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쫓아 버린 쌉쌀한 감동

in #zzan4 days ago (edited)

잠을 쫓아 버린 쌉쌀한 감동/cjsdns

어제는 힘들었다. 마음은 청춘이나 몸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가평문협과 인연을 맺은 지도 20년이고 가평 예총과의 인연도 17번째의 예술제를 같이 했다.
적지 않은 세월이다.
여하튼 어제는 예술제를 치르느라 그 며칠은 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그런데 어제는 정말 힘들고 피곤했다.

이른 아침인 5시부터 뛰다시피 다녔고 행사가 끝나고 나니 저녁 8시 반이었다.
다행히 체험행사 뒷정리는 해 넘어가며 미리 정리했고 전시를 위해 설치된 시화도 어두워지며 공연행사가 시작되면서 철수를 했다.
하여 모든 공식 행사가 끝나자마자 출발하여 집으로 왔다.
해가 넘어가 도는 너무 추워서 끝나기 10여분은 공연장에서 민망함은 밀어 놓고 음악에 몸을 맡기고 들뛰었다.
그레 그런가 더욱 피곤했다.

집에 와서 보니 어제 걸은 걸음수가 2만 5 천보를 넘었다.
운동삼아 걷는 걸음수 외에도 행서준비를 위해 많이 걸었다는 이야기다.
행사를 치르다 보면 식사로 제대로 못하는 건 당연하다.
다행히 준비해 간 떡이나 전임회장이 정성 들여 해온 술짱도 있어 굶은 것은 아니다. 이젠 따듯한 찌개에 따듯한 밥이 아니면 먹은 거 같지도 않고 떡이면 최고이던 식성도 변하는 거 같다.

그랬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는 그쪽이 아니다.
어제 잠들기 전까지만 해고 행사 이야기를 쓰려했으나 오늘 일어나서 바뀌었다. 그런데 이렇게 넋두리가 길어지니 진짜 이야기가 이미 반감이 된 거 같다.
그래도 마음먹은 것이니 그려보자.

잠에서 깨어 보니 새벽 3시다.
언제부터인가 잠자리에서 소설 듣기가 습관처럼 되어있어 평소처럼 스마트 폰에서 듣기 좋을만한 것을 선택해 놓고 잠을 청한다.
그러면 대개 5분 10분이면 나는 잠에 빠져들고 스마트 폰은 혼자 떠들어 대다 지치거나 심술이 나면 지도 잠드는 척한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좀 듣다 보니 예전에 들었던 것이다.
그럼 얼른 잠이 들 텐데 아니다.
잠은 점점 도망가고 들리는 건 더 또렷하게 들려오고 이젠 귀만 간질여 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심쿵하게 만들어 간다.

그래서 일어났다.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커피를 한잔 탔다.
그리고 천천히 커피를 마시며 앉아서 귀로는 듣고 머리로는 그림을 그려 가고 가슴에는 레코드판에 줄 같은 생채기를 그려 간다.
단편 소설의 재미를 한껏 느끼며 나의 삶도 들여다보게 된다.
남의 삶을 통해 내 삶은 들여다보게 된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건가 의문도 가져본다.

다 듣고 나니 4시 반이다.
그냥 잠들 기분, 아니 마음이 아니다.
그래서 옷을 두툼하게 챙겨 입고 나갔다.
상쾌하다.
기온도 생각보다는 좀 덜 차다.

이 시간이면 어두운 곳 너무 으슥 환곳은 걷기 거 거시기하다.
괜히 남들에게 피해를 줄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이나 밤 시간에 으슥한 곳에서 불쑥 누군가를 만나면 얼마나 놀라겠는가.
나는 심적으로 깜짝이야 할 정도로 놀라겠지만 상대는 간담이 서늘하게 놀랄 것이다.
그래서 어둑한 곳은 가급적 피하는 편인데 남의 안전을 위하는 노력이 곧 자신의 안전도 지키는 길이란 사실을 나는 얼마 전부터 안다.

그런 걸 알게 된 것도 서글픈 사연이 있다.
짧게 이야기하면 이렇다.

언제인가 늦은 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으슥한 곳을 지니게 되었다.
그런데 느닷없아 툭 나타난 사람 때문에 내가 놀래서 아이코 깜짝이야 했다.

그랬더니 상대방도 덩달아 놀라는 것이다.
이리되니 서로 민망함을 챙길 사이도 없이 각자 갈길을 갔다.
이야기가 그게 다이면 좋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그 이야기를 언제인가 친구들 모임에서 했더니 한 친구가 가슴에 방망이 하나를 그려 넣는 말을 한다.

너 밤길 조심하라며 하는 말이, 네가 생각해 봐라 외지고 으슥한 곳에서 너를 모르는 사람이 너를 만나봐라 얼마나 놀래겠나, 덩치는 산적 같지 얼굴은 험상궂지 그런 너를 누군가 만나면 네가 더 놀라겠니 상대가 더 놀라겠니, 하고 물어보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을 해봤다.
그랬더니 그 친구 말이 맞는 거 같다.
내가 생각해도 나보다 상대가 더 놀랠 거 같다.
이게 사실이라 해도 더욱더욱 슬픈 건 아내에게 이야기를 해보니
아내도 말하기를, 생각헤보니 그 말이 맞네 하며 웃는데 이럴 때 배신감을 느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내가 좀 민망하기는 했다.

그러니 야심한 시간에 으슥한 그림자가 느껴지는 곳에는 안 가는 게 좋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김진초 작가의 "엄마가 간다"의 감흥을 전하려 한 것인데 영 엉뚱한 데로 갔다.

좋은 것은 바로 읽어 보거나 들어 보는 것이다.
책은 사서 보낼 수 없고 매력 있는 파피루스의 음성으로 들을 수 있도록을 할 수 있으니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가슴 찡한 이야기 [엄마가 간다] 김진초 단편소설

감사합니다.

2024/10/06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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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보면 문학청년 맞아요.
책 감동으로 밤 새고 새벽 길을 걸으셨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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