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대, 현대인에게 필요한 언플래트닝

in #kr-philosophy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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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다면화 되고 점점 더 복잡해집니다. 철학의 이름 하에 미학, 음악, 자연과학, 문학, 사회학, 정치학 등 넓은 분야를 다루던 인간은 점점 세분화 된 분야, 그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고 시각은 좁아집니다. 결국 다면화 되고 복잡한 세상에서 더욱 역동적이여야 할 인간은, 아주 좁은 전문 분야에 한정된 기계부품처럼 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언플래트닝, 생각의 형태(Unflattening: A Visual-Verbal Inquiry into Learning in Many Dimension)'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것이 만화이며 동시에 교육학 박사 논문이라는 것입니다. 저자인 닉 수재니스(Nick Sousanis)는 실제로 이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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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모티브는 플랫랜드(Flatland)라는 소설에서 가져왔습니다. 소설의 내용은 2차원인 평면에서 살고 있는 사각형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3차원에 살고 있는 우리가 더 상위 차원에 대해 도저히 상상하기 힘들듯 평면에 살고 있는 도형들도 3차원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미친 소리로 느껴지지요. 물론, 도형 나름의 다양성은 띄고 있습니다. 사각형, 오각형 등 다양한 도형들이 있지만 이들 모두 2차원 도형의 형태를 넘은 사고를 할 수 없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 플랫랜드의 비유를 차용해, Flatland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Unflattening을 내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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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을 통해 보는 시각은 온전하지 않으며 다각도로 보아야 사물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결합이 어떤 전달력을 갖는지 보이십니까?

현대사회는 다시 통합이 필요한 사회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기술의 발달은 인간 사회를 총체적으로 바꿔놓을 것입니다. 가령, 인간 복제를 생명 공학의 손에 오롯히 맡겨놓는 것이 과연 안전할까요? 당장 인간 복제의 시대에 선행되어야 할 논의들을 잠깐 생각해보아도 정말로 다양한 초점이 필요합니다.

복제 인간은 어떻게 자랄 것인가. 복제 인간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어떠할 것인가. 복제 인간과 원본 인간은 사회적으로 어떤 관계로 해석해야 하며 복제 인간은 원본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체세포를 기증한 사람, 난자를 기증한 사람, 난자 세포벽 DNA를 제공한 사람, 자궁을 제공하는 대리모, 미토콘드리아 DNA를 제공한 사람, 실제로 그 아이를 키우는 사회적 어머니가 모두 다를 때 누구를 어머니라 해야하는가.

이와 관련된 전문분야를 나열해 보아도 법학, 생명 공학, 유전학, 의학, 뇌과학, 심리학, 사회학, 철학, 법학 등 너무나 많은 분야갸 엮여 있습니다. 사회와 개인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기술에 해당하지 않는 개인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기술적인 진보는 물론 생명 공학도들에 의해 일어나겠지만, 그러한 진보가 진정 인류의 진보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논의가 필요합니다. 첨부한 본문의 내용처럼 한 눈으로는 옳게 볼 수 없습니다.

다시끔 찾아올 통합의 시대, 단순한 협업에서 그치지 않고 다각도의 시각을 공유할 필요성 또한 나타내는 이 책은 현대인이 한번쯤 읽어보아야 할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림에 재능이 조금만 있었으면 저도 이러한 형식을 빌려보고 싶을만큼 시각적 이미지와 텍스트의 결합은 파괴적인 전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서평에서 지나치게 책을 분석해서 자세히 설명하는 것 또한 독자들에게 경직된 사고를 부여하는 플래트닝이라 생각하여 책의 내용보다는 언플래트닝이라는 개념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바에 비중을 두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플랫랜드에서 나온 말을 인용하고 마치겠습니다.

북쪽이 아니라 위쪽(Upward, Not North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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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텍스트와 이미지의 결합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지요.

맞습니다. 영감을 얻어 오늘 4시간 그림 연습을 했는데 영 성과가 좋진 않네요. 앞으로도 꾸준히 연습을 해보려 합니다.

플랫랜드라는 책은 여기저기서 굉장히 많이 언급되고 있네요. 기회가 닿는다면 플랫랜드도 읽어보고 싶어요.
그런데 그 책이 생소한 사람들에게는 언플래트닝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렵고 낯설겠어요. 저도 설명을 읽어보고서야 이해가 갔거든요. 책 제목이 좀더 쉬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아마 만화와 철학의 결합이라는 파격적인 형식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섞여있지 않을까요?

그림 정말 인상적이네요. 인간의 차원지각도 결국 평면의 조합... 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4차원적 사고가 필요할 때인 것 같습니다 :) 꼭 읽어봐야할 책인 것 같네요!

빔바님도 심리학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계신만큼,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사실 심리학이란 학문부터가 뇌과학, 신경의학, 정신의학, 사회학, 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학문이니까요.

그림이 너무 근사하더라고요.

맞아요.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포털사이트에서 책 좀 검색해 봤는데, 책 안의 만화체가 눈에 띕니다.
이 작가는 통합이라는 것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 같기도 하네요 ㅎㅎ

다각도의 관점과 통합.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분야의 전문 지식을 쌓으면 쌓아갈 수록
그 분야에만 매몰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자기 분야의 돋보기로만 보려는 경향이 저에게도 나타납니다.
자기 돋보기를 내려놓고 좀 더 폭넓게 사고하려면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되네요.
아... 저 책을 봐야하는 이유를 방금 찾은 것 같네요... ㅎㅎㅎ

네. 언플래트닝에서는 새로운 시야를 얻으려면 어떤 훈련이 필요한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사고의 지평에 대해서 알려주지도 않구요.

필요한 정보를 밖에서 찾으려 하는 것도 사실 본책에서 제시하는 획일화된 기계부품의 낡은 사고 중 하나겠죠.

다른 댓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정신의학, 신경의학, 뇌과학, 철학 뿐 아니라 경제학과도 결합하는만큼 유연한 사고를 가지기에 유리하며, 동시에 유연한 사고를 유도하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드미님도 이미 일정수준 유연한 시각을 가지고 계시며, 앞으로 필요할 것이기에 발전시킬 동기도 충분합니다.

저도 달의 뒷면까지도 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여담이지만, 다양한 분야와 접해있는 심리학이지만 대학원 진학 이후엔 전공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더군요. 깊게와 넓이를 동시에 얻는게 워낙 힘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방관자라서 쉽게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그 길을 걷는 사람에게는 속도와 위치를 동시에 아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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