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11 months ago

입동을 하루 앞두고
가을비도 겨울비도 아닌
비바람이 소란하다

서리꽃이 하얀 잎새
못 다한 말 가득한 가슴언저리
거뭇거뭇 저승꽃으로 저무는데

그래도 한 시절 잘 살았다고
이만하면 되었다고
비구름 헤집고 맨발로 나온 햇살 한 줄기
손목에 챙챙 감고
공중제비 몇 번 도는 척
무색으로 서성거리는 가을 위로
내려앉는다

겨울도 걸음마를 뗀다

image.png

입동 / 이외수

달밤에는 모두가 집을 비운다.
잠 못들고
강물이 뜨락까지 밀려와
해바라기 마른 대궁을 흔들고 있다.
밤 닭이 길게 울고
턱수염이 자라고
기침을 한다. 끊임없이
이 세상 꽃들이 모두 지거든
엽서라도 한 장 보내라던 그대
반은 잠들고 반은 깨어서
지금 쓸려가는 가랑잎 소리나 듣고 살자.
나는 수첩에서 그대
주소 한 줄을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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