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맨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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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르네상스를 가리켜 사람들이 고대 인문주의의 '재탄생'이라고 말하는 거야.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주의는 고대 인문주의보다 더욱 강하게 개인주의 경향을 띠었어. 이런 생각은 거의 맹목적인 천재 숭배로 이어졌어. 그 이상향을 르네상스 인간 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삶과 예술과 학문의 모든 분야에 정통한 사람을 가리키는 거야.
......
<소설 '소피의 세계' 중에서>

르네상스맨(Renaissance man)이라는 말이 있다. 박식가(博識家)를 뜻하는 말이다.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 주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단테, 미켈란젤로 등의 르네상스 시대의 박식가들이 그 기원이다.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하고 모든 한계를 초월하는 것이 일종의 인간으로서의 목표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다방면에서 뛰어난 천재에 대한 숭배는 각종 히어로 영화에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르네상스맨의 캐릭터가 아이언맨이 아닌가 한다.
학교에서는 이런 르네상스맨을 교육의 최종목표로 하고 있진 않나 생각해 본다.
수학교사는 학생이 전문수학자 수준으로, 사회교사는 학생이 전문사회학자 수준으로, 각 과목의 교사는 학생이 그 교과에 전문가 수준으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진 않는가 하는 것이다.
모든 과목에서 그런 수준으로 도달한다면 그게 바로 르네상스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과연 모든 학생들이 르네상스맨이 될 수 있을까?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못하는 것을 잘 하게 만들기 위해 용을 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많은 좌절을 한다.
부모들도 상담을 해보면 아이가 못 하는 과목에 관해 걱정하고 어떻게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어온다. 아이가 어떤 것을 잘하고 이를 더 성장시키고 발전시켜낼 수 있는 것을 묻기보다 말이다.
21세기를 맞이한 지금, 4차산업혁명이 다가온다는 지금, 우리는 아직도 르네상스 시대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너 자신을 인식하라. 오, 인간의 모습을 한 신의 족속이여!

라고 외치며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설파하며 다방면에서 뛰어난 르네상스맨이 되도록 종용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핵심 인물 마르실리오 피치노처럼,
'노오오오력'하면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다며 르네상스맨이 될 수 있다고 학생들을 종용하며 몰아세우고 있지 않은가?


오늘 출근길에 '소피의 세계'를 전자책 읽어주기 서비스로 듣고 있다가 르네상스 부분에서 생각이 닿아 전에 본 적 있던 유투브 동영상을 찾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수업에 들어갔다가 수업에 앉아 있는 저 학생들 모두가 수학을 잘 할 수 있을까? 그럴 필요가 있을까? 내가 욕심을 부리고 있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물론 수학을 어려워 하는 학생을 포기 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일단은 욕심을 버리고 나의 입장보다 그 아이의 입장을 보아야 겠다. 부디 수학으로 상처받고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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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래피를 그려주신 @dorothy.kim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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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정보, 좋은 기사 및 배울 사람을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주 오래전 르네상스맨이란 단어 자체에서 풍겨지는
이질감에 살짝 거부감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다방면에 뛰어 난 사람도 아닐 뿐더러
그렇게 될 자신도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읽다가 마지막 즈음 수학이야기가 나오네요
재돌샘이 수학교사이신 걸 자꾸 까먹어요
윤리나 철학선생님 느낌이 나서요^-^

르네상스맨이라는 말만 몰랐을 뿐 르네상스맨이 되도록 강요받고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교사가 되서도 그게 맞다고 생각해 왔던 거 같아요. 그렇게 성장해 내지 못 하는 학생은 노력이 부족한 불성실한 사람 취급하면서요. 제가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냈듯요. 이제야 철이 드는지 여러가지 철학자들의 이야기도 귀기울여보고 수업 속에 제 자신의 철학을 세워 보려하고 학생들 맥락에서 이해해보려 하거 있지요. 더는 르네상스맨이라는 허황된 숭배에 빠지지 않으려 하고요.
수학도 철학의 한 갈래지요. 고대 철학자들이 그랬듯 데카르트가 그랬듯요. 철학에 대해 공부하니 수학이 더 잘 이해되는 신기한 체험을 하고 있어요. ㅎㅎ

모든걸 잘 하는게... 아니긴한데.... 현재 교육체계는 답답합니다 .....잡스 전기만 읽어봐도.... 어떤것이라는걸 잘 알수 있을텐데요 ㅠㅠ

가장 늦게 변하는 것이 교육일지도 모릅니다. 기득권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기득권이 만족하는 사회를 안정적으로 구축해오는 것이 교육시스템이니까요. 그러나 결국 교육시스템 속에도 사람은 있고 변화하려는 몸부림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혁명이라고는 못하겠지만 어느 순간에는 그 패러다임이 변화하지 않을까요? 답답하지만 외면하지 말고 지켜보고 조언하고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르네상스 맨이라는 말을 처음 배웠습니다. 그리고 교육과정과 연결 지은 부분이 공감되네요..!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 보면 르네상스 맨이라는 것이 좋은 뜻인 거 같으면서도 다른 사람이 그렇게 되길 강요하면 무척이나 폭력적인 말이 되는 거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교육에서는 기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하지만 어떤 학문을 추구한들 계속 파재끼면 르네상스맨이 되니까 강요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0- 재돌님 말씀대로 선을 지키는게 좋겠지요.

맞습니다. 만류귀원이라는 말이 있듯 하나의 학문을 통달하면 다른 학문의 이치에도 닿게 되는 것이겠지요. 이 속에는 자발적인 선택과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학교에서 이런 학생의 자발성을 무시하고 정해진 교육과정에 따른 전교과학문의 통달을 강요하는 것이 문제가 되겠지요. 누구의 입장에서 생각하느냐와 선을 지키며 행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히치의 기본소득 보팅 Event #27]에 당첨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잘 보았습니다.

앗!! 당첨이라니요!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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