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우리글 이벤트 552. 정답 발표.
구름이 많은 하늘이 살며시 파란 얼굴을 보여주면서 따뜻하게 품어주는 봄날입니다. 아직은 추위가 남기는 했지만 그래도 봄이라고 여기며 바라보니 들길도 나무도 봄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합니다.
지금이라도 파란 싹이 돋을 것 같아 자세히 보니 쌀알만한 풀잎이 빙그레 웃고 있습니다. 그 작고 어린 풀잎이 제일 먼저 눈을 뜨고 봄을 부르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서운 줄 모르고 앞장 서서 높은 담을 올라가는 어린 담쟁이들을 보면서 뒤에서 주춤거리는 커다란 이파리들이 부끄러운 마음에 뒤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멀리서 꽃소식이 들려옵니다. 복수초가 눈 위로 고개를 내민 사진을 보내기도 하고 매화가 피었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우리 지역은 추운 곳이라 아직 많이 기다려야 하지만 그래도 봄은 우리 곁으로 오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이 큰 추위가 없었던 덕에 산수유도 버드나무도 잎눈이 통통하게 살이 올라 오래지 않아 눈을 뜨고 파란 싹을 보여줄 것만 같습니다. 사람들이야 새싹이나 꽃이 피어야 봄이 왔구나 하지만 언땅을 뚫고 나오는 연약한 풀잎이 있어 겨울은 성큼 달아나고 있습니다.
정답은 설날, 글입니다.
‘게으른 선비 설날 다락에 올라가 글 읽는다.’
게으른 자가 분주한 지경에 이르러 부지런 한 체 한다는 말입니다. 아마도 이 선비는 정초에 거름질 놈만큼이나 게으른 것 같습니다.
살펴보면 게으르다는 것은 단순히 몸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우선 정신이 게으르기에 몸 또한 게으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생각이 게으르고 보고 듣는데 게으르고 손발이 게으르고 허리를 세우는데 게으른 사람이 언제나 자기 일에도 게으른 법입니다.
그 게으름이 자기만 게으르게 만드는 게 아니라 주변을 다 게으름으로 끌어드립니다. 혼자 하는 일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단체로 협동해서 하는 일에 있어 게으른 사람 하나 때문에 일이 진행이 되지 않고 제때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만약 사람이 아닌 자연이 게으름을 부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봄꽃이 가을에 피고 여름에 눈이 오고,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상상조차 하기 실어집니다. 게으름은 미욱한 사람이나 하는 것으로 끝나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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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리며 553회에서 뵙겠습니다.
대문을 그려주신 @ziq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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