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마지막으로 손을 놓는 이파리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부터 광합성을 하는 일도 없고
침으로 마른 입을 적시며 살아야 한다고
앙상한 뼛마디로
구름을 잡을 듯 기지개를 켜고 버텨야
겨울이 지나간다고
겨울바람은 죽음의 문턱까지 끌고 가서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마지막 숨을 토할 때까지
목덜미를 움켜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꽃을 잃을 때에
이파리가 무성할 때에는 보이지 않던
뿌리를 내려다 본다
벌레처럼 기어가던 가장 가느다란 뿌리가
물줄기를 입에 물었다
겨울나무/ 장석주
잠시 들렀다 가는 길입니다.
외롭고 지친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빈 벌판
빨리 지는 겨울 저녁 해거름 속에
말없이 서있는
흠 없는 혼
하나
당분간 폐업합니다. 이 들끓는 영혼을
잎사귀를 떼어 버릴 때
마음도 떼어 버리고
문패도 내렸습니다.
그림자
하나
길게 끄을고
깡마른 체구로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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