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과 자유의 경계에서
오늘은 스팀잇에 뭘 올릴까 고민하다 결국 정리 안 된 마음을 올리기로 했다.
나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프리랜서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소속되었던 회사에서 디렉터와 일의 성향이 맞지 않았고, 그 이후엔 무조건 회사를 들어가기만 하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피곤하게 출근하거나, 억지로 먹기 싫은 점심을 먹거나, 단지 분위기 때문에 퇴근을 못하거나, 끝을 알 수 없는 야근을 지속하거나 하는 그 모든 생활로 부터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이 얼마나 자유롭고 행복한 선택이며, 디지털 노마드 시대에 트렌디하고 힙한 행보인가.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업계는 좁았고, 내가 내 일을 벌이지 않는 이상 선택권이 많이 주어지지는 않았다. 이렇게 저렇게 일을 이어갔다.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할 때는 통장에 돈 쌓일 날을 기다렸고, 세상 바쁜 사람처럼 분주하게 다녔으며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일하는 것도 그렇게 숨통이 막힐 일은 아니었다. 내가 완전히 조직에 종속된 것이 아니었기에 나름의 주장과 내 성향, 분석을 이전 보다 더 많이 일에 반영할 수 있었다.
그렇게 프로페셔널한 삶을 즐기다 일이 없으면 철저하게 백수모드로 전환이 되었다. 백수기간이 길어지면서 어디에서도 연락이 없을 땐 불안감이 엄습했다. 돈 보다는 늘어지는 생활과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를 고민하는 내 자신이 싫었다. 틈만나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고민을 취미이자 특기로 삼았다. 그러다 일이 들어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눈썹을 휘날리며 일을 한다. 이 일이 천직인 사람처럼..
나에겐 지옥철 생활이 없는 대신 매일 적당한 긴장감을 불어 넣어줄 동료나 사무실이 없다. 내 동료가 나이고, 집은 내 사무실이다. 일이 없을 때도 나는 꽤 자주 노트북 앞에 앉았다. 스스로에게 하루를 허투루 보낸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일이 많을 땐 내 책상이 지겹고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지만, 일이 없어도 난 하루 한번은 책상 앞에 앉는다.
@levoyant님의 '당신에게 자유란 무엇인가요?'라는 글을 읽다가 생각해보니, 난 꽤 자유로웠다. 시간이 자유로웠고, 일의 분배를 스스로 할 수 있었고, 나에게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 이 정도면 꽤나 자유로운 것 아닌가 싶었다. 그러다 문득 '비수기의 전문가들'이란 책에서 보았던 문구가 생각났다.
미친 듯이 갈구한 자유
정작 주어지면 피운 딴전.
누군가 나를 지켜보다 말했나 싶게 정곡을 찔린 기분이 들어 꽤나 인상적이었던 문구다. 나는 하루도 책상을 떠나본 적 없지만, 굳이 앉아있지 않아도 되는 날에도 앉아서 나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느끼는 일을 마무리 중이다. 새롭게 시작되는 일은 꽤나 체력이 소비되는 출장과 작업이 계획되어 있고,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일을 하지 않으려고 몇 가지 조건을 못박았지만 슬금슬금 조금은 무리를 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저런 일들을 해나가는 탓에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또 어느 새 딴전이 되었다.
밖은 역시 추웠고, 더 많은 타의적인 선택의 상황에 놓인다. 같은 조직안에 있을 땐 몰랐는데, 동료였던 사람과 새로운 이해관계에 놓이기도 한다. 오랫동안 함께해 온 사람에게 실망을 하기도 하고, 다신 안볼 줄 알았던 사람과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기도 한다.
나는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나.
그래 뭐, 당장 내일 늦잠을 잘 자유만큼은 풍족하게 갖고 있지.

저는 주구장창 회사에 소속되어 일만 했어요. 따로 프리랜서가 될 만큼 전문적인 능력도 없었구요. 지금 하시는 일이 어떤 일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그 안에서의 고민과, ‘성취감’이 느껴집니다. 즐기시며 일하시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순간순간의 힘듦보다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그런 순간들이 더 많을 듯 합니다. 늘~ 응원합니다
어찌보면, 회사에서 힘들었던 부분과 편했던 부분이 정 반대로 오는 것 같기도 하고, 결국은 사람사는 일 다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
자유라는게 꽤나 무거운 것이라서 루틴으로 떠받쳐야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공감합니다. 생각보다 꽤나 무거워요.
자유는 불확실성과 함께 오거든요..ㅎ 저도 프리랜서라 비슷한 심정이 될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러나 개인의 시간을 빼앗는 것을 조직의 권리로 아는 회사로는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속히 스팀잇이 자리를 잡아서 효과적인 수익모델이 돼 줘야 할텐데..
