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오늘 잠깐 시간을 내어 지금까지 제가 투자했던 것들과 미래를 생각해봤습니다.

in #telegramdoraemon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시골사람입니다.

저는 투자전문가가 절대 아닙니다. 제가 얻은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제 느낌을 말하는 사람일 뿐이죠. 물론 어떨 때는 억측에 가까운 비판도 합니다만, 전반적으로 투자에 도움이 되는 소식만 읽고 생각하는 ... 그런 약간의 취미가 있습니다.

오늘, 몇달동안 안하던 짓을 해봤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저금하고, 투자하고, 모으고 했던 것들을 쭉 놓고 생각을 해봤어요.

그리고... 솔직히 뭔가 비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곳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미국입니다.

미국은 철저히, 그리고 너무나도 잔인하게도, 모든 것이 돈으로 판단이 됩니다. 물론, 이런 것에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1천불, 그러니까 100만원정도도 저축을 하지 못하는 미국인이 전체 인구의 6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금융에 관한 지식을 갖고 있을 시간도 없고, 그럴만한 금전적인 여유도 없고, 노후에 대한 대비도 하지 못하고 삽니다.

저는 노후에 대한 대비에 좀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저에게 하나밖에 없는 딸이 어떻게 경제적으로 독립을 할 수 있을까 (비록 7살밖에 안되었지만)를 고민합니다.

잘났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절실해서 그런 것이죠.

그래서 지금까지의 제가 투자했던 것들을 살펴본 결과,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너무나도 비참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미국은 희안하게도 투자를 '강요'하는 분위기입니다. 아니,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가 알았던 친구같은 은행은 알고 보니 친구가 아니고 다른 여타의 투자회사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죠. 사실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저축을 계속 외치는 분위기였고, 저축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뭔가 짭짤한 보너스 같은 것을 받게 되어서 기분이 좋아지고...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그냥 대놓고, 은행은 돈을 '보관'해 주고 보관료를 받는 곳이며, 내가 빌리려는 돈만큼의 담보를 제시하지 않으면 돈을 빌리기 어렵고, 대출이자가 저축이자의 거의 1000%가 되는 그런 곳입니다. 과장하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돈을 은행에 두는 것 자체가 별로 의미가 없어요. 1년 꼬박 저축통장 (savings account)에 둬봤자 이자가 0.01에서 1%사이가 나오니까, 1년동안 받은 이자로는 하루 시장도 못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투자시장을 찾을 수 밖에 없죠. 뱅가드, 피델리티, 찰리스 슈압, 등등...그런 곳으로 돈을 옮겨서 어디엔가 투자를 해야하는데, 그것도 주식, 채권...이런 것이 전부입니다. 매달 돈을 벌어서 남는 돈을 쪼개고 쪼개서 모아서 넣어둘 수 있는 곳은 그런 곳 밖에 없죠.

그게 아니라면, 저는 금이나 은 같은 것을 구입을 하는데, 이것도 시장이 요즘같은 경우라면 정말 뭐하나...싶기도 하고...그러나, 미래를 위해 조금씩 사모으는 편입니다.

또한 그게 아니라면 부동산을 투자해야하는데, 겨우 입에 풀칠하고 사는데 부동산에 투자해서 집을 사고 그것을 고쳐서 되팔고...이러는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요즘같이 부동산값이 많이 올랐을 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제가 돈을 조금씩 쪼가리 쪼가리로 모으는 것들 중, 한가지가 찰리스 슈압이라는 곳에서 나오는 스몰캡 ETF인데, 우연히 그 성장표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니, 이전에도 보았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죠.

최근 일년에 성장속도....1.7%
10년간 성장.....207%....

10년간의 성장을 보면, 엄청난 것 같습니다. 처음엔 저도 그래서 이것으로 얼라에게 줄 펀드를 마련해보자...라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자세히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오늘 제가 예를 들어서 1만불, 그러니까 1천만원을 넣어두면, 10년뒤에 2천만원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확실한 것이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20년 뒤에는 4천만원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고, 그리고 30년 뒤에는 8천만원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30년 뒤에, 그러니까 제 딸이 37살이 되었을 때, 8천만원을 주면서...

