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 대성당과 카페 주카의 카푸치노

in #trip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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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에서 돌아온 다음날 밀라노 대성당을 보러 갔다. 그 시절 돈이 부족했던 우리는 밀라노에 있는 사흘동안 한인 민박에서 묵었는데, 운영하는 분이 나이 어린 대학생이었다. 그녀는 방 3개인 아파트를 빌려 하나는 자신이 쓰고 하나는 현지인에게 세를 주고, 나머지 하나를 한인 민박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스케쥴이 잘못 되었는지, 다른 한국인 커플이 우리가 도착한 그 다음날 도착했고 하룻밤을 그 커플과 함께 방을 써야 했다. 또 밤이 되면 현지인 세입자가 우리에게 알아 들을 수 없는 이탈리아 말로 화를 내곤 했다. 그래서 혹시 그녀가 세입자이고, 세입자라고 생각한 이탈리아인이 집주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확실하지도 않은데 오해할 수는 없고 그녀만의 사정도 있을 것 같아 모른 척 했다. 그녀는 불편을 끼쳐서 미안했던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생크림 없이 달걀로만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만들어줬다. 너무 맛이 없어서 깜짝 놀라고 말았지만, 맛이 괜찮냐고 물어오는 그녀에게 맛있다고 말해 주었다.




밀라노 대성당





135개의 첨탑과 2159개의 조각상으로 이루어진 밀라노 대성당



두오모 역에 내려서 계단을 올라가니 하늘을 찌를 듯 뾰족한 고딕성당이 나타났다. 500년에 걸쳐 다듬어지느라 프랑스의 고딕, 르네상스식 쿠폴라, 신고전주의 파사드까지 아우르고 있다고 하는데, 이방인의 눈에는 그저 신비롭고 아름다운 고딕 성당으로 느껴지기만 하니 그 복합적인 양식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스테인드 글라스 밑에 서서

청동문을 통과해 성당내부로 들어갔다.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과 금박과 대리석으로 장식된 벽과 조각에 둘러싸여 초에 불을 붙이고 소원을 비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성당의 내부는 천고가 너무 높아서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부의 천고만 해도 아파트 19층 높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대형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듣고싶었다.


성당의 지붕에도 올라갔다. 내부의 현란함 못지 않게 지붕도 화려했다. 탁 트인 공간에서 정교하게 조각된 첨탐과 그 위의 성인상을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오히려 지붕에서 더 오래 머물렀다.




지붕으로 가는 길에서





모든 첨탑 위에 모든 성인들의 조각




성당 지붕에서 내려와 바로 옆에 있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로 향했다.




밀라노 대성당 옆의 입구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의 유리 천장




그 길을 걸으면서 처음 알았다. 이탈리아 남자들이 정말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을. 단지 수트에 타이를 맸을 뿐인데도 핏이 완벽했다. 저마다 타이 색깔을 어찌나 잘 맞추는지 감탄이 나왔고 화려한 쇼윈도우보다는 자꾸 이탈리아 남자들 쪽으로 시선이 갔다.



카페 주카의 카푸치노





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커피 마시는 시간이 아닐까?


열혈 커피쟁이였던 우리는 끼니는 적당히 빵으로 때우더라도 유명한 카페라면 지나치지 않고 꼭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맛보았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 안에는 까페 주카가 있었다. 여행 책자에 나와 있어서 그런지 관광객이 많았고, 서서 마시는 것과 앉아서 마시는 가격이 달랐다. 이탈리아 커피는 기본적으로 신맛이 나는 가벼움보다는 단맛과 쓴 맛이 어우러진 묵직함을 추구한다. 그래서 우유가 들어간 카푸치노를 마시면 진한 풀바디와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쌉쌀한 코코아 파우더가 뿌려진 주카의 카푸치노




여행지 정보
● 이탈리아 밀라노 Piazza del Duomo, 밀라노 대성당



밀라노 - 대성당과 카페 주카의 카푸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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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밀라노성당 어마어마하네요
역시 이탈리아 구나 할거 같아요
이렇게 멋진곳에서 커피 마시면 더 맛있을거 같아요

규모가 세계에서 세 번째라고 하더군요:-)

저도 이탈리아 여행에선 커피가 참 좋았던게 기억에 깊이 남아 있네요. 아직 그 향과 맛이 생생할 정도로.
밀라노는 기차역에서 환승만 하고 일정상 여행을 못했는데, 다음에 또 이탈리아 가볼 일이 남아있게 되어서 다행입니다ㅎㅎ. 그런데 까르보나라가 맛이 없을 수가 있다니 대체 어떻게 만들었기에...........

다음에 이탈리아를 가게된다면 밀라노를 빼고 소도시 위주로 루트를 짜고 싶어요. 밀라노는 너무 현대적이라 대성당을 빼고는 큰 감흥은 없었어요.

맞아요. 밀라노 보다는 아예 특색있는 베니스나 조용한 피렌체가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trips.teem입니다. 정말 대성당 엄청 웅장하네요~ 성인들에 대한 조각하나하나까지 정말 섬세하네요! 앞으로도 좋은 여행지 많이 공유해주세요^^

오늘도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당 지붕 위가 계단이 복잡하고 많아 힘들게 올라갔던 기억이 나네요. 밀라노에서 가장 사람이 많고 바글거리는 곳인 것 같아요. 밀라노는 길에서 지나가시는 할머니들의 스타일도 너무 멋있었어요. :)

맞아요. 할머니들도 멋졌어요:)
파리에선 여자들이 스타일이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나요!

밀라노의 멋진 사진과 여행기 잘봤습니다~ 열혈커피쟁이의 이탈리아커피 이야기도 궁금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번에는 로마의 타짜도르 소개드릴게요^^

밀라노. 영국, 프랑스, 스위스를 거쳐 4번째로 갔던 이탈리아의
첫 도시였죠. 신혼때 갔었는데, 밀라노 거리 그리고 높은 탑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던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네요.ㅎ

신혼여행이었다면 유럽이 더 로맨틱하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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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커 자도 잘 모르던 시절 유럽 여행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에서 커피의 ㅋ자 정도라도 배우고 온 기억이 나네요^^
사진 속 밀라노는 고민 끝에 일정에서 뺐었지만... 이제 와서 아쉬움도 가득합니다 :)

전 다음 이탈리아 여행에는 밀라노를 뺄려구요:-)

요즘 알쓸신잡을 참 잼있게 보고 있는데
이탈리아 피렌체의 르네상스양식과 확실하게 대조되는 밀라노의 고딕양식이네요 ^-^;

알쓸신잡 피렌체편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전 건축은 확실히 고딕이 취향인데 이탈리아에서 한 도시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피렌체를 택할것 같아요. ^^

위로 끌어올려져서 천장에 부딪힌 다음 내려오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 는 마치 천국에서 내려오는 소리 같은 경험이겠다 싶습니다. 규모 진짜 웅장하네요. 19층 높이라니...

예전에 이탈리아 사람과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정말 옷을 잘 입더라고요. 저도 동감합니다. ~.~

반대로 유럽에서 온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아파트 단지를 보고 감동하더라구요. 직사각형의 콘트리트 덩어리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모습이 신기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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