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orthodox> 그리고, 베를린에서 (2020)

in #aaa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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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6일 Netflix 에서 방영을 시작한 미니 시리즈 ‘그리고 베를린에서’ Unorthodox. 독일계 드라마 웹 텔레비전 시리즈지만, 대부분 배경은 뉴욕인데다 대사는 영어로 이루어지기에 시청에 불편함은 없다. 이 시리즈는 Deborah Feldman 데보라 펠드맨의 2012년 자서전 Unorthodox 에 기반을 둔다.


 19세의 유태인인 Esty 엣지(주인공)가 브루클린 윌리엄스 버그에서 결혼한 후, 엄격한 하시디즘 공동체에서 도망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무도 모르게 그녀의 어머니가 살고있는 베를린에 도착한 그녀. 세상과 단절되어 있던 삶을 버리고 그토록 원하던 음악원에 들어가 평범한 삶을 꿈꾼다. 그녀가 사라진 후, 난리가 난 공동체의 랍비와 엣지의 남편은 그녀를 쫓고 쫓아 베를린까지 오게되는데…


 영화 속 그녀가 발견하는 두 세상간의 간극을 따라가며 보여주는 부분은 교육, 사상, 믿음 등 여러 필드를 포함하고 있다. 그녀가 살아온 공동체의 한계는 그녀의 삶을 옥죄고 있었다는 사실에 분개하는 동시, 그녀의 조심스럽고도 용기있는 걸음에 응원을 보내게 될 것!



영화에서 주목할 점, 세가지



 첫째, 영상의 구도. 영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상-하, 좌-우로 물 흐르듯 연결된다. 엣지가 처음 공동체에 들어오게 된 배경과 이유 그리고 끔찍한 결혼생활, 즉 대부분 과거를 비추는 파트와 현재, 엣지가 베를린으로 도망쳐 오면서 몸에 배어있는 하시디즘 공동체의 잔해를 벗어나는 과정 이 둘을 교차하며 보여줌으로서 시간적 배경을 오간다. 그녀가 베를린에 도착하는 장면에서 계단을 올라가는 씬을 내보낸 후 랍비와 남편이 그녀를 좇아 베를린 호텔의 로비에 내려오는 장면을 교묘하게 배치한다던지 하는, 배경과 구도는 다르지만 마치 모든 시간이 연결되어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둘째, 엣지의 성장기. 처음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엄마와의 분리가 하시디즘 공동체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지지만 엄격하고 답답한 공동체 생활에 점차 빛을 잃어간다. 왜 '임신'과 '출산' 만이 여성에게 주어지는 삶의 목적인지, 왜 시누이, 시어머니 그리고 모든 사람이 남편과의 침실속 관계에 개입하는 지 격한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그녀. 사사건건 모든 행동과 사상을 가로막는 하시디즘의 행태에 불안감과 답답함을 느낀다. 그런 그녀가 탈출을 결심하고 베를린으로 넘어온 후 마주한 곳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많은 것들을 보고 처음으로 배우는 갓 걸음마를 뗀 아이같은 그녀의 내적, 외적 성장기를 따라가는 것이 포인트.


 셋째, 하시디즘 공동체의 실체. 이에 대한 묘사는 가히 충격적이다. 물론 묘사라기 보단 실체 자체가 되겠다. 하시디안은 마카비 전쟁시대에 정치적 삶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유대 종교 단체이다. 사전에선 18세기에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유대교도 사이에 일어난 신비주의적 경향의 신앙 부흥 운동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에 대해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바는 없으며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는 대부분의 설명도 주관적이라는 데에 그친다. 이 시리즈를 통해 알게 된 그들의 사상의 기반이 어디서부터 유래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세상의 셀 수 없는 운동가들이 평생 헌신하고 싸워 쟁취한 인권의 많은 부분을 거꾸로 거스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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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엣지의 서사를 따라가는 '그리고, 베를린에서' 는 모든 것이 그녀의 시점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하시디즘 공동체의 극단적인 규율과 통제성을 여성의 눈으로 접할 수 있는데, (그들의 언어로) '세속적인' 모든 것들을 배척하는 그들만의 단단한 공동체성은 탄식을 부를 정도다. 여성이 바지를 입는 것 부터 투표를 할 수 있는 것, 교육을 받는 것, 아이를 낳고 공동체를 확장하는 일만이 삶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 그리고 남편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이 이 공동체에선 적용되지 않는다.


 이 시리즈로 하시디즘의 대략적인 그림은 충분히 그려진다고 볼 수 있겠다. 엣지의 경험은 한 개인이지만, 이를 통해 따라가는 이야기는 공동체의 대표적인 규율과 삶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적용되는지는 자명하다. 하시디즘 자체는 무척이나 생소하지만, 뉴욕시 브루클린에서 당당히 시민권을 행사하고 그 어느 세력보다 정치적인 힘을 자랑하는 그들이며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그들만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사실. 그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한 번은 꼭 시청해야할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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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을 불러오는 리뷰네요~

넷플릭스에도 이 공동체를 다룬 다른 다큐가 있고, 다른 플랫폼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상을 여럿 수상한 다큐도 보이네요 :) 정훈님께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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