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어머니는 영원한 해병

in #kr8 years ago (edited)

어머니는 영원한 해병 @jjy

봄이 가득하다.
햇볕도 바람도 구름도 모두가 봄옷 차림이다.
사람만 춥다고 웅크리고 두꺼운 겨울 차림을 하고 아랫목을 찾는다.
길 건너 보이는 산딸 나무도 봄눈을 맞고 꽃보다 아름다운 자태로 서 있더니
오늘은 잎눈이 반짝이고 있다.

장날이라고 잠깐 내다보니 아장거리는 아기들의 모습이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리고
강아지들도 여기저기 사람들 사이를 바쁘게 다닌다. 뻥이요 소리를 신호로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뽀얀 김이 서리고 강냉이 자루를 든 사람들이 차를 타고 사라지면
어떻게 알았는지 참새들이 쪼르르 달려와 부스러기를 주워 먹는다.

그리고 할머니 유모차 부대가 줄을 잇는다. 어려서 못 타 본 유모차를 매일
끌고 다닌다며 싱글벙글 이시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우리 어머니는 지팡이
짚고 겨우 겨우 문밖출입이나 하셨는데 우리는 좋은 세상 만나 이 나이에
유모차 오너드라이버답게 반짝이는 팔찌가 자랑스럽게 빛나는 손을 흔드신다.

점심을 먹으려고 준비하는데 어머니 친구 분이 또 한 분 오셨다. 설에 남은
나물이랑 잡채를 넣고 비빔밥으로 한 끼 해결을 한다. 그리고 볕 좋은 날 한
바퀴 돌아오자고 하시면서 일어나신다. 그렇게 나가시면 약 1km 떨어진 해병대
사무실이 반환점이다. 길을 오가시는 동안에 보신 모든 장면을 중계해 주신다.

내가 저 뒷길로 해서 영원한 해병까지 갔다가 돌아오는데 밤나무에 하얀 꽃이
(사실은 마로니에) 너풀너풀 춤을 추고있다느니 누구네 집 딸은 작년 가을에 시집을
갔는데 벌써 애가 걸어 다니 게 생겼다는 말씀부터 가장 힘주어서 하시는 말씀은
어느 집에 자식이 아들 딸 합쳐서 아홉인데 글쎄 그 엄마가 요양원으로 갔다는데
친구들이 얼굴이라도 한 번 보러 갔더니 어찌나 슬프게 울면서 집에 가고
싶다고 하는지 두고 오는 걸음이 무거웠다는 말씀을 하시며 눈가를 훔치신다.

그리고 옛날 면사무소 있던 자리 옆에 운동화 장사가 왔는데 얼마나 예쁜지 하나
사고 싶더라는 말씀 호떡 장사는 오늘 처음 나왔는지 정신을 어디다 파는지 탄내가
나는데 누가 사먹겠느냐고 아무래도 오늘 장사 망친 것 같다고 걱정이 한 짐이시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에 하시는 말씀은 우리 집에서 쭈욱 내려가서 영원한 해병이라고
새겨 있는 글씨를 보면서 한 바퀴 돌아오면 힘이 솟고 기분도 좋고 보약 먹는
것만큼 좋다고 말씀하신다.

영원한 해병이 사람들도 미끈하게 잘 생기고 좋은 일도 많이 한다고 하시더니
갑자기 그 속에 몇 명이나 들어있는지 아느냐고 물으신다. 왜냐하면 내가 언제
박카스라도 사주고 싶어서 라고 하시는 우리 어머니는 그새 해병대 정신이 스며들어
어느 날 해병대 가신다고 하시지나 않으실지 모를 일이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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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원들에게 주기 위해서 바카스라도 사주시고 싶으시다니, ㅎㅎ 정말 해병대정신이 스며드시나보네요.

나중에 군복 사러 가실지 모르겠어요.
저 이러다가 어머니께 기합 받게 되면 어떡해요

왠지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납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지내세요.

jjy님의 따뜻한 일상을 살짝 훔쳐보며
여유 한줌 얻어갑니다
담담하게 써내려가신 문체가 읽는이의 마음을 감싸주네요

그냥 얘기하듯 쓰고 있습니다.

글속의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네요^^
jjy님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우리 어머니 집에서는 소녀
나가면 해병대 같습니다.

ㅋㅋㅋ 어머니 입대하시면..
면회 다시기 바쁘시겄습니다~^^

큰일났어요.
해병대는 주둔지가 먼 해안가나 섬이라고 하는데

봄기운이 만연하다고 함에도
님 말씀대로 저는 오늘도 내복을 차려입었네요 ㅋ

그렇네요..
생각해보면 과거에는 지팡이가 이동수단이었다면
요즘에서는 많은 용품들을 통해서
이동수단이 늘어났으니 좋은 세상이라고 할 법합니다.

많은 자식농사를 지었지만...
결국 본인은 요양원에서 집으로 가고 싶다고 하소연 하시는걸 보면..
본인을 위한 노후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듭니다.

잘 보고 가요

부모님을 요양원 보내는 자식들에게
잘 잘못을 따질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봅니다.
그러나 본인에게 닥치면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겠지요.

시대의 풍파라고는 해도...
참...씁쓸하기 그지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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