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멋, 한국인의 삶 10편] - 호랑이는 어떻게 해서 한국인의 상징적인 동물이 되었을까?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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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한국선수들이 출전할 때 한국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로서 내세웠던 것이 호랑이를 묘사한 '호돌이와 호순이' 였고,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몸 색깔이 하얀색인 백호를 묘사한 '수호랑' 이라고 한다. 올릭픽 출전에서만 아니라, 한국인에게는 민족을 대표하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호랑이인데, 왜 한국인에게는 호랑이라는 동물이 수호격인 대표동물로서 섬겨지고 있는 것일까?

물론,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삼국유사'의 단군신화 속에 등장하는 '곰과 호랑이 이야기' 에서 그 역사적 기원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더구나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백호만이 아니라 반달가슴곰을 묘사한 '반다비' 까지 한국의 마스코트로서 등장했다고 하니, 당연히 한국의 단군신화에서 인용해왔음을 알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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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단군신화 속에서 호랑이는 곰보다 나쁜 면도 훨씬 더 많고 성급도 급하고 참을성도 없고, 이기적이고 배려심도 없고 끈기도 없는 놈으로 묘사를 하고 있는데, 우리 선조들은 곰을 제쳐두고 호랑이를 더 신령하게 여기며 잡귀를 물리치는 영물로 모시기도 하며, 산신을 모시는 주술적 전통신앙에서는 영험한 기운을 가진 동물로서 호랑이를 가장 우상하였다.

아마도 과거 시대에는 만주지역과 한반도 전역에 호랑이가 많아서 사람들 눈에 자주 띄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어쩌면 우리선조들은 한민족의 전통적 기질이 호랑이가 가지고 있는 생태적 특성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면이 많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를 증명하는 문헌상 기록들을 찾아보면, 일제시대에 고의적으로 일본인들이 조신을 침탈하고 민족의 정기를 꺾으려는 과정에서 산천의 기운을 끊어버리기 위해서 백두대간 곳곳에 쇠말뚝을 박는 작업을 하였다고 하는데, 그와 동시에 한국인의 기개를 약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동원하였던 것이 호랑이를 잡아없애는 것이었다고 한다. 조선땅에 호랑이가 많이 있으면, 한국인들이 호랑이와 같은 용맹함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믿음때문에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 호랑이를 한반도 전역에서 멸종시켰다고 하는 것이다.

일제시대 이전까지, 우리선조들은 한반도전체의 형상이 마치 호랑이가 하늘을 우러러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과 같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일제시대에 일본학자 '고토 분지로'는 한반도의 형상을 토끼모양과 같다라고 주장하면서 조선의 우민화 식민통치를 통해서 그의 주장을 퍼트리게 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인들까지도 한민족의 기개를 비슷하게 빼닮은 상징적인 기운을 가진 동물이 호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인데, 왜 호랑이는 한민족의 상징적 동물이었을까?

호랑이를 한민족의 상징으로 여기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인문학자들이나 역사학자들 마다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은 한반도에 산악지형이 많은 것과 호랑이의 용맹스러움과 은둔적 성향이 내비치는 신비주의적 환상이 결합되어서 호랑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겠느냐 하는 것이며, 거기에 더하여 건국신화부터 전해져 내려온 호랑이의 이야기까지 결합이 되면서 그러한 상징성을 강하게 부여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내 견해로는 문헌상 역사적 기록과는 다르게, 호랑이라는 순우리말식 이름자가 가지고 있는 어감의 특성을 가지고 역사적 배경을 해석해보는 것 또한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을 까 생각을 해본다.

분명, " 호랑이" 라는 이름은 순우리말이다. 한민족의 순우리말에는 각 단어와 음절마다 우주의 기운을 머금고 있는 독특한 뜻과 기운을 가지고 있는데, "호랑이" 라는 이름을 음절만을 가지고 파자를 해보면, "호 + 랑" 이 된다. 순 우리말에서 '호'의 쓰임새를 가진 낱말들을 간추려보면 (호호호, 호탕한, 호색한, 호기심, 호박, 호미, 호강,,,) 등등인데, 그 낱말들의 쓰임새를 잘 생각해보면, 공통적으로 (긍정적이고 좋다는 식으로 넓고 포용적인) 느낌이 강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랑' 이라는 말의 쓰임새를 간추려보면 (사랑, 파랑, 노랑, 아랑, 아리랑,,,)등등인데, 공통적으로 (함께, 이어짐, 연결성)이라는 느낌이 강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호랑이의 이름자에서 알 수 있는 우리선조들이 호랑이 이름에 감추어 둔 어감은, 아주 대중적이고 친근하고 공동체적이고 웅장하고 아주 넓고 크게 포용적이고 원대한 느낌을 가진 동물이라고 해서, 그 이름을 '호랑이' 라고 붙였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이러한 호랑이의 친근한 민중적 느낌과 원대함과 넓고 큰 활동력의 이미지를 잘 묘사해놓은 예술작품들이 실제로 많이 있기 때문에, 순우리말의 어감으로만 '호랑이'의 이름을 해석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민화에서 등장하는 호랑이의 모습을 보면, 무섭고 매서운 것이 아니라 해학적이고 코믹하면서도 마치 귀여운 고양이를 그려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 많다.