저도 다시 어디에 속하게 되진 않을 것 같네요 ㅎㅎ 스팀잇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미친 듯이 갈구한 딴전 .. 정작 주어지면 그리운 자유.. 저도 프리생활이 길어지는데 루틴을 만들었더니 .. 이럴 거면 회사를 다니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가만보면 100세시대에 길어야 직장생활 15~20년인대.. 해 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도 드는 군요.
프리도 동료가 있으면 좋을 텐데, 주변엔 별로 없다보니 더 혼자만의 몫으로 남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예전의 그 방식대로 조직생활을 하는 것은 힘들 것 같긴 하지만요 ㅎㅎ
제가 일하는 업계는 회사에 소속되어서 일해야하기 때문에, emotionalp 님처럼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재능이 있으신 분들 정말 부럽습니다.
그래도 일이 emotionalp 님이 원하시던 일인가보네요! 잘 맞기도 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으신 분들 정말 부러워요 ㅎㅎ 전 제가 잘하는 일이 제가 원하는 일이라고 착각하고 살아왔거든요. 이제와서 돌아갈수도 없고 ㅎㅎ 하이고 참.
제가 하는 일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긴 한데,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방식과 프레임을 경험한 이후에는 다른 방식과 방향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 역시 프리로는 다른 사람들의 프레임에 맞춰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찾다가 어느새 스팀잇에 와있네요 ㅎㅎ
자유로운 삶이 사실 종속되지 않는 삶인데 종속되지 않는 삶은 결국 마음 편한 삶이지요. 마음편한 삶은 사실 마음먹기 삶인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승전-마음먹기 인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이게 당연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쩔때는 '목적이 이끄는 삶'을 만들기보다는 '흐름을 타는 삶'을 자꾸 연습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ps. 돈에 종속되지 않는 사회적 여건, 그래서 모두가 돈 목적이 아닌 자신의 중요한 가치를 나누는 사회가 되면 참 좋을텐데 현 상황이 참 어렵네요. 저는 특정 일 없이 백수생활 10년 접어들었습니다. 그냥 주어진 여건에 만족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단, 남의 돈을 공짜로 놀고 먹는 뻔뻔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사는 데 있어서 꼭 돈이 필요할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지요. 제가 내린 결론은
인데, 그 순간부터 '원하는 것'에 대한 쟁취심이 스믈스믈 기어나오내요. 그래서 돈이 필요한가 봅니다. 또다시 매어사는 인생으로 향하는 것이지요. 님의 글을 읽고 그냥 든 생각을 님처럼 그냥댓글 달아봅니다.
저도 삶의 균형을 생각할 여유가 있다는 점에서 전 보다는 훨씬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게 된 것 같아요. 일의 특성과 환경이 사람의 생각이나 습관도 비슷하게 만들어가는 것 같네요 ㅎㅎ
'비수기의 전문가들'이라는 책은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데요?!
emotionalp님이 쓰신 글들을 보면 솔깃한(?) 것들이 많아요. 취향이 비슷해서 일까요. 상황적 교집합일까요? 저는 외로움이 제일 어려워요. 그렇게 싫어하던 피상적 관계들도, 가끔은 그리워지고.
하지만 돌아가진 못할것 같은걸요. 힛.
저도 비슷한 마음이에요. 어떤 강연에서 프리랜서하시는 작가님이 프리랜서끼리 소통과 교류를 많이해야 늘어지거나 힘든 부분이 완화될 수 있다고 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비수기의 전문가들은 그래픽 노블이에요. 제가 리뷰했던 적도 있는데, 궁금하시면 한번 읽어보세요 ㅎㅎ https://steemit.com/kr-book/@emotionalp/3zomyc
저는 무늬만 프리랜서이고 거의 백수생활을 하고 있는데 내가 만든 루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매일 같은 생활의 연속이라서 딱히 자유를 누린다고 느낄때는 일탈같은 걸 꿈꾸는 날 정도! ㅋ 자유가 주어지면 그보다 더큰 책임감의 족쇄가 따라오는것 같아요.
자유와 책임감은 함께 오죠 정말..내가 나 자신의 동료이자 후배이자 선배이자 사장님이니까요.ㅎㅎ
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 마지막 문장까지 단숨에 읽었습니다. 스팀잇서 드문 군더더기없는 깔끔한 문장이네요. 앞으로 애독할게요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라는 말도 있듯이, 자유로운 삶은 사실 생각보다 고된 삶이죠.
하지만 자유는 그런 고난을 견뎌내고 쟁취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 @emotionalp 님은 잘 하고 계신 거에요!
감사합니다. 힘이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