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 그 그리움-순간을 영원으로(#51)

in #kr6 years ago (edited)

오늘 밭에서 김매다가 참외 서너 포기를 발견. 양파 캐낸 자리에 저절로 자란 겁니다. 개똥참외에 가까운 토종입니다.

참외라면 대부분 노란 빛깔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참외 종류는 많습니다. 빛깔도 수박처럼 푸른 빛깔도, 하얀 빛도 있습니다. 사과 모양의 사과참외도 있습니다.

근데 이게 어떻게 저절로 자랐을까요?
두 가지로 추축해봅니다. 하나는 지난해 저절로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는 그 자리에서 다시 싹이 돋은 것.

또 하나는 사람이 먹고는 그 씨앗이 살아남은 겁니다. 그러니까 참외를 먹다보면 씨앗도 함께 먹게 되는 데 이 씨앗은 소화되지 않고 똥으로 나옵니다. 이렇게 사람 소화기를 거친 씨앗이 발아가 한결 잘 된다고 합니다. 게다가 똥까지 덤으로 함께 나오니 거름도 풍부합니다. 이렇게 거름 속에 섞여 있다가 때를 만나 싹이 난 것이라 하겠습니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할 부분은 참외 모습입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한마디로 볼품이 없습니다. 시중 참외에 견주어 보면 울퉁불퉁. 들쑥날쑥. 빛깔로 그리 곱지 않습니다.
토종참외1.jpg
하지만 참외 처지를 생각하면 달라집니다. 이 참외를 누가 심어주는 게 아닙니다. 또한 누가 돌봐주지도 않습니다. 스스로 싹을 틔워야 하고, 스스로 병해충을 이겨내야 하며, 둘레 풀과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상처가 생기면 스스로 치유해야합니다. 왼쪽 참외 하나는 보다시피 움푹 팬 자국이 선명합니다.

맛은 어떨까요? 일단 반을 갈라보니 씨앗이 아주 잘 영글었습니다. 겉보기와 달리 씨앗은 윤이 나고 오동통하니 실합니다. 맛은? 질깁니다. 근데 질기다는 것도 상대적입니다. 부드러운 입맛에 길들여진 기준일 뿐입니다. 참외 처지를 생각하면 질긴 게 정상입니다. 벌레들이 함부로 침범하지 못하게 하니까요. 질긴 맛을 달리 표현하면 쫄깃한 맛이라 하겠습니다. 씹는 식감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쉽게 잊을 수 없는, 영원의 맛에 가깝습니다.
토종참외2.jpg

단맛은 적당합니다. 야생 동물이 좋아할 정도 단맛이라고 할까요. 너무 달다면 참외가 다 익기도 전에, 즉 참외 씨앗이 다 영글기도 전에 먹힐 위험이 높습니다. 다 익었다는 기준은 과육에 있지 않고, 씨앗에 있습니다.

멧돼지 같은 동물은 참외를 먹고는 바로 배설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 먹은 곳에서 어딘가로 멀리 가서 똥을 눕니다. 참외로서는 대성공입니다. 씨앗을 널리 퍼뜨리게 되니까요.

길들여진 삶에 익숙하다보면 가끔 야성이 그립습니다. 야성이란 자연 그대로의 성질입니다. 그래서 주말이면 산으로 바다로 나가는 지도 모릅니다. 이런 것 말고도 느끼려고만 하면 일상에서도 적지 않겠지요. 혀로 자연의 맛을 보는 것도 야성을 되찾는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에게 불편을 주지 않되, 자연스런 몸짓이라면 뭐든 야성의 문을 여는 고리가 하겠습니다.

농사도 야성을 벗어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하나하나 심고 가꾸고 거둬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사람 손이 덜 가도 잘 자라는 작물들-이를테면 들깨나 아욱 같은 작물이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저절로 자란 참외를 뚝 따서 먹다보니 ‘타박네야’라는 노래가 떠오릅니다. 노래에도 나오듯이 엄마 젖과 개똥참외. 묘하게 어울리는 자연의 맛입니다.

무더위도 자연입니다. 지치지 않으려면 마음도 야성에 가깝게 넉넉히 챙겨야겠습니다.

타박네야

타박 타박 타박네야 너 어드메 울고 가니
우리 엄마 무덤가에 젖 먹으러 찾아 간다
물이 깊어서 못간단다 물이 깊으면 헤엄치지
산이 높아서 못간단다 산이 높으면 기어가지
명태 줄라 명태 싫다 가지 줄라 가지 싫다
우리 엄마 젖을 다오 우리 엄마 젖을 다오

우리 엄마 무덤가에 기어기어 와서 보니
빛깔 곱고 탐스러운 개똥참외 열렸길래
두 손으로 따서 들고 정신없이 먹어보니
우리 엄마 살아생전 내게 주던 젖 맛 일세
명태 줄라 명태 싫다 가지 줄라 가지 싫다
우리 엄마 젖을 다오 우리 엄마 젖을 다오
명태 줄라 명태 싫다 가지 줄라 가지 싫다
우리 엄마 젖을 다오 우리 엄마 젖을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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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신기하네요..
항상 상품으로만 출하된 모양 이뿐 과일만 보다가 이런 야생에 제멋데로 자란 과일은 처음 봤어요 저 같은 사람이 보면 참외인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자연은 너무 신비롭네요~~~~

자연의 신비는 끝이 없는 거 같아요^^

앗 저 파란 참외가 노랗게 변하는게 아닌가 보죠?
제가 심은 참외도 푸른빛인데
농사 초보라 모르는게 너무 많네요^^

시중에서 모종을 사다 심은 것은
대부분 노란 참외입니다.
익어갈수록 노란 빛을 띄고요
토종 참외는 워낙 다양해서 한마디로 하기는 어렵습니다.

초보 농군은 그저 열심히 가꾸고 거두어 먹는다면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일입니다^^

야성이 느껴지는 글 감사합니다. 멋지십니다. ^^

고맙습니다.

저렇게 못생긴 참외가 속은 엄청 맛있더만요~~ ㅎ

씨앗을 잘 지키기 위한 전략일까요?ㅎ

그렇네요.
익었다는 기준은 씨앗에 있었네요~~
과일은 자꾸 먹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니...
그저 과육만 생각했어요.

씨앗이 잘 영글면 과육은 저절로^^

알아요. 개똥참외 씨가 정말 통통하고 굵어요.
참 좋은 글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야성의 생명들은 씨앗을 참 소중히 여기는 거 같아요

개똥참외
참 친근한 이름이지요.
타박네 노래도 오랜만에 봅니다.
저녁시간 편안하세요.

예전에는 밭에서 개똥참외가 흔했는데
요즘은 돈벌이 농사로 바뀌면서 보기가 어렵지요^^

참외 종류도 많나 보네요. 종의 순환은 신기한 측면이 있습니다. 무슨 연유로 그렇게 진화한 것인지...

환경에 맞춰 살아남기.
이 더위에 잘 살아남아야겠어요 ㅎ

씨앗 충실함에
최선을 다하는
참외
부처님이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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