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vely Tour: London #5] 흐린 날의 버킹엄 궁, 여왕을 보다.

in #artisteem6 years ago (edited)


| @songvely August. 26. 2018. |






Buckingham Palace, London





B u c k i n g h a m   P a l a c e

여왕을 보다.






런던의 아침, 비가 내렸다.
 




출근하는 사람들조차 구경하게 되는 나는 관광객.


  런던에서의 셋째 날 아침에는 비가 왔다. 어쩌다 런던 벌써 삼일째까지 오게 되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걸 따지다 보면 여행기를 절대 끝내지 못할 게 뻔하다.

  런던은 비가 올 때 진짜 런던처럼 느껴진다. 많은 런더너들이 걸치고 다니는 트렌치 코트도 비로소 제 역할을 다 하는 것 같고, 오래된 건물들은 더 짙은 색깔로 고풍스러움을 뿜어낸다.


  우리는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 버킹엄 궁전으로 향했다. 피카딜리 라인 지하철을 타고 Green park 역에 내려서 조금만 걸으면 금방 도착이다.

  꾸물꾸물 이상한 소리를 내며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부을 것 같은 하늘. 하지만 길치와 길치가 만나 부부가 되었으니, 우리에게는 구글맵을 믿고 열심히 걷는 것에 집중했다.











일상과 여행이 공존하는 곳



G R E E N    P A R K
 




Green, Green, Green.


  Green Park 라는 역 이름답게 그 곳은 정말로 녹음이 가득했다. 나는 비 온 뒤의 흙 냄새와 풀 내음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공원 전체가 바로 그 향기로 가득했다. 이른 아침의 상쾌한 공기와 더불어 풀과 흙, 나무가 뱉어내는 충만한 산소는 온몸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 같았다. 스카프를 머리에 칭칭 두르고 우산도 없이 버킹엄 궁전을 향해 걸었다.


  버킹엄 궁전 근처에는 공원들이 정말 많다. 궁전 앞 쪽에는 세인트 제임스 공원이 있고, 위 사진의 Green park,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하이드 파크까지 크기도 분위기도 정말 다양하다. 어딜 가든 자연을 마주할 수 있는 도시, 그래서 런던이 더 좋았다.



버킹엄 궁을 떠나 빅벤을 향해 걸어가는 길



여왕이 있는 곳
 



Buckingham Palace, London

  궁전 앞 광장에 도착하자 점점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맑아졌다. 극성수기를 피해 떠난 여행이었고, 비오는 날의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광장에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근위병 교대식이 시작할 때가 가까워져 오자 사람은 훨씬 더 많아졌다.

  도착하자마자 찍었던 사진.

  확실히 하늘이 더 흐리다. 뒤로 보이는 군중은 아무것도 아닐만큼 사람들이 꽉꽉 들어찼다.








  밀려드는 관광객이 근위병 교대식 시간이 가까워짐을 알리는 신호라면, 점점 늘어나는 경찰들은 교대식 시작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특이한 점이라면 경찰들이 모두 말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다그닥 다그닥 거리는 말발굽 소리를 내며 근위병과 군악대가 행진할 길을 정돈한다. 무섭지는 않지만, 근엄함이 느껴지는 분위기다.



행진의 시작
 



Buckingham Palace, London

  교대식에서는 우리가 익히 보아온 빨간 제복의 근위병만 행진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꽤 오랜 시간동안 광장을 돌아 걷는다. 트럼펫과 호른, 심벌즈 등을 연주하며 걷는 군악대도 있고, 말을 타고 가는 기마병들도 있다.







  대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떠났었다. 그 때만 해도 경복궁이나 덕수궁의 근위병 교대식이 자리잡지 않았던 때였다. 버킹엄 궁의 인파 속에서 우리 나라도 이런 근위병 교대식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요즘 TV에 나오는 전통 행진 풍경을 보면 왠지 뿌듯하다.





