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에 줄 긋기

in #tooza6 years ago (edited)

차트에 줄을 그으며 전문가 행세를 하며 돌아다니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다. 재무제표든 차트든 투자에 필요한 거의 모든 지표는 후행성 지표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지나고 나서 알게된, 결과론적 자료들'이라는 소리이다. 그런 자료를 갖고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오로지 '나의 바람'을 자료에 대입하는데, 이건 모두 투자자들의 편향에 불과하다. 대표적인게 차트에 줄긋기다.

차트에 줄을 긋는 것은 긋는 사람 마음이다. 이렇게 그으면 지지선 이탈이 되고, 저렇게 그으면 지지선 지지가 된다. 저렇게 그으면 상승 추세가 가파르고, 이렇게 그으면 상승 추세가 느리다. 차트에 줄을 긋는 것은 전혀 할 필요가 없는 주술적 행위에 불과하다.

나 역시 차트에 줄을 그어가며 잘난체를 할 때가 있었다. 때는 무려 14년 전. 주식에 갓 입문하였을때다.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투자자들의 자금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련 법률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기업의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은 어떻게 하는 것이고 그것들이 시가총액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등등. 그런 걸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투자를 할 때 재무제표를 봐야 한 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 회사가 무엇을 파는 회사인지도 관심조차 없었다. '그 회사 뭐 파는 회사임?', '재무제표 그게 뭐임?' 딱 이 수준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줏어들은 건 있어서 차트를 펼쳐 놓고 나름대로 꼭짓점을 이어가며 주변 사람들에게 '이건 상승추세야', '이건 지지를 이탈했어 매도해.' 이런 소리들을 하면서 돌아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얼굴이 화끈거리고 쓸데 없는 짓을 하고 다녔다.

어느덧 투자판에 발을 들인 것도 14년이 넘어간다. 운이 좋아서 계속 시장에 발가락을 걸치고 살 수 있게 되었고, 돈도 좀 벌어봤지만 나 역시 여전히 중수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소위 슈퍼개미들과도 호형호제를 하면서 지내보았고, 최근에는 K모 대학의 현인 500억 대 개인투자자인 교수님과도 교류를 하고 있지만, 그분은 여전히 나를 향해 '종식씨는 아직 중수다'라고 말씀하신다. 모멘텀 + 안전마진.. 그 이상의 것을 보라고 하신다. 나도 '그 이상의 것'이 이론적으로는 무엇인지 안다. 그러나 실제 투자에 접목하는게 쉽지 않다. 그것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투자자는 수익으로 승부를 보고 아는 것을 증명하는 사람이니까.

주식으로 억대 자산을 벌어 본 나도 아직 중수에 불과하고, 중수가 초짜 시절에 차트에 줄을 긋고 놀았고, 차트를 본 대로 기업은 움직여주지 않았다. 기업의 본질은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고, 만들어 내는 제품과 서비스고, 재무제표에 찍어내는 숫자다. 단기적으로 주가는 지 멋대로 움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재무제표대로 간다. 투자란 사람들의 편견으로 왜곡된 부분을 찾아내거나, 재무제표의 미래와 사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싸움이지 차트에 줄긋는 어린애들 미술놀이가 아니다.

암호화폐 분석을 한답시고 열심히 차트에 줄을 그어가며 지지니 돌파니 추세니 뭐니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안타까운 감정이 드는 한편 멋 모르던 나의 초짜시절이 떠올라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차트는 투자 대상의 펀더멘털과 영업상황에 대한 이해를 완벽하게 한 뒤에, 현재 주가의 흐름이 대강 어느 정도 수준인지 참고하는 수준으로만 보아야 도움이 된다. 차트에 매몰되면 인생도 매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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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각자 다 다르죠. 틀리다 맞다 할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차트에 줄긋기 같고 20년 넘게 먹고 살아온 전업 선물 트레이더 입니다. 차트가 미래를 예측하지는못하지만 대응할수 있게 도움은 준다고 생각합니다. 예측이 될때도 있고 틀릴때도 있고 그런거죠.
차트에 매몰되면 인생이 매몰된다는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매몰된 사람도 있겠죠. 아닌 사람도 있고요.
저는 죄송하고 재수없는 소리지만 같은 조건으로 어떤 트레이더랑 compete 를 해도 수익율 이길수 있는 자신이 있습니다.

제 주변에 100억 이상 번 큰 손분들 중에 차트를 보는 분들이 한분도 안 계셔서요(모두 주식 투자자들이고, 약 열분 정도 계시는데.. 전부요. ) ^^; 물론 저도 차트는 일절 안 볼때가 대부분이지만 수익은 잘 나고 있습니다.

선물 시장은 또 다른가봅니다. 저는 주식만 투자하는 전업투자자고, 기업 탐방과 기업 분석 + 해외여행에 대부분의 시간을 씁니다. 차트보고 씨름은 안해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경제적, 시간적 자유를 위해서 투자를 하는건데, 호가창과 차트보고 씨름하면 그건 자유를 얻는게 아니라 매매 자체가 일이 되고, 매매와 돈의 노예가 된다고 생각해서 지양하고 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차트만 보고 씨름하는 것 보다, 기업 탐방도 다니고 세상 구석구석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인간군상 여럿을 접해보면 투자를 하면서 돈 이외에도 얻게되는 무형의 이익이 무한대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재차 말씀드리지만 선물 시장의 특성은 제가 전혀 몰라서 차트를 보는 분들이 잘 되실수도 있는데, 선물 시장은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니.. ㅠㅠ

