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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에세이] 하찮지 않은 자양분- Q : 장래희망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in #zzan5 years ago

진솔한 글 잘 읽었습니다. 좋네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 건 참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요.

저도 좋아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웃기지만 "공부"였습니다. 저도 요아 님과 비슷한 전공을 했습니다. 다를 수도 있지요. 저는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요아 님과 달리 저는 문학 보다는 언어학에 관심이 많았고요. 공부를 끝까지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결혼하고 자식이 생기니 제 공부보다는 아빠의 의무가 눈앞에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돈을 벌었어요.

그러다가 힘이 들더라고요. 제가 즐기지 않는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내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다가 번역가가 되기로 했어요. 번역을 하면 직장을 관둘 필요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수차례 도전 끝에 제가 번역한 책이 세상에 나왔죠. 그날의 기쁨은 정말 이로 말할 수 없었어요. 번역료는 얼마 되지 않지만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한 느낌이었거든요. 순수했죠.

그런 기쁨도 잠시, 둘째 딸 아이가 자폐 진단을 받았어요. 그때 길을 잃은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아이를 위해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여러가지 공부를 하고, 국내 최초로 어떤 자격증을 획득해서 우리 딸과 같은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인생이란 게 계획한대로, 생각한대로 흘러가면 좋은데, 저처럼 황당한 일을 만나는 사람들도 있는 거 같아요.

요아 님의 글을 읽다보니 저희 지나간 기록이 자시 보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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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보다도 진솔하고 담담한 말씀에 한 자 한 자 놓치지 않으려고 꼭꼭 곱씹으며 읽었습니다.

결혼하고 자식이 생기니 공부보다는 아빠의 의무가 보였다는 것과, 이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아 출간의 성과까지 얻으셨다는 점에서 큰 배움을 얻습니다. 다시 한 번 아무리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좋아하는, 즐기는 일을 끝까지 놓지지 말아야겠다는 확신을 배웠어요.

저와는 나이차이가 있는, 어린 친척동생 역시 자폐 진단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몸이 떨어져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애정을 듬뿍 주는 동생이에요. 국내 최초로 자격증을 얻으실 정도로 열렬히 공부했다는 것에서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큰 배움을 얻습니다.

지나간 기록이 보이는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씀에서 정말 큰 위안을 얻었습니다. 인생이라는 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렇게 마주친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을 모두 딛고 끊임없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세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진심으로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용기내어 긴 댓글 써주셨다는 것에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진심을 담아 열렬히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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