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in #writing7 years ago (edited)

두 녀석을 다 재우고 모처럼 저녁에

내 시간을 갖고 있다

내 시간을 가지면서 하고 있는 거라곤

이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책읽기와 글쓰기다


머릿속에 시상이 막 떠오를 때면

내가 작가도 아니면서 이상하게도

그냥 막 글을 쓰고 싶어질 때가 있다


두 녀석을 재울 때만해도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그냥 자야지 싶었는데

빨래를 널고나니 잠이 달아나 버렸다


책이나 읽자 싶어 책상 앞에 스탠드를

켜고 앉았다

약간 졸음이 몰려오는것 같아

캔커피를 단숨에 마시고 나니

문득 그때가 생각이 났다


20대 취업을 위해 독서실에 공부하러

다니던 그때..

내가 다니던 독서실은 고등학생들이 주로

이용한 덕분에 낮시간에는 그 방안에 

주로 나 혼자 있을 때가 많았다


나 혼자만 밝게 스탠드를 켜두고

넓직한 책상에 앉아서 있으면

왠지 모르게 내 세상이 된 것 같았다


준비성이 너무도 철저한 나는 항상

공부하다 졸지 않기 위해 캔커피 2개와

혹시 많은 에너지소비로 배고파 질 것을 염려해 요거트 드링크를 2개씩 싸가지고

다녔다

또 혹시 공부하다가 집중력이 떨어지면

다른 책으로 갈아타려고 책도 대여섯권씩 

들고다녔다 굳이..

독서실 책상에 보관함이 있었음에도

혹시 체력이 남아 집에서도 볼까봐

굳이 다 싸메고 다녔다

그 혹시는 역시 일어나지 않았다

공부하다 졸릴듯 해서 커피를 마셔도

잠이 오긴 마찬가지였고

배고픔은 요거트 따위로 채워지지 않았으며

집중력이 떨어지면 그냥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있었다

집에 오면 피곤한 나는 내일 일찍 일어나기

위해 바로 침대로 향했고

다음날을 위해 대여섯권의 책과 캔커피,

요거트 드링크를 챙겼다


그땐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공부하느라

피곤했지만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그냥 뿌듯해 했었다

집중해야할 곳에 최선을 다했던것 같다

생각해보니 그렇게 치열하게

무언가 열심히 했던 때도 있었구나 싶다


그때 이후로

무언가에 열중하며 지낸 날이 언제였는지..

있기는 한 것인지 기억도 안난다

두 녀석 육아에만 집중하다보니 

큰 힘듦없는 일상에 나도 모르게

만족을 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무기력해지고

하루를 사는게 아니라 버텨내고 있다고 생각하는건지도 모르겠다


문득 그때를 생각하니 

다시 그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살다보면 또 나에게 그때처럼

치열하게 무언가에 집중해야할 날이 올까..

지금은 나보다는 두 녀석이 더 열심히 사는 것 같다


★ 책 속의 공감 글귀

혹시 지금 멍하니 시간을 그냥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일부러 시간을 의미없게 써 버린 적은 없었나. 

그렇다. 우리는 지금 너무 작은 화면 속의 모습만 보고 살아가고 있다. 마치 그 속에 내가 사는 세상의 모든 것이 있는 것처럼.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서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느라 눈을 마주칠 기회를 포기하고, 멋진 풍경을 봐도 카메라로 그 풍경을 찍기에 바쁠 뿐 그 자리에서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보고 감상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실 스마트폰으로 풍경을 찍는 사람들은 실제 그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없다. 스마트폰의 뷰파인더에 들어간 세상 만큼만, 딱 그만큼만 볼 뿐이다.

지금 이순간,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길

사람들의 표정과 자연을 눈여겨보고

여러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길

내가 지금 살아가는 세상이 어떤 곳이고

어떠한 일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지

분명 당신이 놓치고 있던

또 다른 무언가가 보일 것이다.

-전승환의 '나에게 고맙다'중에서-

스마트폰으로 인해 담고싶은건 평생

저장해 놓을 수 있지만

그런 기능으로 인해 오히려 현재에는 집중못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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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트랑 커피 저도 먹고싶네영!!!!!^^
20대 치열한삶을 살았기에 지금의 holic님이 있는거죠^^

애들 자고나면 자야하는데 그 고요한 시간이 너무 아까워 피곤하지만 눈을 부릅뜨고 뭔갈 계속 하게 되네요.

