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Cubano] 대화 아카이빙
꿈도 꾸지 않고 자고 일어났다. 아침이 밝고 다른 날이 왔지만 여전히 어제에 머물고 싶어한다. 환기를 하면 바로 깨어날 그 꿈과 시간에 있다. 그렇다면 날아가기 전에 기록해서 간직할 수 밖에. 그렇다. 글은 포르말린이다. 영원히 박제해 두기 위해 서슴치 않고 심장의 온기 정도야 포기하고 왜곡을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독자 고려치 않고 기록용으로 두서 없이 막 쓰는 글, 읽게 된다면 부디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길..
Mi Cubano의 가치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을 만나게 해주고 새로운 인연을 연결한 힘에 있다. 이 책 덕분에 자꾸 자꾸 신기하게 사람을 만났다. 돌아보면 지금 내 곁에 교류하는 소중한 인연 중 그 책이 어떻게라도 엮이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매우 힘이 든다. 설사 다른 계기로 알게 된 이 후 우연히 이 책을 읽고 조금 더 나란 사람을 알아보고 싶어한 사람이 있다. 어제 래연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세상에 수치나 숫자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말하면 소용 없는 종류의 일이 있는데, Mi Cubano의 일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여행 직 후 돌아와 대체 내게 남은 게 뭐냐고 자문하며 절망하던 시절의 내가 있다. 내가 틀린 거냐고? 내가 또 바보같은 일을 꾸민 거냐고? 돌아와 여행 덕을 볼 욕심도 기대도 없었으나 이건 좀 심하지 않냐고. 적어도 기분이라도 좋아서 사진이라도 건져서 돌아왔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외부 세상 감시자를 내면에 세워 재판을 세웠다. 그때 내게 몇 번이나 껴안고 말해준다.
네가 틀린 적 없다고. 네가 맞다고. 넌 얻은 것도 배운 것도 너무 많다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다 잃은 것 같아도 네가 갖고 싶은 거 그거 다 가진 거라고. 조금만 견디고 기다리라고. 넌 알 수 있다고. 여행 가길 너무 잘했다고.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이라고. 그렇게 꼭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고 말해준다.
이 경험이 네게 녹아 들고 이걸 넘길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 덕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거야.
미래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여행에서 만났던 청춘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동생 S가 전시회에 와주었다. 내가 이전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까 무척 두려웠다고 밝히자 이런 말을 했다.
제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 적이나 있을까요? 있다면 알고 싶어요.
당연하지. 일단 여기 내가 있잖아. 넌 내가 가장 좋아하는 Oaxaca란 도시를 좋아하게 만든 사람인 걸. 초코라떼를 마실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이기도 하고 깔깔 거리고 웃을 때 너와 함께 웃다가 벤치에서 떨어진 일을 기억해. 넌 내게 행복한 청춘같은 사람이야. 또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택시에서 네가 선곡해 준 음악도 기억해. Think about' you 그때까지 그 제목과 가수를 정확히 몰라서 듣지 못했는데 그 이후 내 플레이리스트엔 언제나 그 노래가 있는 걸.
언니 지금 사랑 고백하시는거에요?
......사귈래?
전시회를 천천히 정성들여 본 그녀는 이런 말을 했다. 기록이 부럽다고. 요새 자긴 하나도 기억나는 게 없다고. 그래서 기억나는 걸 나중에 말해주는 사람들이 고맙다고. 기록이 없으면 모든 게 날아가버린다고.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던 강렬한 일조차 언제 그랬냐듯이 다 날아가버린다고. 이런 기록을 남긴 내가 부럽다고.
그리고 결국 Mi Cubano는 자신의 이야기라고 Mi Cubano를 읽으며 자신의 서사를 다시 완성하고 있는 거라고.
이야기가 특수하고 개별적이지만, 결국 그 안에 담긴 관계의 속성과 감정은 보편적이라고 생각한다. 여행 에세이인줄 알았는데 한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였다.
결국 사람은 다르지 않잖아요.
어떤 명제에 대해서 말할 때,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그 명제가 들어 맞아야 그 명제가 참이라고 생각해요.
최선의 선택이라는 건 없어요. 흐름 속에서 언제 반추하느냐에 따라서 선택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뿐이죠.
그럼에도 비슷한 선택이 있을 때, 과거의 경험에서 배웠기에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요? 지혜를 배우겠죠.
