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 후쿠오카 비하인드 스토리
다시금 떠올리자니 신기하고 고마웠던 기억만 가득한 첫번째 일본여행입니다. 그 주 내내 비가 왔었는데, 머무는 동안 이틀동안 전혀 춥지 않고 공기도 맑아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걸어다닐 수 있었어요. 일본과 중국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날아갈때 잠시 경유만 하던 곳으로 저에게 큰 감흥이 없었는데, 여러 일정이 겹치면서 짧은 1박2일로 다녀온 후쿠오카는 이제 잊을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날아가는 비행기안 신기한 경험. 제주에어에서는 죠스떡볶이를 먹을수 있다는 사실.. 세상 정말 최첨단입니다. 일본 노선에선 불가능했지만, 방콬, 세부 등 다른 아시아권 노선에서는 가능한가 봅니다. 전 밀떡파지만 죠스의 쫄깃한 쌀떡도 좋아해요. (떡볶이 is 뭔들..)
도착한 후쿠오카 공항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곳이에요. 한국어로도 설명이 잘 되어있어서 실눈을 뜨면 (시간은 오래걸리지만) 잘 찾아갈 수 있을듯 해요.
보정을 하지 않은 맑은 날의 텐진 길거리. 길에 쓰레기 한점 없다는 것이 새삼 좋았어요. 그만큼 누군가는 열심히 치우고 있다는 얘기일 수도... 1박2일의 짧은 여정이라 대충 머리에는 지도를 그리고 가야 했습니다.
일본어, 영어,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까지. 가까운 나라를 여행하면 이런점이 좋네요. 어딜가나 (큰 도시여서 그랬겠지만) 한국어로 된 메뉴가 있다는점, 그리고 길 찾는게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아 어렵지 않다는 점.
신기하게도 일본 건널목의 신호등은 이렇게 게이지(?)바가 내가 건널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보이더라구요. 숫자도 아니고 에너지 바 같은 점들의 향현이 특이하죠.
큰 도시라고 했지만, 텐진엔 주로 쇼핑센터와 비즈니스 빌딩들이 대다수로 모여있어 끝에서 끝이 멀지 않았어요. 걸어다니기 좋았기에 손에 잔뜩 (주로 먹을것) 들고 다녔습니다. 배고플 새가 없이...
일단 처음 들린곳은 텐진 애플매장이에요. 일본 여행의 가장 첫번째 목표가 녹음장비 업그레이드였거든요. 앞으로 녹음, 믹싱, 마스터링 등 컴퓨터를 쓸일은 많은데 오래된 맥북이 슬슬 힘에 딸리고 있었기에 최신 2018년형 맥으로 바꿀 계획이였어요. 들고 올 걱정은 나중으로 미루기.
일본이지만 애플 매장의 직원은 영어를 할 거라는 왠지 모를 기대감에 설렘반 들어갔어요. 역시나 대부분 조금씩은 할줄 알더군요.
이 때 만났던 직원과의 인연. 프랑스어를 공부한다며 제가 파리에 산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더욱 친절하게 제품 설명을 해주며 한 30분간 수다를 떨었지요. 몇마디 불어로 얘기하고 싶어 하는 눈치길래 대화도 나누고 맛집 정보도(?) 좀 캐내고.. 과정은 즐거웠지만 결제 과정에서 직원의 실수로 한시간 가량 스토어에서 더 기다려야 했는데, 슬슬 다리가 아파왔어요. 결국 결제에는 성공했지만 매니저까지 나와 여행에 지장을 주어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고선 사은품으로 하드 드라이브까지 받았습니다. 사양했지만 굳이 손에 들려주는 바람에 이미 많은데 또 받아왔어요. 사실 외국에 까지 와서 장비를 공수해가는 일이 흔하진 않으니 직원도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을거라 너그러이 생각하는 부분인데 많이 미안했나 봅니다.
그 후 날씨가 좋으면 쇼핑을 좀 해볼까 하고 여기저기 구경을 다녔는데, 가져온 엔화를 계획대로 깔끔하게 쓰는 바람에 카드가 되는 곳으로 부러 찾아간 식당.
주문을 하고 차려진 맛깔스런 한끼. 그런데 한 눈치 하는 제가 유심히 봤건만, 아니나 다를까 매장에 아무리 찾아봐도 카드기계가 없는거에요.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직원에게 살짝 물어봤습니다. 여기 카드가 된다 해서 왔는데, 혹시 안되는건 아니겠죠? 그러자 곤란한 표정으로 대답합니다. 죄송해요 현금만 받아요. 덜컹. 마음이 무너지는 소리... 이미 메뉴는 나왔는데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외국에 나가면 별거 아닌 일에도 일단 소통이 안되니 사소한 일에도 큰 재앙을 만난 것 같죠. 흠흠, 일단 정신을 가다듬고 일단 엎질러진 물이니 침착하게 생각했습니다. 이미 시켰으니 먹고나서 내 가방을 맡긴 후에 나가서 ATM 기를 찾아 돈을 뽑아오자. 설명을 하면 될거야. 그리고 나선 실제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ㅋ)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고 왠지 눈치가 보이던 찰나, 일어서려는데....
