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100] 지금 당신의 날씨는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years ago (edited)

k가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전했다. 카톡 알림창에 뜬 故와 낯선 이름에서 본문을 읽지 않고도 직감했다. 모바일 부고장의 상주란에 적힌 k의 이름에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장례식장은 울산이었다. 시국도 시국이니 힘들여 오지말라 했지만 춘자와 난 비행기 왕복 티켓을 끊었다. 프로펠러 소형 비행기는 고작 50석 남짓 자리가 있었고 앞뒤 간격이 여유로웠다. 우리는 좌석이 넓고 편하고 의외로 흔들림도 없다고 입이 침이 마르게 칭찬을 했지만 이내 창공에서 비틀거려 우리가 성급했음을 인정했다. 눈을 감고 비행기에 앉아있는데 라다크 냄새가 났다.

울산은 맑았다. 울산 공항은 작고 삭막하며 산에 둘러싸인 것이 꼭 라다크같다. 우리는 라다크를 자꾸만 떠올렸다. 장례식장 주변에는 꽃봉우리를 갓 틔어낸 벚꽂나무가 몇그루있었다. 봄이다. 봄이었다. 죽음을 등지고 봄은 피고 있었다. 일여년간의 투병으로 가족 모두 오래 준비해왔었다고 k는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는 별다른 위로의 말도 하지 못하고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며 웃었다. 맥주도 나누어 마셨다.

울산에 내려온 김에 울산에서 비건 까페를 하는 l도 만났다. 문을 닫은 까페를 열어 복숭아차와 새콤한 블렌딩티를 줬다. 우울에 꽤 잠식되어보였던 l은 표정에 생기가 돋아있었다. 펼쳐놓은 일이 많아 좀 걱정된다 했지만 나는 그녀가 씩씩하게 용기있게 그 일들을 해낼것을 안다. 흐림에서 맑음으로 l의 날씨가 개고있다. 유난히 라다크 생각을 계속하던 오늘, k와 l을 처음 만난 곳이 라다크라는 잊고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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