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go Cult: 과연 존버가 답이 될까요.

in #busy6 years ago (edited)

어릴적에 아버지가 신문을 다 보시고 나면 제가 그 신문을 받아 뒤적거리다가 한 구석에 있는 이규태나 이어령씨 쯤 되는 분이 쓰신 글을 읽곤 했습니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내용이 '2차대전 종전 이후 미군이 떠난 태평양 어느 작은 섬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한 글이었습니다.


무슨 용어가 있는데 떠오르지가 않아 '남태평양, 원주민, 활주로' 따위의 검색어를 넣어 한참을 검색하다가 찾았습니다. 바로 Cargo Cult입니다. 바로 아래의 영상은 YouTube에서 iPeteCTorg라는 사람이 올린 4분짜리 다큐멘터리인데 이것만 보시면 그 아래에 제가 주절거리는 말을 안 보셔도 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군은 일본과의 전쟁을 위해 태평양의 보잘것 없는 섬에 소형 공군기지를 설치한 후 수시로 주변 바다를 정찰하였습니다. 영문도 모른채 해당구역에서 쫓겨난 원주민들은 깔끔한 군복과 제복을 입은 백인이 작대기를 하나 들고 평평한 길을 하루종일 왔다갔다 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이야..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요, 작대기를 든 사람이 길 끝에서 끝까지 너댓번 왕복하면 하늘에서 큰 비행기가 내려와 먹을 것을 떨어뜨려주고 가는 게 아닌가요.


원주민의 눈에 비친 모습은 이랬을 겁니다. 난데없이 '하늘에서 온 자'들이 들이닥치더니 들판에 새까맣고 평평한 길을 닦고, 하늘을 지켜보는 원두막을 세우고, 작대기를 들고 왔다갔다 하면서 하늘만 지켜보면 먹을 것이 뚝딱 떨어집니다. 그리고 인심좋은 그들은 하늘의 양식을 주변 원주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물건들은 '하늘에서 온 자'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하늘을 지켜보면서 Cargo를 통해 하늘의 물건을 받은 것 뿐이었습니다. 그들은 항상 하늘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Radio라고 부르는 작은 네모상자 앞에 앉아 혼자 중얼거린 것도 그 증거입니다.


원주민이 미군을 통해 하늘의 음식과 술, 담배를 선물로 받던 좋은 시절은 끝을 맞이합니다. 종전을 맞은 미군들은 큰 비행기를 타고 작대기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원주민들은 그들이 나눠주던 하늘의 음식을 잊지 못합니다. 그 때, 마을의 현자가 말을 꺼냅니다. "역할을 나누어야 한다. 키가 큰 자는 작대기를 들고 이 길을 걸어야 하고 덩치가 큰 자는 원두막 위에 올라가 하늘을 노려보아야 한다."



https://godshotspot.wordpress.com/2016/05/02/the-cargo-cult-belief/


전쟁이 끝나고 한참이 지난 후, 인류학자가 섬을 방문했을 땐 놀라운 풍경이 펼쳐져있었습니다. 원주민들은 짚으로 비행기모양의 구조물을 만든 후 나무작대기를 들고 주변을 배회하면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존버 이야기로 돌아와서, 2017년의 4~6월 장에서 이더리움을 산 누군가는 큰 손실을 봤지만 존버를 통해 연말에 큰 이익을 남기고 본인의 암호화폐 자산을 처분했습니다. 2018년의 누군가가 그의 행동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아하, 사서-놔뒀다가-오르면-팔자!' 그리고 그는 그가 본대로, 생각한대로 행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자산은 -85%를 찍게 되었습니다. 그 똥멍청이가 누구냐고요? 에이, 누군지 다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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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들은 원리를 이해 못하고 현상 만을 보고 따라한 거지만, 우리(!)들은 그래도 돌아가는 이치를 좀 알고, 그것에 근거해서 행동하는거니까 다르겠죠. (다를겁니다.. 달라야해요!)

말씀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기다리면 오른다길래, 제가 생각해도 이만큼 떨어졌으면 다시 오를 것 같아서 뒀더니 계속 떨어지네요. 갖고 있는 종목이 퀀텀, 비캐, 언브레커블 등 너무 심각한 잡종목이라ㅋㅋㅋㅋㅋ

잡코인이라면 저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만..
https://steemit.com/coinkorea/@dj-on-steem/dj-2018-04-09-1-etn-2-5-feat
(아, 이게 자랑거리가 아닌가요 ^^;;)
누구에게나 봄날이 한 번은 오듯이, 어떤 코인이든 피크가 최소 한 번은 생기길 기대하며, 거래소에 높은 가격으로 걸어놓는 거죠. 저는 그러고 있습니다 ㅎㅎ

뭐 워낙 떠락장이라 존버하는것도 미련하고 멍청해 보일수도 있지만 가능성과 근거가 없는건 아닌만큼 믿을수 있을때 믿어봐야겠죠..비록 결과가 최악이더라도

감사합니다. 결정적 타이밍에서의 단호한 결정(이익을 못보더라도,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여기서 끝내야되겠다 정도의)을 내리지 못해 질질 끌다보니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져버렸습니다. 조금 더 신경써서 타이밍을 봐야겠습니다.

작년에 비해서 정말 어려운 장이지요.
항상 현금보유가 중요하다는걸 느끼고 있습니다.
힘내시고 누구나 상폐, 10토막 뭐 그런 종목 하나씩은 있지않나요? ㅠㅠ
원주민 이야기 흥미롭네요. ^^

투자 시장에 처음 들어와놓고선 상승장에 취해있다보니 저도 모르게 그간 모은 여윳돈을 다 넣어뒀네요. 엥, 그게 -85퍼가 되었습니다.. 이거 전부 제가 다른 투자자들에게 잠시 기부한 겁니다. 험험.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무조건 존버가 답은 아니겠지만.. 반등의 환경이 만들어 진다면.. 어느정도 회복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 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ㅎㅎ

저는 코인 선택하는데 특화된 해태눈알을 갖고 있습니다. 트레이딩에도 또 똥손이네요. 혹시나 잘못 만지다가 남은것마저 날릴까봐 일단은 존 to the 버 중입니다.

ㅎㅎㅎ, 왜 저한테 그러세요. 85% 까지는 아닌데

보팅하고 갑니다.

댓글들 너무 진지하시다. 개그는 개그일뿐 정색하지 마세요. ^^/

ㅋㅋㅋ저 위의 이야기 주인공이 접니다. 아, 잠깐 눈물 좀 닦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투자실패담과 잡코인이야기로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ㅎㅎㅎ 아 배꼼 좀 잡고 ... 좋은 하루 되세요.

잼있는 일화 잘 봤습니다.
존버하고 있는 입장에서 생각하게 만들지만, 존버 밖에는 답이 없는? ㅎㅎㅎ
비슷하지만, 또 다른 상황이니깐요~
가즈앗!!!

재미있게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얼핏보면 전문적인 글 같지만 조금 보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헛소리만 가득한 글을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루에 서너번은 더 투자할 여윳돈이 없는 것에 아쉬워하고 너댓번은 잡코인에 물려있는 쏘나타 한 대 값에 속이 타들어가고 그렇습니다ㅎㅎㅎㅎ존버는 답이 아닙니다, 그러나 무턱대고 하는 매도는 더욱 답이 아닙니다. 곰곰히 생각해서 그나마 남은 투자금을 불려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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