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역풍을 맞고 있다.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세계경제포럼, 2018년 4월 12일)

in #blockchain6 years ago (edited)

기술이 주도하는 유토피아는 공상이다

인류가 안고 있는 해악의 해결책으로 인터넷에 환호했던 것은 그다지 오래전 일이 아니다. 인터넷은 새로운 지식과 교환을 가져올 희망의 빛을 온 세계 곳곳에 선사했다. 그러나 가짜 뉴스와, 사찰과 감시, 사이버 범죄, 소셜 미디어 중독, 독점화된 권력에 대한 우려는 커져만 가서 그 희망의 빛은 퇴색해 버렸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인터넷이 발휘한 긍정적인 영향을 결코 무시하지 않더라도 커져만 가는 문제에서 우리기 되새길 것은 기술이 주도하는 유토피아─또는, 테크노토피아(technotopia)─는 공상(fiction)이라는 점이다. 어떤 기술이든 그것의 사용과 영향을 좌우하는 것은 언제나 사람들과 거버넌스다.

요즘 디지털 통화와 블록체인의 옹호자들은 온갖 가지 상거래와 금융과 관료 행정에서 사생활 보호와 투명성, 책임의 식별 및 추적, 효율과 경쟁을 향상시킬 잠재력을 이야기한다. 심지어 선거에서부터 정부 예산의 운영에 이르기까지 블록체인이 민주주의 그 자체를 위한 테크놀로지로 기능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헛바람이 들거나 설익은 주장 같은 것들도 있지만, 물류와 재고 관리, 공급망 관리에서는 벌써 몇 가지 매력적인 활용 사례들이 나타났다.

이 같은 진척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기술의 단점들이 좀 더 잘 알려지면서 이 테크놀로지에 대한 여론 지도자들의 반발이 점차 커져 왔다. 비트코인만으로 소모되는 전력이 전 세계 발전량의 0.25%나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는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이더리움과 같은 다른 블록체인 시스템들도 불필요하게 전기를 태워 없애도록 컴퓨터를 써야만 하는 유사한 접근을 사용한다. 그리고 여러분은 블록체인으로 새롭게 열린 공간에서 수많은 사고와, 해킹과, 사기 협잡이 일어날 수 있음에도 그에 대해 법률이 아직 발도 못 붙이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하지 않는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 아니면, 범죄와 테러 조직망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송금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블록체인과 디지털 통화는 그 옹호자들과 감독 당국 모두에게 커다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업계 주도의 자율적인 규제 시도

블록체인 산업의 개척자들은 그러한 우려들을 주시하면서 집단적인 자율 규제를 시도해 왔다. 투자자와 소비자에 대한 보호를 뒷받침하려는 업계 전반의 시도인 브루클린 프로젝트(Brooklyn Project)가 2017년 11월에 발족됐다.

이더리움의 공동 설립자 조지프 루빈(Joseph Lubin)은 "오늘 우리가 책임 있게 행동한다면, 내일 이 강력한 테크놀로지의 혜택을 집단적으로 확실하게 수확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 달에, 6억 5천만 달러의 시가 총액을 누리고 있는 암호통화 회사와 투자자의 한 연합체가 투명성 프로젝트(Project Transparency)를 설립했다. 이곳이 하려는 일은 디지털 통화 분야 내에서 ‘정보 공개(disclosure)’를 확대시켜서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비디오)

이러한 시도들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중 블록체인 기술이 좀 더 폭넓은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문제로 다루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 블록체인 분야가 기존에 자리를 틀고 있는 조직을 뒤엎을 것─업계 용어로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면, 일반대중은 그래서 우리가 얻는 것이 정말로 무엇이냐고 곧 물을 것이다.

사회적 임무를 지향하려는 블록체인들...

최근 몇 달 동안, 자기들의 사회적 임무를 명시적으로 내거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많이 발족했다. Bflow.io는 기업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보고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Alice.si는 자선 단체들의 책임 식별과 추적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한다. Provenance.org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소비자 신뢰감을 제고하려는 취지로 바다 연안에서부터 식탁에 올라올 먹을거리까지 참치의 궤적을 추적한다. BitLandGlobal은 촌락 빈곤층의 토지 등기 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전문가 두뇌집단인 선을 위한 블록체인(Blockchain for Good)은 값어치 있는 명분들을 지향하는 블록체인의 장점을 진작시키기 위해 설립되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 더 면밀하게 분석해 보면 이러한 ‘선(善)을 위한’ 프로젝트의 다수는 결정적인 요소, 즉 그들 자신의 코드(code) 자체가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지 않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경제적 정의와 동등한 기회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거액을 투자한 행위자들에게만 새로운 토큰들이 돌아가게끔 하는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적합한 일인가? 대중의 손에 새로운 ‘교환의 매체(medium of exchange: 지불 수단으로서 교환의 기능을 수행하는 통화를 뜻한다─옮긴이)’를 쥐여주겠고 나서는 사람들이 발행되는 토큰의 거반이─교환에 쓰이는 게 아니라(옮긴이)─투기자들의 수중에 퇴장(hoard)되는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것이 적합한 일인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프로젝트가 작은 나라 하나의 배출량에 맞먹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것이 적합한 일인가?

이러한 상황은 가상의 예들이 아니다. 대다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그러한 공익의 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고 고안된 코드(code)와 거버넌스 시스템에다 목적을 갖다붙인 것들이다. 생활의 터전을 잃은 오랑우탄들을 위해 쓸 기금을 마련하겠다면서 보르네오의 원시림을 제거하는 일이 마땅하지 못한 것처럼, (어떤 선의의) 프로젝트가 사회적으로 퇴행적이거나 기후에 독소적인 영향을 미치는 코드를 쓰는 것 역시 마땅한 일이 될 수 없다.

