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in #busy6 years ago

어느덧 올 봄도 지나는 듯 하더니 어제는 느닷없이 우박에다 태풍에 버금가는 바람으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하루였던 것 같다.

장애를 가진 @hearing님의 글을 차분히 읽고 있다가 문득 어릴 적 동무녀석이 불현듯 생각난다.

그 친구는 동무랄 것도 없이 특별히 가까이 지내적도 없고 그저 초등학교를 같이 다닌 것과 한 동네에서 같이 자랐지만 여러 가지 환경이 달라 잘 어울리지 못했던 친구였다.

시력에 큰 장애를 가진 친구였고 지능도 조금 모자란 친구여서 같은 마을에 사는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했지만 늘 웃음으로 답하는 심성 고운 친구였다.

이 친구는 다른 것은 못해도 조용필의 노래들만은 기가 막히게 불렀다. 한창 유행하는 최신 가요를 불러보라 해도 언제나 조용필의 노래만 불렀고 아는 노래도 그 것밖에 없다고 했다.

늘 하모니카를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불어대곤 했는데 가끔 동네 어른들의 술상 옆을 지나다 붙들려 노래를 한 곡조 하고 과자 한 봉지를 노래값으로 받아오기도 했었다.

어느 날 동네 어른 생일잔치에서 가장 잘하는 노래를 한 곡 부르라 하니 뜻밖에도 조용필의 노래가 아닌 ‘봄날은 간다’라는 오래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조용필의 노래가 아닌 것도 의외지만 하모니카로 전주를 연주하고 3절까지 부르는 ‘봄날은 간다’가 얼마나 구성지고 애절한지 손뼉치고 따라부르다 눈물을 훔치던 동네 아주머니를 본 기억도 난다.

나중에 그 친구가 전국노래자랑에 나온 것을 TV로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직접 보지도 못했고 그 후의 소식도 아직까지 알지 못하고 있다.

하얀 목련으로 시작해 벚꽃 철쭉으로 끝난 봄의 향연을 아쉬워하면서 ‘봄날은 간다’를 흥얼거려 본다.

이 노래는 백설희 선생이 처음 발표한 후 배호 조용필 심수봉 장사익 한영애 최백호 등 다른 가수들에 의해 다른 느낌으로 불려졌는데 개인적으로 최백호가 부른 ‘봄날은 간다’를 제일 좋아한다. 어릴 적 내 동무가 불렀던 그 때의 느낌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 녀석이 최백호만큼 노래를 잘 부른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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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박이 곳곳에 내렸나봅니다. 실내에 체류한 시간이 많은데다, 제가 있던 곳은 비만 슬쩍슬쩍 내리는 걸 봤어요. 기온이 좀 이상하다 싶긴 했어요. 유독 현기증에 몸서림을 친 어제였거든요. 오늘은 화창합니다. 화사한 하루 되시길 바라봅니다.

우박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많이 내린곳도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화창한 날씨네요^^

그런 기억이 있으셨군요.^^ 저희 아버지도 하모니카 부는 모습을 딱 한번 보여 주셨는데 정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하모니카에서 그렇게 다양한 음이 나오는줄 어릴적 아버지가 부시던 하모니카를 기억나게 해주는 친구 얘기였네요. 잘 보고 갑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히어링님 글을 읽다보니 갑자기 그 친구가 생각나네요^^ 특별한 친분도 없는 친구였는데ㅎ
아버님이 하모니카를 잘 부셨나 봅니다.

왜 그러셨는지.. 제게는 아버지 친구분이 얼마나 자랑하며 시켰는지 그때 딱 한번 부시는걸 봤는데 제가 아마도 중학교 1학년이었던것 같은데 깜짝 놀랐었죠. 프로의 향기가 느껴졌는데 왜 안부시는지 그리고 하모니카 잘 분다고 말씀 안하셨는지 지금도 궁금합니다.^^

가끔은 하모니카를 부셨을거 같은데 왜 안부셨을까요.. 예전에 페가 안좋은 사람은 하모니카같은 악기를 불지 말라고 했던거 생각납니다.

학창 시절 마라톤 선수도 하시고 그랬었는데... 안 좋은 추억이 있으셨던가...! 아무튼 그때 딱 한번 밖에 못 봤습니다.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추억이 있으시거나 깊은 뜻이 있으셨겠죠

오늘도 바람이 세차네요. 이러면서 봄날은 가네요.

오월의 봄 날씨 치곤 너무 쌀쌀하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어린시절 저에게도 그런 친구가 한명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지네요
그 친구도 노래를 참 잘했었는데^^

가끔 소식 끊긴 어릴적 친구가 생각날 때가 있어요^^ 잘 살고 있겠죠,

봄날은 간다 가사가 저렇게 짠 했었나요??
쭉 써 놓고 보니 시 한편이네요..

요즘 노래보다는 예전 노래의 모랫말이 한결 문학적이죠^^

일교차가 큰 날씨에요 감기조심하세요^^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네요^^

오늘 아침은 바람도 없고 상쾌합니다^^

간만에 명곡듣고가내요 ^^ 감사합니다

저도 오랜만에 생각나는 노래였어요^^

최백호님이 이 노래하는 걸 공연에서 직접 봤었죠.
정말 감동이..
추억이 함께 하는 노래는 정말 찐하게 다가오죠.

옛날 짝사랑했던 선배가 나훈아의 "사랑"을 그렇게 잘 불렀는데.. 흐 잘 살고 있는지...^^

최백호님의 공연을 직접 보셨다니 부럽습니다^^
짝 사랑 선배도 여전히 잘 살고 있겠죠. 여전히 노래방에서 나훈아의 '사랑'타령하면서...

노래 참 좋습니다.
오늘 어린이날인데요...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우리집은 어린이가 없어서 편안한 휴일일 듯 하지만 오후에 일정이 있어서 나가봐야 합니다.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 가지세요^^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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