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팔아요 / 상하이 생활의 시작과 운명의 만남

in #venti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아마군(@skuld2000) 입니다.

오늘은 @venti님의 이벤트 글을 보고 최근 몇년간 거의 잊고 있다시피 했던 정말 소중하고 즐거웠던 기억이 떠올라 글로 옮겨 보려 합니다.


image

2007년 여름이었으니 딱 10년 정도 되었네요.
게임 프로그래머 였던 저는 한국의 N모 게임 회사의 중국 지사에서 중국 시장을 타겟으로 한 대작 게임을 만들기 위해 주재원으로 파견을 나가게 됩니다.
당시 중국 게임 시장은 미르의 전설, 뮤 등과 같은 한국 게임들이 완전히 장악 하고 떼돈을 벌던 시절이라 너도나도 중국 러시가 붐이었죠.
주재원들의 대우도 매우 좋았구요.
통역직원도 있어서 업무 및 생활에 불편이 없다보니 중국어는 늘지 않고 외로움만 늘어가던 시기 였습니다.
그 무렵 급한 일이 생겨 한국에 전화를 해야 하는데 국제전화카드 잔고는 다떨어졌고 통역직원도 바빠서 저 혼자 가판대로 가서 구매를 시도 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가판대 아저씨는 제 말을 못알아 들었고 저도 그 아저씨의 상하이 방언이 섞인 중국어에 그나마 알던 단어도 다 까먹고 백지장 같은 상태로 쩔쩔 매고 있던 그 때..
제 뒤에서 귀엽고 가느다란 음성의 'May i help you'
이게 지금 제 아내와의 첫 만남 이었습니다.
구세주를 만난 심정으로 돌아본 제 눈 앞엔 완전 이상형의 그녀가 있었고 다른 의미로 머리가 하얘졌죠.
부족한 영어지만 의사 소통은 별 무리 없이 전화카드를 살 수 있었고 감사 인사 후 돌아서서 각자 길을 가다가 마치 뭐에 홀린 듯 정신없이 그녀가 갔던 방향으로 뛰어갔습니다.
그리곤 너무 고마워서 그러니 커피 한잔 하자 라는 쌍팔년도 수작을 겁니다.
제 인생 유일의 헌팅 경험이었죠. (근데 그게 외국인)
의외로 그녀도 오케이를 해줬고 이렇게 만남이 시작 되었습니다.
근처 스타벅스로 가서 두근두근 설레는 대학생때 첫 미팅 같은 느낌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중국말 못하는 한국인과 한국말 못하는 중국인이 짧은 영어 커뮤니케이션으로 서로에 대해 알아갔습니다.
한마디 씩 나눌때마다 마음이 점점 커져가는게 느껴지더군요.
하루종일 그녀만 생각하게 되구요.
이후로도 주로 제가 도움을 받아가며 만남을 가져오다가 연애를 시작했고 제 중국어도 쭉쭉 늘어갔습니다.
그러다가 지사가 3년만에 철수 하면서 갑자기 한국에 돌아오게 됐고 그때 결별의 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둘다 큰 결심을 하고 다음해 정식으로 결혼해서 지금은 두 아이를 둔 행복한 가족을 꾸리고 있습니다.
아내는 한국 생활 6년차 인데 이젠 주변에서 한국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로 완벽하게 적응 했구요.
저에게 중국에 있던 시기는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꿈같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Sort:  

운명의 만남이 현재진행형~넘 멋지시네요
아름답고 행복하게 쭈욱 이어나가시길^^*
팔로우 보팅하고 갈게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맞팔 할께요~.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영화같은 스토리네요. 잘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시고 좋은 말씀 까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사랑꾼이시군요~^^ 부럽습니다~!!

으아... 부끄럽습니다.ㅎㅎㅎ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쌍팔년도 수작~ 감축드립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지금도 자다가 이불킥 합니다,

정말 영화같은 이야기네요 ㅎㅎ 정말 좋은 추억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긴글 읽어주시고 좋은 말씀까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 영화같은 이야기네요 ㅎㅎ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행복한 기억이에요^^

"마치 뭐에 홀린 듯 정신없이" 라는 부분이 정말 영화같습니다!
저도 이러한 비슷한 인연이 만나지면 좋겠네요~ 멋지십니다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더 멋진 인연이 생기실 거에요.

와우! 이런멋진추억이있으셨군요!ㅎ
행복한생활의시작!ㅎ

감사합니다.
현재 진행형이라 더 행복합니다^^

영화같지 않은 만남이 어디있겠습니까만은 아마군님의 만남은 유독 더 영화같군요^^ 월량대표아적심의 멜로디가 떠오르는 만남이네요... 부럽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한 주말보내세요ㅎㅎ

중국에 있을때 가장 많이 듣던 노래네요.ㅎㅎ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marginshort 님도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우와 소설책을 읽는 것처럼 몰입했습니다. 뒷이야기가 궁금한 찰나에 딱 끝나버리는 군요~! ㅎㅎ 덩달아 저도 애틋한 감정과 추억이 올라오는듯합니다:)

너무나 좋은 말씀 해주셔서 정말 감사 드립니다.
이렇게 좋은 분들과 추억을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Coin Marketplace

STEEM 0.16
TRX 0.15
JST 0.027
BTC 59439.79
ETH 2290.08
USDT 1.00
SBD 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