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 버릴 거 하나 없는 나무

뽕나무, 이름부터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디를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고 해서 그렇게 지었다고 하지만 내게는 그 이상의 뜻이 있다. 그야말로 여러모로 ‘뽕 가게’ 하는 나무니까.

뽕나무 하면 아무래도 오디를 먼저 떠올린다. 수정 되고 나면 연둣빛 오디가 굵어지면서 점차 붉게 바뀌고 다 익으면 검게 된다. 달달한 그 맛. 더운 여름을 견디게 해주는 끈끈한 과일이다. 손과 입 둘레가 보랏빛으로 물들도록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

지금부터 몇 십 년 전에 뽕나무는 우리네 옷감과 현금벌이에 요긴했다. 누에가 뽕잎을 먹고 토해내는 실은 명주라는 고급 실이 되고, 이를 생산하는 농가는 짭짤한 돈벌이가 되었다. 물론 누에 밥을 챙겨준다고 우리네 어머니들이 잠도 제대로 못잘 만큼 고생이 많았지만...

이른 봄에 뽕나무에서 나오는 새순은 나물로 좋다. 사실 봄나물을 먹을 만큼 하기가 쉽지 않는데 뽕나무 순은 한 줄기만 채취해도 충분하다. 데쳐 말렸다가 묵나물로 먹어도 된다. 가을 서리 내린 뒤, 뽕잎은 차로 우려 마신다.

뽕나무 줄기에는 목이버섯이나 상황버섯이 기생한다. 운이 좋으면 이 버섯을 채취할 수 있다.

뿌리는 약재로 귀하게 쓰인다고 하는 데 나는 아직 그렇게 해보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뽕나무는 생명력이 좋다. 우리 집 둘레에는 심은 적도 없는 뽕나무가 여러 그루 자란다. 하도 잘 자라고 번져서 해마다 적당히 가지를 베어주어야 한다. 베어낸 가지는 겨우내 잘 말려, 이듬해는 땔감으로 요긴하다.

이렇게 곁가지를 베다 보면 잘린 자리에 하얀 진액이 나온다. 혀를 대고 맛을 보면 달달하다. 고로쇠 수액하고는 맛도 다르지만 그 약성도 다를 것이다.

이렇게 뽕나무는 열매부터 잎, 뿌리, 줄기 그 모두가 우리 사람한테 쓸모가 있다. 버릴 게 하나 없는 나무다. 태양빛을 온전히 받아, 그 에너지를 골고루 우리 사람한테 주는 셈이다. 사람이 쓰고 버리는 쓰레기가 점점 지구 바다를 뒤덮는 시대라 뽕나무가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뽕나무에 대해 생물학적인 공부를 해보면 이 역시도 경이롭다. 뽕나무는 암그루, 수그로 나뉘는데 가끔 암수 한 그루인 나무도 있다. 그만큼 번식에서 자유롭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 암꽃은 꽃받침 꽃잎 같은 장치를 두지 않는다. 온전히 열매에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뽕나무는 ‘생명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지닌다. 그 느낌을 사진으로 담아본다. 온전히 자라는 나무도 거룩하지만 곁가지가 잘려나가면서도 자신을 치유하고 거듭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