Blockchain the Key (그림 및 텍스트): 생략

새로운 조류

다행히 사회에 미칠 전반적인 영향을 의식하면서 임무를 중시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새로운 조류가 나타났다. 홀로체인(Holochain)과, 페어코인(Faircoin), 예타(Yetta), 로컬페이(LocalPay)와 같은 시도들은 그들 자신의 ‘코드 베이스(code base: 위키피디아, 왓이스)’를 그들의 사회적 명분과 명시적으로 연결시킨다. 페어코인(Faircoin)이 사용하는 코드 베이스는 전기를 조금만 쓰도록 강제하며, 사회에 유용한 프로젝트에 코인을 배분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예타(Yetta)라는 새로운 블록체인은 이더리움과 똑같은 스마트 컨트랙트의 기능성을 제공하면서도 지속 가능성을 의도하는 디자인으로 설계되어 있다. 게다가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하는 노드에게 자동적으로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소모량을 줄이도록 요구하는 코드 베이스의 조건을 완화시키는 방식도 도입한다. 그뿐 아니라, UN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뒷받침하기 위한 자동화된 자선 기부금도 가능하게끔 만들었다.

‘온전한 테크놀로지’에 가장 근접하는 두 프로젝트: 홀로체인(Holochain)과 로컬페이(Local Pay)

이 분야에서 온전한 테크놀로지(integral technology)에 가장 근접하는 두 프로젝트는 블록체인에서 탈피하는 접근을 택한다. 그중 하나인 홀로체인(Holochain)은 데이터를 분산 원장에 공유하면서도 단 한 개의 블록체인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에너지와 시간의 소모를 줄일 뿐 아니라 책임의 식별과 추적이 어려운 컴퓨팅 ‘채굴자들(miners)’의 의사결정에 의존하는 방식을 피한다. 현재 대단히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그러한 ‘채굴자들’의 의사결정에 의존하고 있다. 로컬페이(LocalPay)는 디지털 토큰을 완전히 배제하는데, 현재 300개가 넘는 지역 사회의 사용자들이 거래를 개시하기 위해 통화를 구입하거나 채굴할 필요가 없도록 설계된 코드를 바탕으로 작동한다. 그 사용자들에게 로컬페이가 마련해 주는 통화는 그들이 거래를 원할 때 무상으로 생겨나는 ‘계산 단위(? 회계 단위, unit)’일 뿐이다.

홀로체인과 로컬페이는 기존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복제품에다 단지 립스틱을 바른 것이 아니다. 그 설립자들은 처음부터 새롭게 구상하는 그림판에서 출발하여 코드 생성자와 기업가, 투자자, 자선가, 규제 감독자와 정책 결정자를 위한 임무 중심의 역할들을 창조해 냈다. 그들은 생태계를 지배하는 게 아니라 생태계에 잘 조응하는 테크놀로지를 고안했다. 이 같은 ‘온전한 블록체인(integral blockchain)’과 디지털 통화 프로젝트의 세대는 자신의 코드 베이스와 내재적 거버넌스를 사회와 환경에 바람직한 결과와 일치시킨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프로젝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게 아니라, 건강한 사회에 꼭 필요한 부분이 되고자 매진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들은 영아기 상태에 머물다 감독 당국에 의해 죽임을 당할 것인가? 아니면, 과세 회피와 범죄와 자본 도피에 길을 열어주면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괴물로 커갈 것인가? 아니면, 인류에게 의미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마지막 시나리오가 생겨나려면, 부문과 부문을 가로지르는 대화와 방향 제시가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역주]§. 원문에서 "By sharing data and not using a single blockchain"으로 되어 있으나 앞부분을 "데이터를 분산 원장에 공유하면서도"라고 다소 의역했다. 왜냐하면 홀로체인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어플리케이션은 중앙의 서버에 전혀 의존하지 않는 데다 어플리케이션에 참여하는 각 개별 기기의 P2P 호스팅(즉, 중앙의 서버가 없는 p2p 클라우드)만을 이용해 데이터를 분산해서 저장하고 처리하기 때문이다. (1) 각 사용자의 기기는 그 자신의 소스 체인(source chain)을 보유하고, (2) 각 어플리케이션은 그 자신의 원장(즉, 홀로체인)을 보유하며, 이 원장 데이터를 p2p 클라우드와 연동하는 새로운 방식의 분장 원장(distributed ledger) 요소인 DHT(Distributed Hash Table)에 저장한다고 한다. 좀 더 상세한 내용에 대해선 다음 두 자료와 웹사이트를 참조하면 직관적인 이해에 도움이 된다(그 밖에 자료 목록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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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eemed your article. This article was resteemed because you are part of the New Steemians project. You can learn more about it here: https://steemit.com/introduceyourself/@gaman/new-steemians-project-launch

앞에 있는 댓글은 게시 즉시 따라붙은 수상한 댓글로, 피싱 링크가 심어져 있을 공산이 큽니다.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바로 차단했습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온전한 테크놀로지(integral technology)'에 달린 하이퍼링크가 가리키듯이, 이 개념에 대해서는 지은이가 창립 이사로 설립한 연구소, '리더십 및 지속 가능성 연구소(IFLAS)'에서 게시한 다음 문서가 있다. 이 말을 포함해 무슨 말을 빌려올 때는 그 말에 담긴 의미도 좀 살펴본 연후에 빌려 와야 한다.

─. Jem Bendell & Matthew Slater, "Integral Technology in Blockchain, Cryptocurrency and Beyond – a concept note for discussion", Institute for Leadership and Sustainability (IFLAS), 2018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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