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세이] 반칙이 필요하진 않나요?

in #aaa2 years ago

삶이 만족스럽냐는 질문에 대해



 삶에 만족하나요? 라고 물으면, 어떤 이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 그럴 리가요. 삶에 만족한다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럼, 삶이 불만족스럽나요? 라고 물으면, 그들은 또 우물쭈물할 것이다. “뭐, 불만족스럽다는 건 아니고요. 그냥, 딱히, 뭐, 다들 그렇게 사는 거죠.”

 많은 사람들은 삶의 만족을 바란다고 말들 하지만, 막상 지금 삶에 대해서 큰 불만은 없다고 얘기한다. 이율배반적이다. 그건 우리가 자기만족의 범위를 스스로 제한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우린 큰 만족을 얻는 것보다, 큰 실망을 피하는 걸 우선순위로 둔다. 크게 기대하면 실망도 큰 법. 그래서 우린 우리 속에 들끓던 격정은 넣어놓고, 우리의 마음을 잔잔한 호수로 만들려고 애를 쓴다.

반칙왕2.jpg

 만족에 대한 열망, 불만족에 대한 응어리 모두 호수 아래에 가라앉히고, 하루 또 하루를 살아간다. 얻기 쉬운 작은 일에 만족하려고 애쓰면서 말이다.

 결국에 삶이 만족스럽냐는 질문은 애초에 잘못된 질문이다. 삶이라는 그 거대한 그릇 속엔 모래 알갱이처럼 무수한 여건, 상황, 요소들이 있는데, 이것들을 다 뭉쳐서 통합된 만족을 측정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평가자의 ‘지금’에 따라 평가 결과는 오락가락 한다. 평가하는 그 순간, 만족의 모래알에 반짝였다면 대체로 만족하다고, 불만족의 모래알이 도드라지게 보였다면 대체로 불만족이라고 말할 것이다.

 삶의 그릇은 만족과 불만족의 알갱이를 동시에 담고 있고, 우린 그 둘을 함께 지니고 살아간다.

 어떤 이들은, 내 삶의 불만족들을 다 덮고도 남을 정도의 자기만족을 찾기 위해서 오래전 호수 아래로 가라앉힌 ‘격정’, ‘열망’, ‘열정’ 같은 것들을 힘겹게 끌어올리기도 한다.

반칙왕6.jpg

 오랜만에 자신의 열정과 마주하게 된 이들의 일상엔 미세한 균열이 일어난다. 무언가에 뜨거웠던 오래전 자신과도 마주하게 되고, 이 경험은 자신의 마음에도 균열을 만든다. 그는 더 이상 살던 그대로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걸 깨닫는다.

 영화 <반칙왕>의 기본 구조는 이렇다. 더 나은 나, 만족하는 나를 찾아나서는 사람의 이야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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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이 필요한 일상



 송강호가 연기한 은행원 임대호의 일상은 그야말로 지리멸렬하다. 은행에서도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상사에게 핀잔을 듣고 급기야 헤드락을 걸리기도 한다. 별로 인정받지 못하고, 일상의 낙도 없는 인생이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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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루한 일상은, 송강호가 프로레슬링을 배우기로 하면서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프로레슬링을 배우며 자신감도 생기고, 목표가 생기면서 새로운 활력이 점점 일상을 채우게 된다.

 때론 일상에 반칙이 필요하다. 누가 정한 건지는 모르지만, 우린 보이지 않는 룰에 따라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룰에 적응해버린 사람의 일상은, 편할지는 몰라도 어떤 ‘의미’를 찾기 어려워진다.

 송강호가 <반칙왕> 캐릭터로 프로레슬링을 배우는 과정은, 자신을 가두고 있는 일상의 규칙과 룰을 깨려는 움직임이다. 고착화된 일상의 룰은, 규칙을 넘어서는 일탈이나 반칙이 아니고서는 여간해선 뛰어넘기 어렵다.

