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앞에서
백악관 구경을 갔더랬다. 혹시나 트럼프라도 만나게 될까 싶어서 괜히 긴장 됐는데 뭐 별일 없었다. 딱히 삼엄한 경계 같은 것도 안 보여서 좀 의아한 느낌도 있다랄까. 한창 구경하고 있는데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행들과 함께 서둘러 자리를 뜨는데 비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따로 우의나 우산을 준비 못한 우리는 비를 피하기위해 근처 건물의 처마 밑으로 이동했다. 근데 거기에는 먼저 온 누군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바로 이분! Homeless!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완벽한 침실을 야외에 재현해 놓고는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백악관 바로 발치에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한 것을 넘어 근처 경찰이나 경비들이 일을 안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같이 간 일행들 역시 이런 생경한 장면에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비는 더욱 거세지고 있는지라 바깥 쪽에 서 있던 사람들이 점점 안쪽으로 오게 되었고 노숙자 근처로 모이게 되었다. 그 때 노숙자가 번쩍 앉더니 사람이 자는 게 보이지 않느냐고 예의없게 자는데 옆에서 떠드냐고 신경질적으로 그러나 당당하게 꾸짓듯 말했다. 마치 한국어를 듣고 이해하듯 귀에 쏙 들어오고 그 뜻이 바로 이해가 되었다. 혹시 노숙자가 한국어로 말했나 싶어 깜짝 놀랐다. 정신을 차리니 영어로 계속 뭐라 말하고 있었다. 노숙자가 쏟아낸 분노의 기운에 직격당해서 그랬나 싶었다. 소나기였는지 그 순간 비가 잦아들고 오리는 노숙자가 해코지를 할까봐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그 곳에서 멀어지며 뒤돌아 보니 노숙자는 다시 이불을 정리하고 도로 눕는 모습이 보였다.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달리는 이곳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하나로 대통령 자리까지 꿰찬 트럼프가 있는 백악관 바로 앞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당당한 노숙자의 태도에 깜짝 놀랐었는데 마치 자기 집에 왜 무단으로 들어왔느냐는 식이어서 그랬다. 이 노숙자만 그런지 대체로 노숙자들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당당함과 자신의 수면권을 보장받기 위한 요구가 싫지만은 않은 느낌이었다.
사족으로 영어공부에 대한 과열에 대해 한국에서 그렇게 공부할 것이 아니라고, 미국거지도 영어 잘 한다며 영어를 배우려면 영어생활권으로 가서 공부하는 게 맞다고 하는 말이 떠올랐다. 미국거지... 노숙자는 영어를 과연 잘 하더라.
[수동나눔]무조건-수동보팅 16회차 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악관 앞의 노숙자
극심한 양극화의 단면이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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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우리나라 같으면 벌써 어디론가 옮겨졌을텐데.... 특이 하다고 해야하나.... 으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외국의 연구를 읽고 적용하는것에 최적화 되어 있죠.... 이제는 대화와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이긴 합니다만...
개인주의 성향 때문일까요? 딱 백악관 건물 부지만 아니면 어느 정도 수용해주는?
이건 무슨 상황이지 생각하다가...
사족 때문에 웃음으로 끝~ㅎㅎ
세줄요약 하자면
....정도 될까요? 하하... 당시에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차했는데 그 때의 생각들이 다 휘발되고 저정도 글밖에 못남기네요. ㅜㅜ 그나마 스팀잇에 글을 쓰다 보니 이것 저것 예전 기억, 추억 뭐 그런 것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거 같아요. ^^;;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한주 수고하세요
늘 감사합니다. 이번 한 주도 즐겁고 행복한 한주 되시길 바랍니다.
미국인들도 평생 백악관 구경 못하고 죽는 사람이
70%에 가깝다고 합니다
좋은 구경하고 오셨네요~
(저도 못갔었네요...)
보팅하고 갑니다^^
보팅 감사합니다. 그렇게나 백악관 구경이 하기 힘든 것인 줄 몰랐군요!
음... 돌이켜 보면 제가 청와대를 구경간 적이 없는 거 같네요!
아... 청와대 구경부터 가야 하는데 싶네요 ^^;;
어머... 우리집 침실보다 안락해 보입니다. 백악관 앞이 저러하다면 트럼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좋은 사람?ㅋㅋ 미국거지도 영어를 잘한다는 말에 웃음이 터집니다. 하하하하.
저 사진 보면서 다시 느끼는 거지만 참 편해 보입니다. ^^ 좋은 사람이면 거지가 없게 만들었지 않을까요? 그냥 신경을 아예 안 쓰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