결론을 모조리 안다고 해도 괜찮아요. 그 과정이 재밌는 거니까요. 살아가고 직접 만나는 경험이 중요한거니까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결국 어떤 선택을 해도 비슷할 테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미래 쪽이 좋아요. 이 녀석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는 편이 좋죠.
알았을거에요. 모르고 한 말이 아닐 거에요. 다 아는 데도 억지 부린 걸꺼에요. 그거 밖에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Stella님을 모른 채 이 이야기를 읽은 분들이 부러워요.
이 책에 쓰인 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직전 너무 즐겁고 행복했던 여행 시절 만났던 사람 하나, 스팀잇에 Mi Cubano를 연재하던 시기 만나게 되어 책으로 읽고는 비로소 얼굴을 알게 된 이가 둘, Mi Cubano를 책으로 만드는 과정을 지켜 본 이 하나, 나와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 이후 어제 막 책을 완독한 이 하나, 우연히 이어져 호기심에 나를 만나러 온 책을 아직 반 밖에 읽지 못한 이 하나
연재된 글을 읽다가 한 권의 책으로 묶이고 책을 읽자 호흡이 가빠지고 같이 마구 달렸어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거나 사건이 급박해서 그랬던 건 아니고. 정면으로 촘촘하게 선택을 끊임없이 해야해서요. 선택의 순간에서 누군가는 외면하거나 연기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Stella는 매번 당당하게 선택을 했어요. 그건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겐 선택과 용기에 관한 책이에요.
모험이요. 이 모든 과정이 모험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자아의 모험으로 읽혔어요. 원하는 자신을 찾아가는.
제 인생을 두 글자로 말하자면 방황이거든요. 저에 대한 의문이 많았고 저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겠어요. 누군가 그런 저를 보면 배부른 고민한다, 고민할 게 없어서 고민을 만들어서 한다고 그러는데 저는 왠지 내일 먹을 게 없고 살 집이 없어도 이 고민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내가 그 상황이 아니니까 증명할 게 없는 거에요.
배부를 때 하는 고민이 진정한 고민 아닐까요? 배고플 때 결핍에 의해 하는 고민은 충족되면 모두 가려지잖아요.
저는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요. 하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것도 많아요. 너무 만나뵙고 싶었어요. 오늘도 덕질의 시작이죠.
저는 어제 너무 크게 위로받고 감동받고 또 예상치 못한 감정을 마주하여 오랜만에 마음이 아팠어요. 잘 봉인해 두고 이제는 다 지나간 내 일상을 침범하지 않는 이야기로 만들어버렸는데 생생하고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는 어제 하루 만큼은 절 쿠바로 보내버려서 그때의 Stella가 되게 해주셨거든요. 낮에는 미친듯이 술이 땡겼고 밤에는 다행히 술 없이도 평온했어요. 어제 거기서 제가 보낸 하루와 모든 대화를 통째로 박제해버리고 싶을만큼 제겐 더 없이 행복하고 행복한 하루였어요.
와주시고 Mi Cubano를 자신의 이야기로 읽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기억에 의존한 기록이기에 혹시 의도와 다르게 적힌 부분 있다면 언제든지 알려주세요!
또 환상적인 모히또와 말리부 각종 칵테일을 만든 바텐젠님과 이런 마법같은 공간을 만들고 운영해주시는 20세기소년 팀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어제 놀러온 모두가 이 공간과 칵테일에 매료되었답니다.
2021년 7월 29일 작성한 7/28의 기록, by Stella
p.s. 적어두었으니 새로운 날을 맞이하러 가야겠군요. 일단 청소부터 ....
떠오르는 이야기를 마구 해서 기분 나쁘셨을까 걱정했어요. 행복하셨다니 다행이에요.
항상 즐거웠지만 어제는 특히 더 재밌는 대화였어요.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드려요 ☺️
고생 많았어요!! 스텔라님과 이 공간 그리고 미쿠바노 비하인드를 궁금해하는 독자들에게 모두가 감사했을 시간이였을거라 생각해요. 응원합니다. ^^ 그 어떤 두려움도 거두시고 무조건 행복을 누리시기를!
고생은 하나도 안했(아니 쿠바에서만 했죠…)ㅋㅋㅋ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레일라님을 연결해준 이 이야기에 너무나 감사하답니다. 두려움 거두고 행복할게요💜 곧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