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를 절규하게 하였나

in #busy6 years ago

안녕하세요 디디엘엘입니다.

요즈음 편하게 포스팅을 하고 있어요.
힘을 빼고 즐겁게 쓰면 읽는 분들께도 그 즐거움이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갖고요^_^

어떤 이야기를 쓸까? 라는 생각은 소소한 일상 글을 적는 저도 항상 하는 고민이랍니다.

그동안은 육아를 하느라 시간이 없어 심오한, 깊이 있는 글을 못 쓴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어요;;

저는 그냥 일상적인 글, 작은 이야기들을 쓰는 것에 적합한 사람이고 그런 글을 쓰는 게 좋아요.

오늘 쓰게 될 글도 그런 이야기입니다.
좋아하는 미술 작품, 그리고 작가에 대한 극히 일부분의. 전혀 전문적이지 않은.

제 10대와 20대를 통틀어 가장 좋아한 화가 '뭉크'
그의 작품 중 최고로 유명한 그림 '절규'입니다.

1.jpg

너무 유명하죠.
관련된 일화 또한 매우 알려진 이야기라 아마 거의 아시리라 생각하지만
제 나름의 감상을 포함하여 적어보려고 해요.


이 그림은 중학교 때 교과서에서 처음 보았다. 보는 순간 색감이며 구도에 매료되었고
이후 뭉크의 그림과 그에 관련된 글을 찾아서 읽어보곤 했다.
그림이 좋았고, 그의 이야기가 좋았고, 더 알고 싶었다.

나는 두 명의 친구와 거리를 걷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하늘이 핏빛으로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때 나는 한 줌의 우울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멈춰 섰고 너무나 피곤해서 난간에 기대었다.
흑청색의 피오르드와 도시 너머에는 불로 된 피와 혀가 걸려 있었다.
내 친구들은 계속 걸었으나 나는 불안에 떨며 멈춰 섰다.
그리고 자연을 통해 울리는 커다랗고 끝이 없는 비명 소리를 느꼈다.

자연이 질러대는 비명을 듣는 경험,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함 속에 멈춰 선 남자
제 얼굴을 감싼 채, 귀를 막은 채...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뻥 뚫린 눈과 입으로 공포를 마주하고 섰다.

하늘은 핏빛으로 붉게 물들어 땅으로 녹아내린다.
검게 흐르는 강은 넘실대며 남자를 위협한다. 이는 그의 착각일까? 망상일까?

앞서 가는 두 친구는 보통의 세계를 걸어가고 있다.

병과 광기는 내 어릴 적 요람부터 따라다니던 검은 천사였다.
젊어서 죽은 어머니는 내게 폐결핵에 걸릴 가능성을 남겼으며
광적인 경건주의자였던 신경 과민인 아버지는 내게 정신병의 씨앗을 심어 주었다.(........)

태어날 때부터 공포와 재난 그리고 죽음의 천사는 항상 나를 따라다녔다.
그 천사는 내가 밖에서 놀 때나 봄의 햇살 아래에 있을 때,
밤에 자려고 눈을 감았을 때도 나를 따라다니면서
죽음, 지옥 그리고 영원한 추락에 대한 생각으로 고통스럽게 했다.
그렇게 나는 자주 밤에 깨어나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며 묻곤 했다.
'내가 지금 지옥에 있는 건가?' 하고 (뭉크 박물관의 자료 중에서...)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뭉크는 에드바르라는 이름을 얻었다.

상냥하고 사랑스런 어머니와 남자답고 자상한 아버지
이 완벽한 가정의 행복은 뭉크가 5세가 되던 해 어머니의 죽음으로 깨지고 만다.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 잔병치레가 많았던 뭉크, 그에게 자신의 병치레와 어머니의 죽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죽음에 대한 '공포의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한 가정의 파괴, 아버지의 신에 대한 광적인 집착.
어린 뭉크는 한 살 위의 누나 소피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그 시절을 가까스로 견뎌내야 했다.
그러나 그녀 또한 15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죽고 만다.

당시 14살이었던 뭉크에게 이는 충격을 넘어선 분노, 공포 그 자체로 다가왔다.

죽음으로 어쩔 수 없이 겪게 된 이별이지만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거절당하고 있다'는 느낌,
본인이 대신 죽었어야 한다는 죄책감,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무력감,
의사임에도 누이를 살리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실망과 분노...

소년 뭉크는 생각한다. 자신의 기도에 죽음으로 응답한 신은 없다고...

이로써 그는 오직 영원한 삶과 구원의 책임자로서의 자신을 일으켜 세운다.
비로소 불멸을 창조하는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얼마만큼의 아픔과 충격을 겪어야 예술가가 되는 것인가
이런 경험을 하고도 멀쩡한 정신세계를 갖는다는 게 비정상으로 느껴진다.

어제 @thelump님의 포스팅을 보고 뭉크가 떠올라 이 글을 쓰고 있다.
그의 작품이 그토록 불안한 이유를 비전문가의 시선으로 적어보고 싶었다.

온갖 불안과 트라우마 속에서 81세의 삶을 살다 어머니와 누이의 곁으로 간 뭉크,
그의 삶이 곧 '절규'임을 말하고 싶은... 감상을 적어둔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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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덥습니다......덥다 ㅠ

예술가들의 삶이란... 고난과 고통 속에서
명작이 탄생하나 봅니다. 전 그림을 그리면
익살스러워지는데, 어릴 때 만화를 너무 봤나봐요. ㅋㅋ
(요즘도 좋아하지만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오후되세요~

소통하는데 너무 심오한 글... 깊이(?)있는 글이 필요한가요?
그런 글들은 책에서 접하기로 하자구요~ ㅎㅎ
뭉크의 그림을 중학교때 교과서에서 접하셨다구요? 전 왜 기억이 없는걸까요? ㅎㅎ
어린 나이에 많은 죽음을 경험을 했군요!! 저 시대엔 어쩔수 없는 현상인듯 하기도 하지만... 어린 뭉크가 받은 충격과 공포는 아해가 될듯 하네요!

뭉크의 절규는 꼭 달걀귀신을 떠오르게 해요.
그런데 저런 스토리가 숨어있는지 몰랐네요.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거절당하고 있다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나한테라면 모를까..
내가 나한테? 헐..

엄마가 일찍 죽고 누이까지 이른 나이에 죽고... 언제부턴가 내 삶을 어떤 불행한 이들의 삶과 비교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그건 아이엄마가 되었기 때문같아요. 지독한 우울과 불행 속에서 태어난 예술가로서의 힘이라면... 그것이 있어야만 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그냥 평범하게 자라줬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훌륭한 예술가의 예술혼을 적은 글에 지극히 개인적인 이기로 댓글을 답니다ㅜ

뭉크 의 삶을 알게된건 처음 인것 같아요.
뭉크의 절규를 대 할때마다 어떤 절규 일까
궁금했었어요. 나약한 정신세계와는 달리
휼룡한 사람이 되었네요. 그런데 예술가 들은
거의 그런것 같아요^^

뭉크의 새로운 스토리를 알게됐네요. 잘봣어요. ^^;

한 줌의 우울, 불로 된 피와 혀.....

이해할 수 없는 예술에 예.알.못. 제가 절규합니다.

젊었을 땐 잘 몰랐는데 나이 들면서 저런 그림들이 조금씩 와 닿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저게 왜 절규일까 했었거든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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