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100]싸이코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5 years ago

 쉽게 흘러간다 싶은 건 항상 이상하게 망가지곤 한다. 마리온이 돈을 훔쳐 달아나는 건 어이 없을 정도로 쉬웠다. 큰 돈을 쉽게 맡길 정도로 마리온을 믿은 것인지, 여성의 주체성이 무시 당하던 시대상을 반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가방을 들고 도망가는 것까지도 아주 경계도 받지 않고 쉽게 해냈다. 그런 마리온을 지켜보는 경찰이 있다. 마리온은 불안감을 느끼고, 영화는 그 분위기를 긴박하게 연출한다. 마치 선글라스 뒤의 눈빛이 직접 보이는 듯 느껴진다. 하지만 단순히 긴장한 모습이 미심쩍을 뿐이지, 실질적인 무언가를 알고 있지는 않아서 경찰도 마리온에게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마리온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모든 일은 쉽게 지나갔지만, 모텔에서 편안하게 샤워를 하는 순간에 살해 당하며 도주는 끝이 난다. 그리고 마리온은 돈을 왜 훔쳤고, 어디로 달아날 작정이었고, 심지어 마리온이 누군지조차도 극 중에서 이제 중요하지 않은 문제가 된다. 망가진 정신을 가진 노먼 베이츠에게 그 모든 건 큰 의미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마리온은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죽었다.
 이 구조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안톤 쉬거는 남들이 보기에는 별 다른 목적 없이도 사람을 죽인다. 안톤 쉬거와 노먼 베이츠는 크게 다른 캐릭터지만, 보편적이지 않은 정신을 가진 살인마가 사람의 삶을 더욱 무가치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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