정말 공감돼요 딱히 할것도 없으면서 눈만뜨고 있네요ㅎ

나도모르게 일상에 만족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글속에서 왜 제가 보일까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먹고 사니 굶을걱정 안해도 되고, 나가서 돈벌지 않아도 되고, 아이둘 키운다며 혼자 피곤한척 다하고 사는 제가 순간 부끄러워지는 밤입니다...
치열하게 살았던 그때의 홀릭님도 멋졌겠지만 지금 이렇게 귀한 글 나눠주시는 홀릭님도 매력적이시랍니다. 늘 생각해볼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네요^^ 내일을 위해 안녕히주무세요~

투우님의 댓글이 감동적이네요ㅠㅠ
저에겐 극찬이네요 너무 감사합니다^^
투우님도 어여 주무세요 아까운시간이지만
체력이 바닥나면 애도 보기 힘들더라고요ㅠ

육아로 정신없다가도 이렇게 고요한 새벽이 오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면 자연스레 생각에 잠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간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holic7님 :)

오래 오래 만끽하고 싶지만 체력이 뒷받침이 안되네요 안타깝게도ㅠㅠ

자유시간에 책을 읽고 글을 쓰시는 감성적 소유자이시네요.
아이들 자고 나면 저는 밀린 영화나 예능을 찾아 보는데요. 요즘은 스팀잇에 좀 빠졌더니 이미 새드라마들도 몇회씩 지나버렸어요. 그나마 즐겨보는 도시어부 낚시 예능은 아무생각없이 편히 볼수 있어서 조용한 밤에 쓸쓸해서 일부러라도 틀어놓고 있네요.
감성있는 홀릭님의 글귀가 참 마음에 와닿네요.
제가 책은 즐겨보지 않아도 누군가 책을 읽었다고 하면 부러워 지는건 동경인가봐요.
오늘따라 조용한 밤이네요 ~

방문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지난 여름에 정선 갔다가 불꽃놀이를 보게 됐어요. 이왕 간거 뷔폐도 먹자!!! 해서 야외뷔폐에서 편안하게앉아서 불꽃놀이 보는데..
아니 저만 볼 수 있나요? 스마트폰 시대에
카메라 모드 하고 동영상으로 촬영을 합니다.
그러다 잠시 하늘을 응시했는데
음...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짐이 내가 지금까지 찍은 광경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는 카메라를 꺼버렸어요.
뭔가를 저장하려는 마음에 시간만 나면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는 것이
저도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꼈답니다. .

생각하는 글 잘 읽고 갑니다.
평안한 저녁 보내세요^^

가끔은 눈에 보이는 대로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드네요
아직까지는 스마트폰보다는 눈으로 보는 세상이 더 감동이고 예쁘네요^^

옛날에 인터넷도 없던 때는 혼자서 공상을 하기도 하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지금은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버릇처럼 들여다보게 되고 항상 컴퓨터는 켜져 있네요... 어떤 때는 이런 일상이 답답하기도 해요..ㅠㅠ

대공감입니다 저도 스마트폰이 몸의 일부가 되었네요ㅠ 어디다 팔아버닐수도 없고. 스마트폰 보는 시간이 참 아까워요

@holic7님 글을 보니깐요.

저번에 다른 분 블로그에서 애기를 돌보느라 미처 돌보지 못하는 아름다운 엄마들의 일상을 사진으로 찍고 싶다고 하신 분이 기억나요. 어느 분인지 생각이 안 나는데요..흠흠.. 그 일상의 단면도 참 아름답지 않을까 했어요. 물론 현실은 굉장히 힘듬일테지만요.

지금 이순간,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길
사람들의 표정과 자연을 눈여겨보고
여러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길
내가 지금 살아가는 세상이 어떤 곳이고
어떠한 일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지
분명 당신이 놓치고 있던
또 다른 무언가가 보일 것이다.

소중한 것은 정말 가까이에 있다고. 제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흠 반성합니다... 여자친구한테 더 잘 해야겠어요...ㅋㅋㅋ

미처 돌보지 못하는 아름다운 엄마 라는 말이 공감되면서 뭉클해지네요ㅠ 근데 사진으로 남기면 나중에 후회될지도요ㅋㅋ
곁에 있을 때 잘해줘야합니다ㅋ 떠나고나면 사진이나 영상이 무슨소용이에요ㅠ

육아에 집중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 아닐까요?
공감가는 따뜻한글 잘읽었습니디^^

넵 감사합니다ㅎ

항상 독서실이든 도서관이든 가면 혹시모른다고 책을 챙겨서 다시 집에오지만.. 절대 다시 보는 일이 없죠 ㅠ.ㅠ 20대 시절도 치열하셨겠지만 아이 둘 돌보는 일도 엄청 치열하실거같은데. ㅠㅠㅠ 힘내세요!

네 맞습니다 절대 다시보는 일은 없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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