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커피 한 잔

in #kr3 years ago (edited)

1 힙합 커뮤니티를 몇 번 들어갔더니 요즘은 구글 피드에 힙합 관련 글만 뜬다. 덕분에 국힙의 흐름을 다시 좇게 되었다. 커뮤니티 글 중에 눈에 들어오던 건 쿤디 판다의 신보 소식이었다. 쇼미 이후로 그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쇼미 나오기 전부터 좋아하던 아티스트였어서인지 쇼미에 나온 랩퍼라는 인식보다 랩퍼 쿤디 판다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고, 그래서 그의 신보가 궁금했다.

2 일어나 처음 듣는 음악은 평소보다 더 예민하게 고른다. 새벽 시간의 집중이 하루의 밀도와 큰 영향이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웬만하면 새벽의 차분한 무드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하루의 첫 음악으로 힙합을 듣는 경우는 아주 드문데 오늘은 휴일이라 그런지 별 고민 없이 쿤디 판다의 음반을 틀게 되었다.



쿤디 판다 - 오늘 할 일 게워내기

3 이번 주 들은 앨범 중 가장 좋았다. 앨범의 완성도가 뛰어나 좋다는 게 보편적 '좋다'의 의미라면 이 앨범은 전혀 다른 의미로 좋았다. 이 앨범이 좋은 가장 큰 이유는 비트가 좋다는 것이었다. 최근 나는 디깅을 꾸준히 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앨범을 찾지 못했는데, 어떻게든 좋은 톤을 찾으려 애쓸수록 이상한 음악만 듣게 돼 그것에 따른 피로가 상당했다.

그런데, 이 앨범은 전혀 비트에 대한 기대 없이, 오로지 쿤디 판다를 향한 호기심으로만 듣게 되었는데, 생각지 못한 부분이 충족되었다. 이 앨범이 좋았던 이유를 다시 풀어보자면 전혀 기대하지 않았으나 간절히 원했던 것이 충족되었다가 핵심이 될 것 같다.

4 해야 할 일을 잘해주길 바라는 것이 우리가 상대에게 원하는 전부겠지만, 서로 미처 모르고 있었으나 너무나도 필요했던 것을 찾아내 충족시켜주는 관계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은 그다음 단계의 합이고 다음 차원의 관계가 되지 않을까?


5 오늘은 내 맘대로 휴일로 정했다. 어제 레슨을 받았고, 오늘 낮엔 20세기 소년 지하 대관이 있어 노드를 못 치기 때문이다. 오늘은 새로 온 숙소의 두 번째 결제날이었고, 어느 카페를 갈까 고민하다 스타벅스에 왔다. 숙소 근처 스타벅스는 국내 최대 규모를 내세우는 곳이다. 여러 지역을 다니며 시럽 한 번 덜 넣은 바닐라 더블샷을 수없이 먹었지만 이곳이 압도적으로 맛있다. 스타벅스에서 맛의 차이를 크게 느낀 건 이곳이 처음이다.

6 숙소 근처엔 1 저렴한 가격 대비 맛있는 커피, 2 평균 이상으로 맛있는 커피, 3 미친 듯 맛있는 커피(자전거 타고 5분 거리), 4 맛있고 친절한 스타벅스가 있다. (심지어 대부분 8시 전에 연다) 문득 이것은 저번 집을 구할 때 내가 간절히 원했던 조건 중 하나였다는 걸 깨닫게 됐다. 정말 점점 좋아만지려나? 요즘은 줄였던 커피를 다시 왕성하게 마시고 있다. 다시 없을 이곳에서의 날들을 충실히 즐겨야지. 오늘은 휴일. 오늘은 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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