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어제 20세기소년에 후원자가 오셨습니다. 그는 지난달 제게 거액의 글값 후원금을 보내주신 분인데 실은 일면식도 없는 분이었습니다. 어떤 분인지 궁금하던 차에 반갑게도 어제 20세기소년을 방문한 그를 만난 것입니다.
증권 애널리스트라고 본인을 소개한 그 분은 방문 선물로 빔 프로젝터를 선사해주었습니다. 그는 "영화평론가이시니까..."라고 말씀하셨는데, 실은 제가 요즘 동지들과 함께 7월부터 20세기소년에서 펼칠 아주 흥미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데 지하 공간에 빔프로젝터가 필요한 터였습니다. 그런데 딱! 그 필요한 물건을 가져다 주신 겁니다. 마법 같은 일이었습니다.
나는 펍에서 일하는 와중에 손님이 뜸한 틈을 타 그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의 테이블에는 기자 출신의 프리랜서 기고가, '청년기후긴급행동'이라는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젊은 활동가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 조합만으로도, 몇 마디 대화만으로도, 저는 직관적으로 후원자 님의 인격과 품성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저는 '동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동지(洞志), 같은 뜻을 가진 이. 그런 이들과 함께 같은 가치를 모색하고 실천한다는 것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이해득실에 따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러나 동지는 가치 공동체이기 때문에 신뢰를 바탕으로 전진합니다. 공유하는 가치와 상호 신뢰 때문에 그 전진의 행보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함께 해서 즐겁지 않으면 동지가 아닌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나는 후원자 님께 동지가 되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는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이렇게 동지를 하나 둘 늘려가는 것이 제 삶의 이유입니다. 이것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동지'라는 말이 좋아요. 동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