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100]7인의 사무라이
야생에서 우두머리 수컷은 암컷들을 독차지 하는 대신 무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 우두머리는 가장 위험한 순간에 가장 맹렬히 싸워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지위를 잃는다. 의무를 저버린다면 젊고 강한 다른 수컷에게 자리를 뺏길 것이고, 무리를 지키지 못 한다면 무리의 다른 수컷들은 살아남더라도 자신은 죽게 된다.
선사 시대에 부족을 지키는 전사도 그러했을 것이며 봉건 시대의 기사 계급도 이 연장선에 있다. 기사들은 평민들이 가질 수 없는 부와 명예를 가지는 대신 그들을 지킬 의무를 가진다. 7인의 사무라이도 그 의무를 지킨다. 비록 섬길 자가 없고 없고, 지켜야 할 사람도 없는 낭인이 되었고, 농민들은 그런 패잔병을 죽이고 소지품을 취하기도 했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농민들은 그런 그들을 떠받들며 자신들은 굶어도 사무라이들에게는 쌀밥을 대접한다. 그들이 죽어서도 농민들보다 높은 위치에 더 큰 묘를 가지게 되는 것으로도 그들이 가지는 지위를 느낄 수 있다.
사무라이들은 농민과 섞일 수 없었다. 그들은 원하는 것부터가 다르다. 사무라이는 부와 명예를 원하고, 농민들은 생존을 원한다. 생존을 위해 식량을 포기할 수 있고, 생존을 위해 명예를 저버릴 수도 있다.
그들 사이의 이질감은 만조를 통해 다시 보여진다. 도적이 여자들을 잡아갈 때조차도 자르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딸 시노의 머리를, 사무라이와 눈이 맞을까 잘라버리고 남장을 시킨다. 그렇게 대비를 했지만 결국 젊은 사무라이 카츠시로와 시노가 눈이 맞은 걸 알게 되고 만조는 딸을 마구 때린다.
사무라이들에게는 자세히 묘사되지는 않지만 제각각의 사연이 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신분을 도용까지 하면서 도적 퇴치에 참여하려던 키쿠치요다. 그에게 이 전투는 복수다. 도적들에 의해 고아로 자라게 된 키쿠치요는, 비록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적도 없으면서도 의욕은 앞서서 까불거리는 성격이지만 나름대로 많은 공을 세우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손으로 도적 대장까지 죽인다. 감독은 칼솜씨가 최고라는 큐조의 활약조차도 자세히 묘사하지 않지만 키쿠치요의 활약은 아주 세부적으로 묘사한다. 사무라이들의 승리가 아니라 농민들의 승리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그 대목은 사무라이들의 리더 칸베에의 입을 통해 직접 전해지기도 한다.
마을 사람들은 전투로 많은 사람을 잃었고, 그 전에는 지켜줄 사람도 없이 철저히 수탈 당했다. 마을의 원로도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경쾌한 연주에 맞춰 노동요를 부르며 활기차게 일을 한다. 그 자리에 살아남은 사무라이 셋은 설 자리가 없다. 카츠시로의 부름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뒤돌아 달려가서 무리와 함께 노동요를 부르며 농사일을 하는 시노와 그저 살아남았을 뿐이라는 칸베에의 자조와 함께 영화는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