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여름을 보내며 밤새 우는 귀뚜라미 소리
채송화 씨 쏟아내는 소리
밤송이 벌어져 가랑잎에 아람 떨어지는 소리
어서 어서 갈 곡식 여물라고 먼 하늘 은하수 돌아눕는 소리
운동회 날 꼬맹이들 오재미 던져 점심시간 알리는 소리
건너마을 할머니 들깻단 두드리는 소리
수수 이삭에 앉은 새 쫓는 소리
파란 머리 우뚝한 햇무 뽑아 채 써는 소리
쇠기러기 갈대숲 후비고 다니며 겨울바람 짓는 소리
물소리 솔바람 소리/ 나종영
저 시린 가을물소리
어느 땡초의 목탁소리보단 가을물소리
산 아래 백리까지 끝까지
일거에 화안히 트는 가을물소리
바람도, 바람도 드맑게 울려나서는
계곡에 들국 마구 터뜨릴 때 가을물소리
내 어느날 지친 꿈 세상에 던져두고
저기 저 만큼 억새꽃 하나로 흔들릴 때
내 어디 높고 깊은 곳에서도 가을물소리
물소리보단 서러운 솔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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