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홑잎
홑잎 @jjy
곰보할아버지 목소리는 천리를 간다고 했다.
젊어서부터 귀가 먹은 곰보할아버지는 목소리가 워낙 커서
어디 있는지 금방 알았다.
어릴 적 마마를 앓고 딱지가 떨어지면서 얼굴이 온통 곰보가
되어 이름보다 곰보로 불렸다. 자라면서 동네에 있는 서당에도
못 가고 학교 문턱에는 얼씬도 못했다. 또래 머슴아들이 책보를
메고 학교에 갈 때 곰보는 이웃에서 불러 시키는 일을 하면서
식구들 입 바라지를 했다.
제법 자라 품 하나짜리가 되면서 넉넉하진 못해도 어머니나
동생들에게 조반석죽이라고 거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그 호사도 잠깐이었다.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일본에서 겪은 고생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그 중에도 청각을 잃었을 때였다. 처음엔 아무 소리도 알아들을 수
없었는데 차츰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목소리가
커졌다고 한다.
가는귀를 먹어 기차화통 같다는 목청에 멍석 하나 펼 만한 땅도
없는 가난뱅이에 곰보 자국만 얼굴에 한 가득인 남자에게 시집올
처녀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다 어떻게 콩 한 말만 구해 보내면
장가 갈 수 있다는 말에 큰댁에 빌다시피 콩 한 말을 얻어 결혼을
하게 되었다.
혼례를 치르고 열심히 일을 해서 아들 딸 낳아 기르면서 산비얄을
후비고 남의 송아지를 길러 마침내 다랑논을 샀다. 그리고 남들처럼
며느리도 보고 손자 손녀도 얻었다. 갑자기 상처를 하고도 꿋꿋이
버티고 일만 했으나 어린 손자손녀를 두고 아들 며느리가 차례로
세상을 떠나자 곰보할아버지는 낙심하고 며칠을 두고 술을 드셨다.
인근에 사는 작은 아들 내외가 집으로 모시겠다고 드나들자 번쩍
정신이 들었다. 저 병아리 같은 손주새끼들 삼태만한 논이라도 물려
주려면 고생이 되더라도 작은 아들에게 가면 안 되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중학교도 못 보낸 큰 손자를 데리고 농사를 지었다.
밥을 하고 빨래를 하면서 손자에게 농사일을 가르치고 손가락을
꼽으며 스무 살이 되던 해에 결혼을 시켰다. 이듬해 이른 본 증손녀
백일이 돌아올 무렵 자리보전을 하고 누우셨다.
친척들은 낮에는 일을 하고 밤이면 할아버지를 지켰다.
논에 아이 갈이를 하고 못자리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때였다.
운명하셨다는 말에 한 차례 섧게 곡을 하고 숨을 돌리면 후우 하는
숨소리를 내며 깨어나시기를 달포 가량이나 하셨다.
동네 사람들은 심퉁 맞은 곰보할아버지 어린 손자들 가엾지도 않은지
왜 그렇게 숨이 안 떨어지시느냐고 한 마디씩 했다. 그 핀잔을 끝까지
다 들으셨는지 곰보할아버지는 깊은 잠이 드셨다.
스무 살 겨우 넘긴 상주는 몸도 제대로 못 가누고 상여 뒤를 따랐다.
그 모습이 애처로워 근처 산소에 잠시 기대라고 한 노릇이 그만 평토제
지내라며 흔드는 소리에 오죽 고단 했으면 눈도 못 뜨고 곡을 했다.
애기똥풀이 노란 산길을 내려오며 나이어린 손부의 허리가 주체 할 수
없이 꼬부라지더니 주저앉아 울었다.
“우리 두고 가실 생각에 눈을 못 감으셨어요.
내가 아들만 낳았어도 그렇게 여러 날 고생하지 않으셨을 텐데...”
한참을 그렇게 우는 손부를 기다리던 친척들이 억지로 일으켜 집으로
오는 길에 갑자기 걸음이 빨라졌다. 모두들 의아해서 바라보는데 손부는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더니 나뭇가지를 움켜잡고 부지런히 뭔가를 훑고
있었다.
모두들 아무 말도 못하고 바라보고 있었다.
돌아온 손부의 치마폭에는 파랗게 빛나는 홑잎이 들어있었다.
할아버지 좋아하시는 홑잎나물해서 상식 지내야 한다며 앞장서서
걷는다.
따뜻한 이야기 한자락 같으면서도, 마음이 먹먹해 집니다. 우리가 잊고 사는 건 뭘까요~~
이젠 그 손부도 손자를 보았습니다.
아마 그 때의 마음 더 절절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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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적었다 지웠다 반복하고 있습니다.
가족의 사랑을 이다지도 애닳프게 잘 적어 놓으시니, 뭐라 댓글을 달아야할지...
곰보 할아버님의 고생스럽지만, 억척같과 성실한 삶, 그리고 가족들을 향한 사랑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손부가 가져온 홑잎나물...기분 좋게 드시고 좋은 곳으로 가셨겠지요....ㅠ ㅠ
왜 한 번씩
벌써 오래전에 떠나신
곰보할아버지가 생각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홑잎나물 나오는 철이라 그런거 같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이렇게 짧은 글에 담기겠죠? 그러나 저안에 굴곡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 끝이 가늠이나 될런지...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졌네요...
어쩌지요.
마음이 상쾌해지는 글을
일게 해드려야하는데
良い話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달핌님^^
청평밋업에 참석예정인 앤블리라고 합니다.^^
청평율 님 밋업공지에 올려진 아이디 보고 놀러왔습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곧 뵈어요.^^
감사합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반갑게 만나요.
인생사 뭐가 중헌디...
그 순서 바뀐지
벌써한참 지났어요.
방가방가
꾹
저도 반갑습니다.
행복한 오월 맞으세요.
곰보 할아버지 좋아하시는 홑잎나물 드시고 후손들 잘 보듬어주시어요
따뜻한 봄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아마 그 절절한 사랑을 안고 가셨으니
자손들 잘 보살피고 계시겠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