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의 소나기를 듣고
황순원의 소나기를 듣고/cjsdns
오늘 아침에도 역시 쌀쌀하다.
그래도 걷는 것을 즐기는 나는 오늘도 나섰다.
뚜벅뚜벅 걸으며 스마트 폰에서 읽어주는 소설을 찾는다.
첫 번째 눈에 띄는 게 황순원에 소나기이다.
어렴풋이 다 아는 이야기에 한두 번 본 것도 아니니 건너뛰려다 부담 없이 듣자는 생각에 선택하고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남이 익어주는 것이라 그런지 아니면 몰입해서 들을 수 있는 새벽 시간 느낌이 좋았는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에 그냥 보았던 소나기가 느낌이 달리 왔다.
일단 배경이 소나기하니 당연히 여름이 거니 했다.
소나기 하면 여름을 연상하게 되니 그렇다.
더군다나 돌다리에서 물놀이까지 하는 상황이니 당연히 그렇겠지 했다.
그런데 소설을 듣다 보니 배경이 되는 계절이 여름이 아니다.
이게 뭐지하며 들어보니 점점 더 그렇게 느껴진다.
제일 먼저 등장하는 갈꽃은 8월에서 9월에 걸쳐 핀다.
시기적으로 충분히 물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소설에서도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소녀의 갈꽃머리에서 반짝거렸다. 소녀 아닌 갈꽃이 들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가을이다.
아무리 물놀이를 좋아해도 시골 아이들 8월 중순만 넘어가면 물에 잘 안 들어간다. 하물며 9월에는 더욱 그렇다. 학교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봐서는 8월은 아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한 9월이고 9월도 깊어진 때 같다.
소설에서는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논 사잇길로 들어섰다. 벼 가을걷이하는 곁을 지났다." 벼 가을걷이 이야기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벼 가을걷이는 10월이나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조생종 이어야 가능하다.
나는 시골에서 자라서 벼농사를 직접 체험을 한 사람이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비닐하우스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모내기도 늦었고 벼 수확은 더욱 늦었다.
가을걷이 이야기가 나오는 들판은 10월이다.
더군다나 소설의 무대가 되는 양평의 어느 시골 마을이다.
그렇다면 더욱 그렇다.
시월이면 무척 춥다.
그리고 10월에 소나기라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는 더욱 추운 동네다.
추위가 일찍 찾아오는 동네다.
그런데 10월에 소나기라니...
"단풍이 눈에 따가웠다."라는 구절에서도 충분히 깊은 가을을 느끼게 된다.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또한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 그런데, 이 양산 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
"마타리꽃."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런데 도라지꽃도 7~8월에 피고 마타리 꽃도 7~8월에 핀다.
물론 10월에 피는 것이 잇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양평이란 지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10월이면 서리가 내리는 동네가 양평이다.
광주산맥이 뻗어있고 그 으뜸 봉 1157미터의 용문산이 솟아있는 곳이 양평이다.
그런데 양평 시내도 아니고 양평의 어느 산골에서 10월에 소나기를 만나다.
내가 어린 시절을 생각해 봐도 아니 거 같다.
무심코 읽어서 당연히 그려려니 했던 것들이 뭔가 오류가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착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차분하게 생각해 볼 여지는 있어 보인다.
감사합니다.
2024101/25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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