 복면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사회적 가면을 쓰고 반칙왕으로 거듭나는 그 순간이야말로, 평범한 은행원 송강호에겐 룰을 훌쩍 뛰어넘어 깊이 가라앉아 있던 자신을 건져내는 일인 것이다.

 이야기의 구조나 플롯의 관점에서 보면, <반칙왕>은 지극히 진부한 영화다. 지루하고 불만족스러운 일상을 살던 주인공이,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서 일상에 변화가 생기고 자기 자신을 되찾는다는 얘기는 수없이 변주되어 왔다. <음란서생>, <쉘위댄스> 또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영화들은 춤, 운동, 글쓰기, 노래 등등 주인공이 빠져드는 분야를 바꿔가며 반복되어 왔다. 매력적인 이성이 나온다는 것과, 웃음을 유발하는 조력자 내지 동료가 등장한다는 것도 이들 영화의 공통점이다.

반칙왕4.jpg

 진부하다는 것은, 무조건 단점을 의미하진 않는다. 진부함은 그 이야기 구조가 우리에겐 익숙하다는 뜻이다. 그 익숙한 구조 속에서 그 영화만의 특징과 재미를 보여줄 수 있다면 성공작이 되는 것이다. <반칙왕>이 성공작인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송강호 때문이다. 찌질함과 비장함을 완벽히 소화하며 연기한 덕에, 우린 영화 <반칙왕>을 통해 폭소를 터뜨리며, 삶의 비애를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난 이 영화를 통해 처음 김지운 감독을 주목하게 되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의 차기작을 기다리는 것은, <반칙왕>에서 얻었던 달콤쌉싸름한 느낌 때문인지도.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가보자. 내 삶에 만족하는가. 혹은 불만족스러운가. 어느 쪽도 속 시원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우린 어떤 일상의 룰 속에서 익숙함만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일상의 룰을 어기고 반칙을 하는 자는, 또 하나의 즐거운 이야기를 만들게 될 것이다.


@hodolbak님의 '인물열전' 이벤트를 보고 애정하는 영화 <반칙왕>을 떠올려보게 되었습니다.
즐거운 이벤트 감사합니다.


영감5.jpg

마나마인로고.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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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dolbak-aaa님이 kyslmate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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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 후원하기
결론 : 네 됩니다.

쏠메님 (kyslmate 의 반칙왕리뷰에 시간차를 두고 해봤는데 되더군요..
이건 후원경매같은거에 활용할 수 있을려나요.
<bl...

그는 더 이상 살던 그대로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걸 깨닫는다.

한 번 알면 다시 돌아갈 수 없죠. 그러고 싶어도.
이 리뷰 너무 좋네요. 진부하다는 건 때론 좋은 의미
애정하는 영화를 골라보다 현실의 잊고 있던 혹은 억압된 잠재력이 발휘되는 영화 플롯을 전 항상 좋아했어요. 반칙왕도 제겐 그런 류의 영화죠.

고물님이야말로 반칙왕 같은 구조를 직접 구현하며 살아왔을 거 같아요ㅎㅎ 훌쩍 떠난 여행도 일상을 바꾸고 나를 바꾸죠. 영화 같은 쿠바여행기를 만들어내셨구요^^

으헛! 생각지도 못한 말씀 저는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나는 중인 것 같아요 알라딘처럼 살아보려구요 ㅎㅎ^_^

@hodolbak-aaa 님이 본 게시글에 50 AAA를 후원하셨습니다. 지갑 내역을 확인해주세요.

감사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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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왕 오랜만에 보니 좋네요

꽤 오래전에 나왔지만 지금 봐도 즐거운 영화입니다ㅎ

만족도... 그렇다고 불만족스런것도 아닌...
누군가에겐 반칙으로 여겨지는것도 다른 사람에겐 아닐수도 있는게 인생이 아닐까 싶네요!
웃음도 주지만 씁쓸한 우리내 삶을 담은영화...

