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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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이 때 장독을 두드리는 굵은 빗줄기 소리가 들려왔다. 김훈장은 방문을 열어젖혔다. 하늘에는 시커먼 구름이 마구 달리고 있었다.

준구는 혓바닥에 익어서 줄줄 나오는 말을 그대로 계속하면서 가늘어진 빗줄기에 마음이 가 있다. 엉거주춤 묘한 얼굴이던 김훈장에게 확실한 반대의사가 나타나기로는 의병의 봉기 따위, 짚둥우리의 아우성 그 말이 준구 입에서 나왔을 때부터였다.

흔들리는 파초 잎에서 빗방울이 구르며 떨어지고 있다.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얼굴에 닿는다.

  • 토지 1부 1권 15장, 첫 논쟁 중에서-

제44회이달의작가상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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