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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백일장 참여] 나의 반쪽, 당신께

in #wc37 years ago

kmlee님의 글을 읽고 덜컥 겁이 났습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주제를 던졌던 것이 아닌가. 사람들에게 상처일지도 모르는 기억을 감히 듣고자 청한 것이 아닌가.

그러나 온 몸을 기울여 듣겠다는 말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날카로운 기억을 꺼내 주셨다면, 한 자도 허투루 읽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몇 번이고 다시 읽습니다.

사람들은 때로 슬픔을 드러내는 것이 나약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울거나 소리지르는 것은 강한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슬픔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야말로 가장 강한 것이라 믿습니다. 내가 지금 슬프다는 걸 인정하고, 약한 모습을 남에게 드러낼 수 있는 용기보다 강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kmlee님이 써 주신 글은 용기로 가득 차 있는 글입니다.

kmlee님, 그 동안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누르는 것 그리고 죄책감처럼 괴로운 일이 어디 있을까요. 인생의 절반을 차지하던 아버지의 상실, 부채감, 죄책감 등은 kmlee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저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환경이 나빴을 뿐. 직장 후배의 실수를 자신의 적금으로 덮어 줬다는 아버님의 모습을 보며 '참 멋진 분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가족의 인생에 굴곡이 생겼다는 걸 보고 너무나 안타까웠으며, kmlee님의 선택이 자기 탓이라고 책하는 걸 보자 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아버님이 너무 착해서, 그러면서도 엄격해서. 죄책감을 느끼는 성격이셔서. kmlee님이 느끼는 죄책감도, 아버님의 마음도 모두 이해가 갔습니다.

살다 보면 일어나는 우연한 일일 뿐입니다. kmlee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저 빗방울이 때 되면 내리는 것일 뿐.

kmlee님을 응원하고 위로합니다.

한 낮이지만 싸늘한 새벽같은 기분입니다. 이런 글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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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받으려고 쓴 글 아닌데 왜 이렇게들 안타까워 하시는거에요! 그만큼 잘 쓰여졌다고 받아들이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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