웃음과 씁쓸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참 좋더라구요. 즐거운 반칙이 있는 일상 되시길 바랍니다^^

전, 아마도 삶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만족한다'고 답할 거 같아요.
육지에서의 바쁜 생활은 접고 제주에서 반백수로 살다보니, 혹시나 이 패턴이 깨질까 두려울 정도로 현재 참 만족스럽네요.^^
반칙왕은 꽤 유명했던 영화인데 보진 못했습니다. 언제 한번 챙겨봐야겠어요.ㅋㅋ

삶에 자신있게 만족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만큼 좋은 게 어디있을까요! 제주에서 반백수의 삶!! 정말 생각만해도 설레는 일상입니다. 제게도 그런 행운이 찾아오면 좋겠어요^^

반칙왕, 즐겁고 신나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강추합니다ㅎ

쏠메님 리뷰를 이렇게 잘 쓰시면 반칙입니다.

리뷰계의 반칙왕이 되고 싶네요ㅋㅋ

송강호 외모가 리즈시절이네여 ㅋ

네 피부가 아주 탱글하지요ㅎㅎ

@hodolbak-aaa 님이 본 게시글에 30 AAA를 후원하셨습니다. 지갑 내역을 확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확인할게요ㅎ

@chaeg 님이 본 게시글에 500 AAA를 후원하셨습니다. 지갑 내역을 확인해주세요.

와우, 감사합니다!ㅎ

이 영화에서는 회사를 그만두면서 화분을 깨는 장면이 기억나네요. ^^

전 불량청소년이 담배 피다가 바닥에 꽁초를 버리자, '줏어라' 하는 장면이 제일ㅋ

신구가 등져 누워 자다가 복면 보고 화들짝 놀라며 두들겨 패던 장면이 떠오르네요. ㅎㅎㅎ

ㅋㅋ 네 깨알같은 웃음을 주는 포인트가 여럿이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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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eg님의 [AAA] 총 4000AAA 후원한 글들을 소개합니다!

... 보았던 것 같습니다. 우직함의 미덕. '여리고성이 무너졌네' 라는 제목이 적당합니다.
  • kyslmate의 [영화에세이] 반칙이 필요하진 않나요?
    https://steemitimages.com/50...

    쏠메님 너무도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장진영이 참 보고 싶네요...
    부족하지만 보팅과 후원을 조금 드립니다.

    호돌박님 덕분에 추억속 제 마음의 명작을 들추어 보았습니다ㅎ 호돌박님에게도 명작이라니 더 반가웠구요^^

    @chaeg님 큐레이션을 타고 들어와서 아주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저도 반칙왕을 인상적으로 본 기억이 있는데요. 너무 오래 전이라 어떤 내용인지조차 잊고 있었네요. 김지운 감독 영화인줄은 몰랐네요. 요즘 만든 영화들보다 나은거 같아요. 전 송강호 출연작 중엔 반칙왕과 우아한세계가 좋았던 기억이에요. 뭐 워낙 유명한 작품들 많지만요 ㅎ

    네 저도 우아한 세계 참 좋아합니다ㅎ 조폭 같지 않은 조폭의 모습에 비실비실 웃음이 나왔지요.
    공감하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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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ngsguards 님이 본 게시글에 100 AAA를 후원하셨습니다. 지갑 내역을 확인해주세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다음글들도 기대할께요

    감사합니다. 잘 써볼게요^^
    후원도 감사드려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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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닐지 ㅋㅋ


    seo70
    베를린이 떠오르네요. 인상적이였지요


    kyslmate어떤 역을 해도 양아치 삘 나는 배우.ㅎ 언젠가 그의 진지한 로맨스 한 번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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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yslmate 님 말대로 '그래도 이건 잘했어!'라고 할만한 것들도 많이 있었을 거에요. 이렇게 그 순간의 감정을 글로 남기신 것도 잘하셨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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