능력을 자국으로 이전한 다음에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생각을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일이 모두 자신의 생각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과 한국 일본이 그냥 바보짓만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유럽의 인민들은 올겨울에 당장 거리로 뛰쳐 나올 것이다. 정치적 소요가 극심해질 것이며, 그럴 경우 미국과 나토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어떤 모험적 행동을 저지를지 모른다.

러시아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유럽의 경제상황을 악화시켜 미국과 유럽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부분 동원령을 발령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만일 미국과 나토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공세를 감행한다면 그에 대한 대비를 해두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러시아의 부분 동원령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미국과 나토의 모험적 군사행동에 대비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리라 본다.

러시아는 만일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강요한다면 이에 대비하여 방어를 함은 물론 공세로 전환하기 위한 여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자꾸 언급하는 것은 미국과 나토의 직접적인 군사개입을 억제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하면 러시아는 주저하지 않고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러시아가 이번에 부분동원령을 발령한 것은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상황을 이끌어나가겠다는 것보다, 미국과 나토가 감행할지도 모르는 모험적 행동에 대한 대비의 성격이 높다고 본다.

아직까지 열이 사라지지 않아 정신이 그리 깨끗하지 않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혼란해 하는 것 같아 필자의 해석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