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스티미언: 쇼핑] 짧은 퇴근길, 짧은 쇼핑

in #busy6 years ago

퇴근무렵, 집사람에게 문자가 왔다. 짐을 싸는 중이라 책상위에 놓은 폰 화면을 떠다니는 글자들을 대충 훑고 하던일로 시선을 돌렸는데 읭? 하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 퇴근시간에 의례적으로 하던 말과 다른 단어가 보였기 때문이다. 다시 보니 청천벽력이다. 구내염!


자세히 읽어보고 좀 안도했다. '가벼운 장염과 구내염인데 열은 없고 병원에서 약은 받아놨다. 저녁식사로 아이는 죽을 먹어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이다. 아이가 어제 입 안에 뭐가 났다더니, 똥구멍이 간질거린다더니 아마 장염과 구내염의 느낌을 묘사했던걸까. 아이가 자기의 몸상태를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얼추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생각하니 괜시리 어깨가 으쓱한다. 아, 지금 좋아할 때가 아니지.


상가가 많은 동네로 네비의 목적지를 찍는다. 아내나 아이가 몸이 좋지 않을 때 죽을 사러 종종 찾던 동네다. 양쪽으로 불법주차된 차들 사이로 두 대의 차가 겨우 교행이 가능한 동네. 내 차도 그 불법주차 무리 중 한 대가 되었다. 가게 대여섯개가 쪼로록 붙어있다. 그 중에 세 개가 백종원이 세운 프렌차이즈 식당이다. 대단한 사람이야, 새삼 의미없는 생각을 하며 그 중 죽집을 들른다. 전복죽, 대기시간 10분. 이 죽집을 처음 왔을 때 포인트카드를 만들었으면 지금쯤 8~10회정도 적립했을터. 하지만 이번에도 '앞으로 언제 또 오겠어'라고 생각하며 회원카드 발급을 다음으로 미룬다.


아이를 위한 1만1천원짜리 죽을 기다리는 10분 남짓, 지겨워 골목을 기웃거리다가 아내가 생각나서 떡볶이 한 그릇 포장을 주문한다. 대구에서는 많이 보이는 떡볶이 전문점인데 아내는 카레맛이 칼칼하게 나는 이 집 떡볶이를 좋아한다. 대기시간 10분. 아내를 위한 7천원짜리 떡볶이를 기다리는 시간도 10분 남짓. 나를 위한 건 뭐 없을까 기웃거리다가 까페 간판을 보는 순간 시원한 얼음조각이 머리에 떠오르면서 한 잔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든다. 커피를 한 잔 주문한다. 라떼와 스무디를 포함한 낯선 이름의 음료들. 결국 시킨 건 2500원 짜리 아이스아메리카노. 선정 이유는 그게 제일 싸서..


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싱거운 커피를 다 먹었을 때쯤, 10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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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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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만 남은 커피와 떡볶이와 죽을 손에 들고.


퇴근시간의 짧은 쇼핑 이야기. 끝.




Steem Word Clouds라고 최근 글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를 보여주는 사이트가 있어서 해 봤더니 결과가 재미있다. 주어로는 '나는, 내가, 아이가'를 많이 썼고 서술어로는 '있다, 있었다, 있습니다, 했다, 것이다, (~인 것)같다'를 많이 썼다. 나와 아이, 내가 가진 기억이나 물건에 대한 내용을 주 내용으로 내 생활에 대한 서술을 많이 했다는 뜻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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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염은 원인을 알기도 치료를 하기도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저희 남편도 구내염이 잘 생기는데, 묘책을 알고 싶지만 아직은...
손위생을 철저히 하면 구내염 예방에 조금 도움이 된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손을 통해 입으로 들어가는 세균을 최소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하더라구요.

댓글 감사합니다.

구내염이나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면 입에 손 넣지말라고 얘길 종종 하는데 잘 안될 때가 있나봅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는지라 유행처럼 감기와 구내염을 달고 옵니다. 처음 구내염 앓았을 때가 두돌 때였는데 아이가 밥도 못먹어, 죽도 못먹어, 먹을 수 있는 건 오직 당분 많이 들어간 아이스크림밖에 없어서 엄청 힘들었습니다. 이틀에 한 번 링거주사 맞으러도 다녔고.

다행히 이젠 면역력이 길러져서 그런지 고통은 많이 받지 않는데.. 병에 걸리는 걸 피할 수는 없네요. 원체 다양한 아이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다보니 그러려니 합니다.

아이와 아내사랑이 듬뿍 흘러 넘치시네요 대구님 ㅠㅠ
가끔은 본인을위한 과감한 지출!! 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몇 번 생각을 해 봤는데 퇴근 후에 식탁에 혼자 앉아 마시는 캔맥주 외에는 딱히 필요한 게 없어서.. 즐거운 주말 되세요.

저도 구내염 잘 생기는데... 아이들이 아픈걸 말하기 시작하면 많이 큰 것 같은 느낌이들어요. 애가 빨리 낫기를 빌어요^^

감사합니다! 말을 하면서부터는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이유없이 짜증부리길래 덩달아 짜증부렸는데 알고봤더니 구내염, 독감... 이런 미안한 일도 사라졌고요.

구내염 진짜 힘들텐데 ㅠㅠ 쾌유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다행히 초기에 병원진료를 받아 증상이 심해지지는 않을 것 같네요.

구내염 걸리면 아이가 힘들어 하더라고요 ~ 그래도 아빠 엄마의 사랑으로 금방 나을거에요 저희 아이들도 자주 걸리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어린이집에서 단체생활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죠. 아플때는 유난히 아빠보다 엄마한테 달라붙으니 아내에게도 좀 미안한 마음입니다.

아이가 구내염 장염이 약간 있다니 관리를 잘 해주셔야겠어요 조금만 관리 안되도 열이 확! 하고 올라가니 무서운거 같아요 여름만 되면 구내염 수족구 때문에 걱정이네요 ㅎ

염려 감사합니다. 구내염은 거의 나았는데 뭐가 또 잘못 됐는지 장염은 빨리 낫질 않네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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