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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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욕망은 물욕이나 성욕이 아니라, 바로 남이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는 욕구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분노도, 자신에 대한 실망도 모두 여기서 나오게 된다.

자신을 매력적으로 드러내려고 애쓰는 사람은 보통은 매력이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 받는 이들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번째, 그들은 대화에 있어 주된 관심사가 '나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기 때문에 보다 상대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며 공감하는 법을 안다. 두번째로, 그들은 애초에 자기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가에 크게 구애치 않기에 언행에 꾸며짐이 없는 자연스러운 자신감이 드러난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술 자리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은, 주연이 되길 희망하는 모든 이들이 웃고 떠들어서가 아니라, 묵묵히 고기를 굽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있어서다. 얼핏 자기 주관이 약해보이는 그런 친구가 없으면 모임이라는 것은 애시당초 성립하지 않는다.

헤어짐이나 무관심에 이유는 없다. 남을 배려하는 예의가 있다거나, 또는 남에게 줄 것 있다거나, 아니며 혼자 떠드는 오만마저도 매력으로 비칠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좋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반기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복기하며 반성하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비본질적인 것들이다. 원래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순전히 그의 자유이다. 누군가는 무슨 짓을 해도 자신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무슨 짓을 해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여름이 덥고 겨울이 추운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것은, 공부를 덜 했거나 사업에 실패해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에 일어난 모든 일들을 자기 의지나 지성의 산물로 간주하는 것이다. 태극권 고수들은 제자들에게 ‘방송 방송’ 이런 말을 반복하는데, 이게 다른 말이 아니라 그냥 힘을 빼라는 소리다. 모든 무술과 기예는 먼저 힘을 뺄 것을 주문한다. 똑같이 죽어라 공부해도 눈 앞의 시험을 잘 보느냐 못 보느냐의 문제가 자기 인생을 재단하는 문제로 간주한다면 그 시험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자의식 과잉에서 해방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사람도 삶도 원래 별 것 없다. 죽어라 해도 안 되는 일은 안 되고, 그냥 멍 때리고 있어도 운때가 맞으면 성공한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때로는 투자를 쉬거나 포기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훌륭한 투자라는 것을 알아채는 것이다. 자기 욕망을 긍정하며 할 수 있는 것은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고 해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 역시도 비본질적인 것이다. 과정의 재미를 추구하며 뭐든 별 거 없다는 생각을 하면 힘이 들어갈 일이 없고, 결정적 상황에서도 멀리서 상황을 관조하며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정말 강한 사람은 운동을 해서 큰 근육을 만들거나 열심히 공부해 엘리트 집단에 들어가, 나는 '이 정도'이니 질 일이 없다, 따라서 대접받아야 한다라고 안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른 사람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나 결과가 나쁘게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계속 움직일 수 있는 자이다. 유명한 무술인의 말처럼, 자신을 무진장 강하게 만들어서, 그 힘 뒤에 숨어 좀 편해보려는 생각도 나약한 자신의 일면일 뿐이다. 강한 사람은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처음부터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석가모니는 깨달았다고 말할 것이 아무 것도 없으므로 깨달은 자라는 말했다. 기회는 원래 무수(無數)이며 또한 무수라고 자위할 것도 없다. 사람은 깨달은 듯 싶어도 결국 땅에 두 발 딛고 사는 짐승이다. 스스로를 높일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자기 안의 좁은 세계에 잡혀 있으면 넓은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먼저 그것을 볼 수 있으면 된다. 석가도 깨달은 자이고 악마도 깨달은 자이다. 선악의 구분과, 이념과 욕망의 취사 선택, 무엇에서 재미를 찾을지 등은, 자기 자아를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는 이에게는 모두 부가적인 문제일 뿐이다.


언어로 설명할 수 밖에 없어 아쉽다만 아마 이것이 본질일 것으로 생각한다. ​

  • 내가 당신의 제자라면, 이 글로 당신의 발우와 가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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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낮출수록 내가 올라가는 것을 잘모르지요.

머리로는 이해해도 실제 몸이 따라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더군요 ^^;

보팅은 얻으셨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아름다운 댓글입니다

낮추려해도 어느새 일어서 있는 자신을 봅니다.

원래 그런 것이 아닐까 싶네요 ^^;;

멋진 내용이네요. 공감됩니다. b
제가 최근 신경끄기의 기술 책을 봤는데
그책에서 말하고자 하는것도 좀 비슷한 느낌.
힘빼고 사는것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억지로는 잘 안 되고 ㅎㅎ 그냥 어느 시점에 자연스레 되는 게 아닐까 싶네요^^;; 여튼 힘 빼고 사는 게 중요한 건 진리인듯 합니다 ㅋㅋ

자신을 매력적으로 드러내려고 애쓰는 사람은 보통은 매력이 없다.

뜨끔;;;

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이야기에요 뜨끔해하지 마세요

제가 ㅋㅋ좀 제 중심인걸 좋아해서ㅋㅋ
헤헤
^^;;;

저도 마찬가지임 ㅋㅋㅋㅋㅋㅋㅋ
헤헤
^^;;;

욕심을 버리면 비로소 얻게 되는 경험을 해본 자는 충분히 공감하는 이야기네요^^

ㅎㅎㅎ 결국 살아가며 느끼는 일반해가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정도를 넘어
자식이 알아주지 않아 서운함을 품게 될때
사람은 늙는다고합니다.
모든 일에 의연할 때 육신의 나이를 초월한
젊음을 가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겠네요... 어릴 때는 나이가 든다는 것의 의미가 정신적 성숙과 비슷한 궤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그 반대로군요... 의연해야 늙지 않는다... 좋은 말씀 잘 새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생은 어쩌면 깨달음의 여정일 지도 모르겠어요

그럴지도요 ㅋㅋㅋㅋ 아 생각해볼수록 적절한 비유시군요

스스로를 높일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데도 자꾸 스스로 자랑질 하고 싶어하는 본성은 ...
어쩌면 사피엔스의 유전자 속에 있는
쉽게극복되지 않는 얕은 본성일까요.
매일매일 가벼워지려 노력은 합니다. ^^

뭐 안 되면 안 되는대로 내가 부족한 인간이구나 하며 사는 것도 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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