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불볕더위에 정신줄 놓다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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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이 그린란드에 상륙했던 때는 서기 1000년 경이었다. 사람이 살지 않았던 아이슬란드에는 그 전에 이미 무혈 입성했었다. 그 시기에 시칠리아를 점령하여 왕국을 세우기도 했으니 그들의 행동반경과 유럽 역사에 끼친 영향은 적지 않다. 아무리 추운 곳에 살던 바이킹이라 해도 당시 스칸디나비아보다 훨씬 혹독한 환경에는 정착하기 어려웠다. 인류는 지금 간빙기를 지나고 있지만 기나긴 간빙기 중에도 몇백 년 주기의 소빙기가 찾아온다. 바이킹이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에 차례대로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날씨 때문이었다. 그들이 그린란드에 상륙한 시기는 소빙기와 소빙기 사이,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던 때였다. 그린란드에 정착했던 바이킹은 캐나다 동북부의 울창한 침엽수림에 사는 인디언과 교류하기도 했었다. 그린란드를 아메리카 대륙에 포함한다면 바이킹은 콜럼버스보다 500년 먼저 신대륙을 발견한 셈이다. 물론 서양사 관점에서의 신대륙 발견일 뿐이지만.
바이킹은 우수한 항해술을 이용하여 노략질과 해적질을 일삼긴 했지만, 목축과 농업에도 소홀하지는 않았다. 식용을 위해 주로 소, 돼지를 키웠고 밀 농사도 지었다.
그린란드는 이누이트의 땅이다. 대대로 그 척박한 땅에서 수렵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다행스러운 건 바이킹이 정착한 그린란드 일부분은 이누이트에게 별 쓸모없는 땅이었다는 것이다. 물개 등의 해양 생물과 새와 몇 가지 육지 동물이 주식이었고 이글루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그들의 주거지는 바이킹의 정착지보다 훨씬 북쪽에 있었다. 만약 이누이트와 바이킹의 주거지가 겹쳤다면 그린란드의 이누이트는 멸종했을 것이다. 바이킹은 그린란드에서 소와 돼지를 사육하여 땅을 황무지로 만들었다. 날씨가 따뜻해져서 목축이 가능했다고는 하지만 식물의 생장 주기가 길었기 때문에 한 번 초토화된 초지를 복원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들었다. 미련하게도 그들은 끝까지 목축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린란드 땅에 밀 농사를 짓기도 했다. 바이킹의 색깔을 잃지 않기 위해 본토였던 노르웨이와의 교류를 원했고 정착 초기에는 아이슬란드를 중간 기착지 삼아 제법 많은 왕래가 있었다. 몇백 년 후 지구의 온도가 다시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왕래도 줄어들기 시작하다가 끊기게 되었다. 소빙기 사이의 따뜻했던 호시절이 다 지난 것이다. 북해의 얼음이 남하하면서 본토와의 항로를 유지하는 것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린란드는 다시 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동토가 되었다. 콜럼버스가 카리브해의 어느 섬에 도착해 "인디아"를 외치며 헛다리 짚을 때쯤 그린란드의 바이킹은 자취를 감췄다. 당시의 유적이 남아있다. 유적을 토대로 그들의 생활상을 유추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아이슬란드는 노르웨이와 상대적으로 가까웠던 것이 스윕당하지 않은 이유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아이슬란드어는 노르웨이어에서 파생된 언어다. 오히려 고전적인 바이킹 언어의 원형을 현 노르웨이어보다 잘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그린란드에서는 제대로 된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일부 품종만을 재배할 수 있다. 밀 농사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한다.
1000년 전 지구를 달궜던 여름에 비하면 지금의 불볕더위는 껌이다. 이 말이 하고 싶었다.

매머드의 멸종 이야기는 유명하다. 지금도 스테이크를 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싱싱하게 보존된 매머드들이 출토되고 있다. 이 정도로 싱싱하려면 서서히 냉각되어서는 안 되고 죽은 지 몇 시간 만에 영하 100도 가까운 온도에서 급속도로 냉동되어야 한다. 그래야 2만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육즙이 살아있을 수 있다. 소위 주류라고 하는 기성 학계의 입장에서는 어떤 이론이든 점진론의 함정에 빠진다. 급격한 모양새의 주장은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반박 불능의 증거가 나오면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듯하지만, 그것마저 점진적인 변화의 모델에 구겨 넣고자 애쓴다. 풀 뜯어 먹다가 선 자세 그대로 동결된 매머드는 기존의 기후학과 지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하루 아침에 온도가 100도 떨어지는 아주 급진적인 이론이 필요하다. 화산 활동의 결과라는 등의 몇 가지 설이 있는 듯한데 뭐든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나왔으면 한다.
팩트는, 살아있던 매머드가 갑자기 동결되어 2만 년이 지나고 나서도 싱싱함을 유지한다는 것이고, 그런 급격한 기후 변동이 분명히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불볕더위에 하루만 그렇게 지구가 냉장고가 되면 좋겠다. 이 말이 하고 싶었다.

