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싫은 건 아니고요.

in #kr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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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타인이 공포가 됐다. 사람들의 연락, 그리고 그들을 만나야 하는 모든 일이 절망스러웠다. 핸드폰을 꺼둔 적도 있고, 울리는 진동을 애써 모른 척 한 적도 있다. 내가 뭔가를 잘못한 게 아니다. 나는 그냥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싫은 것도 아니다. 어찌 됐건 그들은 내게 소중한 존재다.


꾸준히 나에게 연락하는 사람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씩은 만나는 것 같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다시 전화가 오고, 문자를 남겨둔다.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지만, 우리가 왜 지속적으로 만나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저번 만남에서 나름 단호함을 담아 이야기했다. "저는 원래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그냥 혼자 있고 싶어요." 이게 내가 타인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어조의 거절이다.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싫은 건 아니고요."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럼 아마 이렇게 생각하겠지. '뭔 개소리야?'


타인 공포증에 빠진 것만 같다. 내가 모든 작업을 멈추게 된 것도, 그래서 백수가 된 것도 타인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너무나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로 인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진하며 살아왔다.

내가 그들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타인을 일정 부분 이상 내 삶에 허용하지 않으려는 자기 방어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내게 소중한 존재지만 우리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는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허용하는 그 범위는 무척 좁다.


'나는 왜 타인을 일정 부분 이상 허용하지 않으려 할까?'

처음으로 해본 질문이지만 명료한 답이 나왔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과 나의 삶. 모든 것을 그대로 내보이기엔 너무 하잘것없다.

어리석은 마음에 타인을 피했다. 나를 감추는데 너무 많은 힘을 쏟았고, 그래서 혼자 지쳐버렸다. 이제와서 바로잡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언젠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다면, 내 삶이 내가 보기에도 그럴싸해진다면 그때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싫은 건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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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솔직하기는 어려워요~ㅠ

그러게요. 많이 솔직해졌다고 생각하는데도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괜찮아요. 그럴때도 있는걸요. 전사람을 안 만나고 10년을 살았는 걸요. 그러다보면 정말 대인기피도 하게 되지만, 또 어느날은 사람이 미치게 그리워져서 다시 만나기도 하고... 그냥 마음 가는대로 하는게 제일 좋지 않을까 해요. 다만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선에서요. 그냥 제 생각이여요.

사람을 안 만나고 10년을 살았다는 말에 정말 부럽다는 말이 먼저 나왔어요.. ㅠㅠ 아직도 지쳐있는 걸까요? 10년간의 그 이야기가 무척 궁금합니다. 타인에게 상처를 줄까 싶어 마음 가는대로는 힘들고 그냥 조금 버거운 상태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님께서는 기피증이라기 보다는 홀로 있는 것을 즐기시는 분 같습니다. 그러나 문자메시지정도는 답변을 해주시는 게 예의겠지요.

ㅋㅋ 네 늦지만 답장은 꼬박꼬박합니다. 홀로 있는 시간이 갈수록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공감 가는 글이에요. 음악으로 글로 마음을 표현하는 분이니까, 언젠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그날이 오지 않을까요. 만나고 싶지 않다는 말도 따뜻하게 건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응원합니다^^

네. 저는 웬만하면 숨김없이, 모든 것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려고 요즘엔 노력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응원에 어리석은 투정이 약간 부끄러워지는데요. 그래도 힘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사람들에게 많이 시달리셨나봐요.
너무 다가와도 겁나고
너무 떨어져도 허전한
사람들...이죠.

많이 시달렸다기보다는... 제가 그렇게 만든 것 같습니다. 참 관계를 맺는다는 일이 쉽지 않네요.

나이가 들수록 더더욱 그런 것 같아요. 또 그게 잘못 됐다는 생각도 안 들구요. 직장에서 만나는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사람들 말고 서로 연락해서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 왜 이렇게 서로 만나야 하나..그런 생각들이 들긴 해요

저는 이해가 됩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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