  잘 보면 사람들이 자세가 하나같이 똑같다. 사진과 영상을 찍기 위해 어깨가 빠지도록 팔을 위로 쭉 뻗었다. 셀카봉 가진 사람이 승자다. (우리 나라에서 유행했던 셀카봉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한참 뒤에 유명세를 얻었다. 저 때만 해도 내가 셀카봉을 들고 다니면 그게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고, 발빠른 노점상들이 셀피스틱을 들여놓았다. 지금은 관광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품이 되었겠지.)







여왕의 행진
 


  보통 근위병 교대식이 끝날 때 쯤이면 원활한 지하철 이용을 위해 미리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날은 유독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지나가는 경찰이 슬쩍 말해주었다. 곧 여왕이 나올테니 가지 말라고.



Buckingham Palace, London

  조금 뒤 차 두 대가 연달아 나왔다. 차에 문외한인 내가 딱 보아도 참 예쁜, 흔하지 않은 짙은 버건디 색상의 차가 앞장섰다. 그 차의 뒷좌석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타고 있었다.

  가이드 라인 가까이에 있던 나도 줌인을 해봤자 저 정도가 최선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낮은 함성을 지르며 깃발이 꽂힌 차를 향해 일제히 셔터를 눌러댔다.



손을 흔드는 엘리자베스 여왕

  사실 처음 런던에 여행을 와서 근위병 교대식을 봤을 때에는 실망감이 컸다. 극성수기에 사람은 미어터지게 많았고, 햇살은 따가웠다. 그래서 두 번째 런던 여행 때는 버킹엄을 찾지 않았다.

  그 해에는 런던 여행이 처음이었던 햇님군을 위해 버킹엄을 찾기는 했지만 나는 마음 속으로 어떤 감흥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날은 버킹엄을 떠나며 뭔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드디어 주인공을 보고 나온 느낌이랄까. 어릴적 다이애나 왕비의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부터 어렴풋이 가져온 영국 왕실에 대한 호기심과 이미지들, 그 중심에는 역시 여왕이 있었던 것 같다.






혼자 여행하던 여자, 처음 여행하는 남자의 유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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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버킹엄! 벌써 15년이나 됐네요. 풋풋한 21살이었는데 ㅎㅎ
그 때 사진들은.. 하드디스크 망가져서 당시 싸이월드에 올린 사진들 빼곤 찾을수가 없네요. 추억만 남아있고 ㅎㅎㅎ
송블리님 덕분에 추억을 소환해봤습니다. 40세가 되기 전에 와이프와 함께 영국 여행 하고 싶네요. 추억을 떠올리며

우와 영국을 한번 훑어본 느낌이에요. 여왕님이있눈 궁도 보고 넘 신기하네요:) 영국의 공원이나 정원은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이 더 짙다는데 정말 공원이나 녹음이 푸르른 길을 보니 그렇네요 :)

여왕도 보시고 왕부럽습니다 ~^^

좋은추억 많이 만들고 오셨군요^^

여왕까지 봤다면 근위병교대식의 끝판왕을 본거나 다름없겠네요^^
셀카봉개발한 사람은 노벨상을 줘도 됩니다. ㅎㅎㅎ

와우~ 궁전이 정말 멋지네요~

여왕님도 보시다니... 마치 영화의 한장면 같은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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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에 버킹엄 궁전을 못갔습니다. ㅠㅠ
근위병 교대식을 아이랑 둘이서 오래 서서 기다리기가
어려울것 같아서요. 그런데 쏭블리님이 이렇게 멋진 사진 플러스!
여왕님 사진까지!!!! ㅎㅎㅎ 덕분에 저도 제눈으로 본듯 잘보았습니다.

이오스 계정이 없다면 마나마인에서 만든 계정생성툴을 사용해보는건 어떨까요?
https://steemit.com/kr/@virus707/2uepul

역시 남는 건 사진이라고 이렇게 많이 그리고 잘 찍어놓으시니...후기가 참 훌륭하네요..ㅎㅎ
비 내리는 런던에서 트랜치코트 입고 비나 맞고 싶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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