현재는 충적세라 불리는 간빙기의 시대다. 마지막 빙하기가 1만 4천 년 전에 끝났다. 위도상으로 유럽 중부까지 내려와 있던 빙하가 녹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돌연 지구가 꽝꽝 얼어버렸다. 대략 2천 년 동안 지구는 빙하기로 회귀했다. 갑작스러운 화산 폭발이 원인이라는 설도 있고 혜성의 충돌이 원인이라는 설도 있다. 1만 1천 년 전을 전후해서 빙하는 매우 빠른 속도로 녹았다. 엄청난 홍수에 관한 이야기가 전 세계 전승에 널리 퍼져있다. 성서에도 노아의 방주로 기록되어 있다. 다소 급진적이지만, 이 시기에 급속도로 녹은 빙하 때문에 해수면이 순식간에 상승한 이야기가 전승으로 구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설도 있다. 빙하를 통째로 날려버린 주범으로 혜성을 주목하기도 한다. 얼음을 만든 것도 녹인 것도 모두 혜성이라니, 병 주고 약 주고, 뭔가 줬다 뺏는 것 같다. 혜성의 흔적을 찾는 학자들은 북미 대륙에서 꽤 그럴싸한 증거를 확보했다. 커다란 혜성이 대기권에서 부서져 미국 땅에 여러 갈래의 할퀸 자국을 남겼다는 것이다.
물의 심판, 이런 불볕더위에는 그런 홍수까지도 괜찮아 보인다. 이 말이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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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머드 이야기가 참 신기하네요.
급속도로 냉각이 된다라.... 예전에 투머로우란 영화에선가 차가운 공기가 급격하게 이동하며 다 얼리는것을 봤는데 그런 의미일까요.... 피쉬님의 해박한 지식 ㅎㅎㅎ
1석4조 이벤트 당첨 보팅 풀봇 겸합니다 ㅎ
스달당첨도 됐던데요 ㅎㅎㅎ

그러네요. 투모로우처럼 냉각되었겠네요. 설득력 있음...ㅎㅎ
뭔 당첨이 막 되었나요.. 막 좋을라고 해요..ㅎㅎ

기후 연구하는 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쉽게 환경파괴랑 연결짓지는 않는것 같던데.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님 글 보니까 기쁘네요. ㅎㅎ

온난화는 그저 정치적 쟁점이자 탄소배출권 등 자본의 논리가 개입한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아닐수도 있지만요.

물의심판하니까 노아의 방주가 생각나네요ㅋㅋ

물에 떠나려가고 싶어요..ㅠㅠ

비 내렸으면 좀 시원하고 좋을거 같아요...ㅠㅠ

bluengel_i_g.jpg Created by : mipha thanks :)항상 행복한 하루 보내셔용^^ 감사합니다 ^^
'스파'시바(Спасибо스빠씨-바)~!

그렇죠, 너무 더워서 기절할 듯 합니다.

싱싱한 매머드 스테이크!ㅎㅎㅎ
빙하로 만든 콩떡빙수 한 그릇 하실래요?

울 가게에 프랑스 알프스의 만년설로 만든 맥주 팔고 있어요.. 진짭니다. ㅎㅎ

그 맥주 이름 좀...

라블랑셰

^^ 즐맥~~ 덥다...

1000년 전 지구의 여름을 견뎌냈던 인류에게 존경심을....

에어컨 없이 버틴거 보면 보통내기들이 아니었을겁니다.ㅎㅎ

바이킹 말씀하시니 바이킹스 미국드라마가 생각나네요~ ㅎㅎ
야성미 넘치시는 형님들...

저도 아주 조금 봤는데 범접하기 힘든 포스들이...ㄷㄷㄷ

그러게요..
지구가 서서히 식었을건대...
빙하가 점점 늘어나야..맞는 이치죠..ㅋㅋㅋㅋ
암튼 궁금 하게 넘 많아 탈입니다

궁금하면 500원입니다..ㅎㅎ
빙하는 한참 녹다가 다시 생기지 않을까요,, 몇 백년 후에....ㅎㅎㅎ

물의 심판 이후에는 불의 심판이 기다린다고 하더라구요. 지금 예고편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ㅎㅎ

아직 본격적인 건 시작도 안한건가요..ㅠㅠ

음 그렇군~ 고개를 끄덕끄덕 하다가 매머드 이야기에 와서 '와 대체 어찌된거지?' 이러고 마지막 결말에 아놔이런... 한참 웃었네요^^ 덥긴 정말 덥습니다.

너무 덥습니다. 일요일 한적한 고속도로를 만끽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이 찰진 더위에 건강 조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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