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현수막, 메시지

in #busy6 years ago

사실 어제 쓴 글에서 후하게 말하긴 했지만, 녹색당은 아직 멀었다. 나는 이 글에서 군소정당의 한계나 페미니즘 의제에 대해서는 논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메시지의 전달 방식이다.

메시지는 전하고 싶은 말이다. 자신의 말을 상대에게 어떻게 전할 것인가? 이것은 누구나가 한번씩은 고민해본 일이다. 우리는 대화를 하지 않고는 살 수 없으니까. 우리는 매 순간 이 문제를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는다. 우리는 가족과 불쑥 꺼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경우도 있고, 친구에게 잘못 보낸 문자가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중요한 발표 자리에서 말실수가 나와서 해명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자신의 메시지를 완벽하고 알기쉬우며 오해 없는 방식으로 전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일이기도 하다.

선거에 있어서 현수막이나 포스터는 메시지 전달의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이다. 현수막과 포스터는 후보의 비전을 간단하고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수단이다. 포스터에는 주로 후보의 캐치프레이즈가 내걸리고, 현수막은 그 후보의 공약, 신념 등을 간단하게 요약해서 보여준다. 녹색당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여기에 있다. 녹색당이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명의로 내건 현수막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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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정말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녹색당이 메시지 전달에 대해서 얼마나 소홀히 생각하느냐에 대한 예가 될 수는 있다. 현수막에 담긴 메시지가 낙태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여성에게 씌워지는 것을 비판하고자 하는 내용임은 알겠으나, 단어의 선택이 너무 잘못되었다. '섹스'라는 단어를 메시지에 포함하는 것은 좀 아니다하는 생각이 든다. 현수막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메시지를 외치는 것이다. 그러기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단어는 분명히 존재한다. 잘못된 단어 사용으로 인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섹스'나 '콘돔'같은 단어들은 보통 사람들 사이의 대화에서는 음란성을 이유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단어들을 거리낌없이 사용함으로서 사람들이 녹색당과 신지예 후보에 대해서 잘못된 선입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또, 메시지의 '운율'의 문제도 있다. 오래 전 한 대부업체가 테마 송으로 '무이자~무이자 무이자~'하는 노래를 이용한 광고를 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무이자~무이자 무이자~'를 흥얼거리더라는 이야기가 있다. 게다가 이것은 유명 걸그룹의 노래 가사를 패러디해 작성한 메시지이다. 아이들이 저 현수막에 써놓은 메시지를 흥얼거린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부모, 혹은 선생님이라면 당장 아이를 혼내거나 주의를 주면서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는지를 물을 것이다. 잘못된 이미지는 더욱 공고해진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은 창당 이래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고 본다. 서울시장 선거 4위, 1.7%의 지지. 8만여표. 군소정당으로서는 이만한 성공은 더 없을 것이다. 다만, 성공에 취해있지는 말았으면 한다. 위의 포스터처럼 자신들이 잘한 것과 잘못한 것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복기하고, 다음 선거에서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특히 메시지의 전달과 그것이 당, 후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숙고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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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저 따위 현수막을 걸고도 4위 했다니 진짜 언젠가는 페미 정권이 들어서겠네요.
얼마 전 본 영화 '우리의 20세기'도 쓰신 글과 같은 말을 합니다. 남이 불편한 말을 하고 듣는 사람한테 왜 그걸 불편해 하냐고 묻는게 페미니즘인가 봅니다.

지금도 페미 정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스스로 자신은 페미니스트라고 말씀하셨어요.

ㅎㅎ

솔직히 문재인 대통령님 하는 건 또 페미들 맘에 안 들겁니다. ㅎㅎㅎ
정작 현 대통령은 자신을 페미니스트에 우호적이란 자세를 취하는데 페미진영에선 한남이 여성 대통령의 권력을 찬탈했다고 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매우 똑똑하게 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지층 결집.. 이라는데에서는 ..

지지층은 결집하겠지만, 그 반작용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자기들끼리만 웃고 떠드는 정치의 한계는 명백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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