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바람이 불어서 좋았다.

in #writing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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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서 좋았다.
가을을 살짝 묻힌 바람이 뺨을 친다.
여름을 가득 담은 바람은 느껴지지 않았다.

너를 살짝 묻힌 나처럼
달콤한 바람.
그래서 좋았던 바람.


바람이 불어서 좋았다.
하늘은
그리 맑지도 푸르지도 않았지만
바람이 불어서 그저 좋았다.
바람이 불어서....

그리 어리지도 예쁘지도 않지만
나처럼 매력있는 바람.
그래서 좋았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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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서 눈물이 났다.
감정의 동요 때문은 아니다.
그냥 눈물이 찔끔 샌다.
태양을 마주해도 눈물이 새고
바람을 맞아도 눈물이 샌다.
아름다운 존재 앞에 서도 눈물이 샌다.

머리가 하얗게 새기 전에
눈물이 먼저 새는 것일까.
감정 때문이 아닌
신체적 이유로 눈물이 새는 것은
좀더 슬픈 일일까.
슬프거나 어떻거나 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안다.
노화의 징조에 무심해져야 한다는 것도 안다.

눈물이 새는 것이 두려워
바람을 맞지 않을 것도 아니고
태양을 피하지는 않을 것이고
아름다운 존재를 멀리 하진 않을 것이므로.

눈물이 새도
바람이 불어서 좋은 날이다.
가을이 시작되려나 보다.
가을의 시간은 짧다.
그 짧은 시간을 길게 느끼고 싶다.
이번 가을은
길고 깊게 느끼고 싶다.
그러고 싶다.
바람이 불어서...

바람이 불어서...



writing, photograph ⓒ mada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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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high 님께서 만들어주신 근사한 마담에프입니다.
감사합니다. 인하이님^^

@mada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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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낯설고 반가운 가을 바람입니다.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긴여름 끝이라 더욱 반갑죠.
멋진 가을 보내시길...^^

감사합니다. 행복하고 따뜻한 가을 보내세요!!

벗님을 묻혔다가 잠시 잊기도 했네요.
다시 돌아와보니 가을소리가 스산스산~!!!

묻혔다 잊었다 하는 바람같은 벗이 좋아요.
타타님, 스산한 가을 말고
아름다운 가을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

하긴...제 닉 타타-의 뜻이 그래요.
바람처럼 걸림없이 오고가는 존재-

오호!
그런 의미였다니!
멋지네요. ^^

저는 언제 이렇게 마담에프님처럼 표현할 수 있을까요~~

괜찮았나요?ㅎ
빛블루님의 글빨도 장난 아닌 걸요. ^^

뉴비는 언제나 응원!이에요.
팁! : 영향력이 44를 넘고나면 더 이상 이 봇을 못만나게 되요. 아쉽지만 좋은 글로 다시 뵙기를 바랄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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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r-newbie 보안관 봇! (beta 0.8.0 - 2017/08/29)

44가 슬픈 숫자였군요.
보안관님, 그동안 감사했어요.
아주 이별은 아닌 거죠?^^

버스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
진짜 익숙한 바람이죠ㅎㅎ

익숙해서 더 좋은 바람ㅎㅎ
오늘의 바람은 푸른 색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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