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눈 덮인 길을 걸으며
문득 덮어두고 있던 일들이 떠올랐다
부끄러움을 이길 자신이 없어서
아담처럼 나뭇잎으로 가렸다
용서 받을 수 없어서
두려움 뒤로 숨어야 했다
눈 덮인 길도
시간이 가면 드러나듯
사랑은 용서라는 진리마저 덮어두고
돌아보지 않았던 시간들이
눈길처럼 이어져있었다
산다는 것은 누구를 사랑하는 일/ 이기철
누군가를 기다리다 잠드는 사람 있을 듯하다
그의 눈시울이 조금 젖었을 것이다
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반가워 고개를 들면
나뭇가지가 유리창에 편지를 쓰고
낮에 익힌 말들을 잊지 않으려고
잠들기 전에 새들이 잠꼬대를 한다
낙엽이 창을 두드린다
산다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혹은 사랑했던 기억의 방으로 들어가는 일
가을엔 걸어서 낯선 이의 집에 도착하고 싶다
창을 두드리는 낙엽 소릴 들으며
그가 벗어 놓은 신발에 소복소복
나뭇잎 담기는 것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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