또한 민화 속에서 호랑이와 함께 등장하는 것이 까치인데, 왜 하필이면 까치가 호랑이의 대응되는 동물로서 항상 같이 등장하고 있을까? 까치는 한반도 전역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새이고 그 상징적 의미를 좋은 소식을 가져다 주는 길조라고 여기고 있다. 어쩌면 민화들 속에서 까치가 항상 호랑이와 함께 등장한다는 것은 호랑이가 아주 민중과 친근한 좋은 소식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는 이미지를 투영시켰던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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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가지고 있는 용맹스러움과 그 강력한 파워는 물리적으로도 적을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협이 되는 것이지만, 한국인의 심성에서는 그 힘을 그냥 자신의 목적과 영달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널리 민중과 함께 하면서 친근하고 정감있는 존재로서 등장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호랑이라는 동물을 한국인들이 가장 신령스럽게 여기면서도 민중과 함께 하는 존재로서 부각을 시켰던 이유에는, 바로 '힘' 이라는 것에 대한 고매한 정신적 승화가 같이 스며들어 있음을 알수 있는 것이 아닐까.

흔히 '힘' 이라고 한다면 물리적으로 강한 것을 의미하거나 아니면 권력적으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어서 대중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민족이 고대로부터 생각해왔었던 진정한 힘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은 물리적 권력적인 개념을 넘어서서, 민중과 함께 할 수 있는 친근한 포용성과 정겨움의 능력을 더 중요한 힘의 의미라고 간파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바로 한반도에서 우리선조들에게 목격되었던 '호랑이' 의 신성한 능력이라는 것은, 힘이 있다고 해서 함부로 먹이를 잡아먹는 것도 아닐뿐더러, 이유도 없이 위협적으로 무서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깊은 산속에 은둔하여 있지만 한 번씩 그 상스러운 기운을 드러낼 때에는 민중들과 함께 하면서 바르고 올바른 것을 추구해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거룩한 산신령의 존재로서 인식되어져 왔던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한국인이 그들의 상징적인 동물로서 호랑이를 인식하였다는 것은, 힘이 있다고 여기는 것이 물리적 권력적 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고차원적인 의미로서 "많은 대중과 함께 하면서 포용성 있고 친근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화력을 진정한 힘이라고 여길 줄 아는 정신" 이 유전자 코드 속에 심어져 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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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반도 모양을 토끼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나중에
지인이 호랑이라고 알려주고 토끼라고 불리우는 이유를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예전에는 우리나라에 호랑이가 엄청 많이 살았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역사서에서도 호랑이가 마을 주민을 잡아먹었다는 기록도 있구용. 일제강점기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산악지대에 호랑이가 많이 살았으나 일본인들이 호랑이 가죽을 수집하기위해 우리나라에 살고있는 호랑이들을 모조리 잡았다는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호랑이와 곰은 우리나라 설화에서도 나오듯이 그냥 호랑이의 기개를 갖고 태어난 사람이 바로 우리 한민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대중과 함께 하면서 포용성 있고 친근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화력을 진정한 힘이라고 여길 줄 아는 정신"

항상 강인함, 용맹 같은 의미만 생각했었는데요.. @yangmok701 님 덕분에 새로운 사실과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본인들은 한반도가 토끼를 닮았다고 말하죠...
사실은 용맹한 호랑인데 말이죠ㅎㅎ

호랑이만큼 용맹하고도 포용력있는 한민족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호랑이가 많았던 것은 사실인가봅니다.
그 어느나라보다 산이 많은 나라이고 기후도 좋았을테니..
그래도.. 호랑이보다 무서운건 곶감이지요....ㅎ

우리에게 호랑이는 영물이죠.

양목님 말씀을 들어보니 어렸을때 토끼로 배웠던 기억이 문득 생각이 나네요.
사실 용맹한 호랑이의 모양을 하고 있는것을...
갑자기 생각난건데 정은이와 아베가 갑자기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여러가지 지식은 물론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저는 단순히 호랑이가 누워있는 한반도 모양을;;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단어적으로 풀어내는 것도 정말 신기하네요...

아니.. 저와 같은생각을 하는 분이 또 있었다니...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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