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think] 하지 못하는 것을 하지 못한다고 하기

in #kr6 years ago (edited)


나는 허풍을 치는 것을 상당히 싫어한다.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한다거나, 10의 역량을 가지고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100만큼의 역량을 가진다고 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그 것이 개인 스스로만 오롯이 책임진 채 끝나면 상관이 없겠지만, 역량을 잘못 예측한 것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분명히 잘못이라고 본다.

어릴적부터 눈칫밥을 먹고 자라서 그런지 상황이 돌아가는 분위기에 대한 감은 상당히 빨리 잡는 편이다. 그러니까 상대방이 정말로 나를 진심으로 위하려 하는지, 아니면 뜯어먹을 궁리를 하고 있는지는 꽤 빠르게 파악하는 편이기도 하다. 착취적 인간관계는 때로 우아하게, 때로 적나라하게 발생하는데, 어떤 경우든 한번 정도는 속아넘어가주는 편이다. 이는 사실 상대방의 염치를 테스트하는 과정이기도 한데, 염치가 어느정도 있고 없음은 착취의 의도가 어떻게 계속 진화하는가에 달려있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잘 살펴보아야할 점이 하나 있다. 배울 점이라는 것은 상대방의 장점을 취하는 것이 되기도 하지만, 단점에 관해 반면교사로 삼을 경우도 있다. 물론 대체로는 그 장점과 단점이 같이 가곤 하는데 장점이 단점을 압도하는 사람과 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 본다. 지금 같이 무언가를 추진하고 있는 리더 - 그러니까 우리 팀의 또 다른 리더 - 는 이런 점에서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단점에 있어서,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한데도, "그 것을 해왔다 - 그만큼 역량이 있다"고 어필하는 것에서, 부정적인 인상이 남았다. (물론 추친력과 결단력이 있다는 점은 높이 산다.)

어차피 단기적으로 구성된 팀이기도 하고, 일정이 끝나면 서로 인사하고 헤어질 사이라는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다. 나는 내 영역만 지키면서 내 쪽에 맡는 부분들과 이에 연관된 팀원들을 케어해주기만 하면 된다. 저번 회의에서, 한 팀원은 나에게 저 리더가 자신의 업무에 관여하는 것이 싫다고, 간섭하지 않도록 막아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안다. 자신은 어떤 분야에 대해 거의 0의 역량을 가졌으면서 100의 역량을 가진 것처럼 이야기하며 또한 일정 역량을 가진 팀원들에게 지시하고 훈계하며 흔들어놓는 것이 싫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상대방의 역량을 안다. 한두번 마주해서 파악하지 못한 것들이, 여러번 보고 부딪히다보면 자연스레 흘러나오기 마련이다. 어쩌면 이 사람은, 자신의 역량 부족을 숨기고 싶어서 좀 더 마이크로 매니징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지시를 하다보면, 스스로 분야에 깊게 일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하니 말이다.

어찌되었든, 허풍은 재미를 주기 위한 것을 넘어서면 안된다. 하지 못하는 것을 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은 안다. 하지만 하지못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순간, 스스로의 삶에 있어서 오히려 더 많은 굴곡과 꼬임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자신은 모르지만 남들은 다 눈치채는, 그래서 누구도 믿지 않지만 믿어주는 척하는 일이 그리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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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논리안에 들어오면 그것도 어렵더군요. 시장이 그렇게 움직이면 모두가 역할놀이(?)를 하는 것같아 역겨워지기도 하지만 그것이 살아가는 것이라면 그저 하루하루 버텨가는 삶의 발걸음이 되더군요. 그냥 저의 상황입니다. ^^

보통은 알면서도 서로 속아주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생업이 걸리는 것이라 생각하다보면, 그러려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해관계 앞에서 아주 개인적인 이익과 효율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을 저도 꽤 겪었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열정이나 자신감이 아닌 형태로 자신을 부풀리는 것은 단골소재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자신감과 허풍을 구별해내는 것이 참 중요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높게 치다보니, 부풀리는 것에 대해 더 부정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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