이게 무슨일인지요. 당황해서 옆을 쳐다보니, 한 청년이 부끄러운 표정으로 건네주며 얼른 내라는 시늉을 합니다. 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던걸까? 아니, 나는 현금이 없는거지 돈이 없는게 아닌데... ATM 기가 일본어로 뭘까, 나갔다가 돈을 뽑아온다고 할까? 만감이 교차하며 손을 내저었지만 이미 청년은 웃으며 일어선 후였습니다. 다이죠부요. 괜찮으니 내라면서.
한 1분간 고민했습니다...고맙고 놀라운 마음을 내가 감히 받아도 될까. 나도 나중에 여행자들에게 두배로 베풀어야겠다. 고민끝에 이 돈을 내고 잘먹었다고 얘기하곤 일어섰습니다. 설상가상, 핸드폰으로 찾아보니 주위에 ATM 기기도 없었거든요. 곧 일본을 떠나려는 찰나라 운 좋은 경험을 했다 치고 이 청년의 마음을 받아주자, 결심하고 나가는데 밖에서 그 분을 또 만났습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청년에게 이러한 사정이 있었다고 설명한 뒤,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계좌를(?) 알려달라고 졸랐지만 괜찮다며 자기는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곤란함을 눈치채고 도와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미안한 마음에 전화번호라도 찍어달라고 핸드폰을 들이밀었더니, SNS 친구를 맺자고 하네요. 그래서 맺었습니다. 제 일본친구1호 타키군, 정말 고마웠어요.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서 참 다행입니다. 나중에 파리에 오면 꼭 연락을 하라고, 내가 근사한 저녁을 사겠다 약속을 하고선 공항으로 넘어왔습니다.
여러 경험을 뒤로하고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양손 가득 짐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엔 더 큰 짐이 쌓인 기분입니다. 좋았던 만큼 피곤했던 몸을 누이고 돌아와서 기절을 했는데,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정말 좋기만 했네요. 여행을 가기까지, 가서도 걱정해주신 많은 사랑을 보내준 분들께도 고맙습니다. 다들 여행하면서 경험한 이런 신기한 일들이 하나씩은 있을것 같아요. 여행자로서의 눈과 시민으로서의 시각은 다르겠지요. 후쿠오카와 타키군이 그리워서라도 내년에 다시 한번 방문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행지 정보
● Tenjin Station, 2 Chome-12 Tenjin, Chuo Ward, Fukuoka, Fukuoka Prefecture, Japan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첫번째 사진은 영화의 한장면 같네요~ 사진 너무 잘찍으십니다.
ㅎㅎ 돌이켜보면 제 머리속에선 한편의 영화입니다. 과찬이세요.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후쿠오카 저도 3월에 다녀왔는데요~ㅎㅎ
저 애플스토에는 저도 방문했던 곳이네요~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요~ㅎㅎ
sindong 님도 다녀오신 곳이군요. ㅎㅎ 한국분들도 자주 보이더라구요 ^^
와 타키군 이야기 너무 감동적이네요. 기대없이 갔던 여행지에서 만난 친절은 마음에 오래남죠. laylador님 맘에 후쿠오카가 들어왔군요.
최근 여행기를 보면 별관심이 없던 일본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D
SNS 는 하지 않지만...그래도 타키를 위해선 해보려구요 ㅎㅎ 댓가를 바라지 않는 베품에 큰 위기를 넘겼어요.
제가 가본 후쿠오카는 좋더라구요. 날씨 풀리면 짧게 휘릭 다녀오시는것도 좋을듯 합니다 ^^
친절한 친구를 만나셨군요
새로운 곳에서의 경험은 설레고 힘들기도하고 또 지나면 다 추억이고 즐거운것 같습니다.
올해의 마지막 날이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네.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스팀잇에 공유할수 있어서 더욱 좋은것 같아요 🙃gfriend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랄게요.
안녕하세요. @trips.teem입니다. 이런 여행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여행기를 읽는 묘미가 아닌가 쉽습니다. ㅋ 2018년 트립스팀과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년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laylador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트립스팀도 2019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뜻하시는 바 다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
와 멋진 여행을 하고 오셨네요 저도 일본 가보려고 생각하고있는데 저한테도 첫 여행이 될듯요
일본여행 계획중이시군요. 곧 여행기를 볼수 있는건가요? ㅎㅎ
역시 여행의 매력은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거지요^^
새해 멋진 인연, 기쁜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ㅎ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기쁘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세요. ^^
후쿠오카에는 참 맛난것들이 많더군요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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