마지막에 해주신 "같은 조건으로 어떤 트레이더랑 compete 를 해도 수익율 이길수 있는 자신이 있습니다." 이 말씀은 저는 감히 못하겠습니다. 금융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데다, 남들과 레이스를 하는 곳이 아니라 나의 자산을 불리고 자유를 획득하는 공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패기 있는 모습 멋있습니다. 늘 건승하시고 큰 수익 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렇죠. 차트 전혀 안보고 수익 내시는 분들도 제 주변에도 많습니다.
차트보고 수익 내시는 hedge fund manager 들도 많고요. 저 자신도 100억 이상 선물 시장에서 굴려 봤습니다. 물론 저는 차트만 보고요. 아이들 그림 장난이라고 볼수도 있고 차트를 전혀 몰라서 그렇게 보일수도 있고요. 뭐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수익내면 되는거죠. 자신과 다른 방법을 쓴다고 틀린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실례가 됐으면 죄송합니다.

아. 미국에 살고 계시는군요. 미국에서는 차트도 어느 정도 효용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주식 시장에도 추세추종매매(미국 추세추종가들이 한국 가치투자자들보다 펀더멘털 분석이 더 꼼꼼한 건 함정 ㅎㅎ)만으로 조 단위의 재산을 만든 분들이 계시니 그 부분은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한국 시장은 시장 왜곡이 심해서 차트를 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큰손 전업투자자들은 다들 자기 자산을 수백억대 굴리니 어떤 부분에서는 부담감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시장의 규모가 크고 왜곡이 적은 미국 시장이라면 차트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멋진 토론 감사합니다. 저도 말이 거칠었다면 사과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투자법에 대해 포스팅을 하시면 열심히 보고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필씅! http://investor-js.blogspot.com/search/label/Investment 예전엔 투자글 열심히 썼었는데, 요즘엔 귀찮아서 자주 못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와...
저 진심 소름 돋았어요;;;
이렇게 정리를 해야지 성공이라는 끈을 잡을 수 있겠다 싶네요
즐겨찾기 해놓고 수시로 봐야겠습니다.
고마워요~ 필승!!

아닙니다. 더 열심히 하는 분들이 엄청 많습니다~ 저는 그분들 축에도 못 낍니다. 감사합니다. 필씅!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시장엔 항상 겸손해야되죠.,

네, 겸손해지고 시장이 무섭다는 걸 알수록 점점 더 보수적인 투자자가 되는 것 같습니다. 과감하게 성장주나 테마주에 투자해서 단기간에 큰 수익 올리는 분들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저는 잃지 않고 꾸준히 쌓아가는 걸 지향합니다... 겸손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시장이 정말 무섭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그냥 할수있는건 다하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차트보는것도 괜찬은거 같아요.
전 치트도 잘 못보지만요 ㅎㅎ

네, 동감합니다. 참고할 수 있는건 두루하는게 좋은 듯 합니다. 다만 투자의 생리를 전혀 모르는 분들이 차트부터 배워서 줄 긋는걸 보고 있으니 고구마 먹은 듯 답답하더라구요. 사실 제가 왈가왈부 할 부분은 아니지만^^;;;;;;

차트를 기준 삼기엔 넘 종잡을 수 없지요.. 매몰만은 피하고 싶네요.ㅎ;;

단기적으로 주가는 랜덤워크 이론을 따릅니다. 차트가 유의미한지 개인적으로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결국 BPS와 EPS를 따라갑니다. 장기적인 재무제표를 예측해서 작성해 내는 것이 주식 투자 성공의 열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너무 기본적인 이야기지만 ㅠㅠ)

차트와 가치는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떤 게 틀렸다고는 할 수 없고 종식쏭 님은 진화하신 것 같네요. 축하드려요. 더 나은 인사이트를 얻으셨으면 그걸 좀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좋은 의견 많이 나누면 좋겠습니다.. ^^

예. 사실 실제 해본 적은 별로 없어서 많이 배우고 싶네요. ㅎㅎㅎ

한걸음씩 가시다보면 어느새 잘 하실거에요~^^

김봉수님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분의 인터뷰를 보고 주식을 찾아보기 시작하다가 코인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직 생 초보이니까. 종식님께도 봉수님께도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엇. 김봉수 교수님 덕분에 코인 투자를 시작한게 트루인가요? 어찌 주식 투자를 안하시고 코인 부터 하셨는지 신기하네요~ 뭐가 어쨌든 투자의 길로 오셨으니 오래도록 많은 수익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번도 주식으로 잘 되었던 사람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를 보니 말이 되더군요. 안 하는 것이 바보는 아니더라도 공부하고 노력해야 하는 분야로 보였습니다. 경제는 모르고 있으면 나를 삼키러 오기 때문에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방침이라서요.

집요하게 제대로 공부하는 분들은 거진다 수익이 납니다. 500만 투자자 중 제대로 집요하게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하는 분들이 10만명이 안된다고 들었습니다. 묘하게도 주식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투자자는 5% 내외라고 하니 숫자가 얼추 들어맞습니다. 화이팅입니다!

전문가 행세하시는 분도
하시는 분이지만 줏대 없이 팔랑귀를 부착하며
추종하는 이들도 못지 않게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얼굴이 화끈거리고 쓸데 없는 짓을 하고 다녔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
라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지요(눈을 외면하며)

겸손하시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님께서 인정하신 분들을 마주하시어 생각하신거
이시기에...

차트에 매몰되면 인생도 매몰된다.

갠적으로 촌절살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보고 가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지금 가격이 얼만지 볼라고 차트 봐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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