"그래 네 아빠가 30년동안 너를 위해 마련한 돈이다...생활에 기반이 되도록해라...."

라고 한다면... 제 딸이 "어머 이렇게 큰돈을..."하면서 기뻐할까요?

30년 전에, 고3때 담임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있어요. 자기가 한달에 80만원 번다고...여기에 보너스 조금 붙여서 받는다...라고...이것을 대충 계산해 보면, 이분은 적어도 일년에 1100만원정도를 버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1100만원 갖고 생활이 가능하십니까?

미국에서 회계를 전공하고 회계법인에 취직한 조카가 하는 말이 1년에 연봉이 5만불, 그러니까 우리나라돈으로 6천만원정도인데, 30년 뒤에 8만불, 약 9천만원을 받은 제 딸은..."어머 이렇게 큰돈을 마련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라고 하겠냐는 것이죠.

택도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금융으로 소득을 거두면서 생활에 안정을 줘가면서, 노후도 생각해가면서, 자식들까지 생각하려면, 적어도 앞서 말한 찰리스 슈압에서 나온 스몰캡 ETF를 사기 위해서는, 딸에게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1억정도에서 시작해야한다는 말이 됩니다.

그래야 10년뒤에 2억, 20년 뒤에 4억, 그리고 30년 뒤에 8억 정도의 돈을 주면서...

"이 돈 힘들게 모은 것이다...이것으로 네 앞가림을 잘 하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만큼의 돈이 가치가 있다면 말이죠.

게다가, 우리 부부가 노년을 어느 정도 편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그 펀드가 약 20억 이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라고 며칠 전에 만난 은행의 자산전문가가 이야기 하더군요. 그것도 "아주 편하게..."가 아니고 "어느 정도...편하게" 말입니다.

20억의 돈....? 없습니다.

그리고 당장 딸애를 위해서 1억을 끌어모은다 하더라도, 생활에 지장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돈이 은행도 아닌, 주식에 들어갔을 때 이렇다는 말이고, 이런 주식에 투자한 돈은 언제든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금융소득으로 노후에 어느 정도 편하게 살기 위해서는 20억이라고 말을 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내가 살 집과, 세금과 공과금과 기타 등등을 생각해 보면, 적어도 현재 제가 준비해야하는 돈은 25억에서 30억이 있어야 한다는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결과가 나오더군요.

반면...

작년 겨울에 사람들이 뭣도 모르고 흥분했던 비트코인 선물거래, 그리고 비트코인 ETF, ETN... 이런 것의 실체는, 실제 부자들의 펀드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얻을 수있는 소득은 얻고, 잃어버린 소득은 Make-up하기위해 만들어진 부가상품입니다.

즉, 돈에 있어서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사람들이 쓰고 남는 돈을 다시 굴려서 더 많은 소득을 거두기 위해서 투자전문가에게 돈을 맞기고, 돈을 받은 전문가들은 그 돈에 대해서 어떻게든 책임을 지고 운영을 해야하기에 더많은 투자분야, 투자상품, Hedge Fund를 운영해야지 그 부자들에게 이쁨을 받게 됩니다. 그런 이쁨을 받기 위해 하나의 상품위에 또 다른 상품이 포장되고, 또 포장되고, 또 포장되는 것들이 바로 비트코인 선물거래상품, ETF, ETN같은 것들입니다.

우리는 저 거래에 접근할 수가 없어요. 턱이 너무 높거나, 너무 리스크가 크거나, 아니면, 소득을 거두기에는 너무나 소득률이 낮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어떤 투자상품은 "공인된 투자자"에게만 기회가 열려있습니다. 개인의 경우 연간 소득이 우리나라 돈으로 2억으로 2년이상이 지속되었거나, 부부의 경우 3억이상 동일한 조건으로 있어야 하거나, 또는 재산이 10억 이상의 돈이 집을 제외하고 2년이상 갖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만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부동산 REITs의 경우에도 공인된 투자자들만 들어가서 큰 소득을 거둘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고, IPO의 경우도 그러하고, 돈을 빌려주는 사업도 그러하고...

정말로 미국에는 돈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더더욱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하고 있고,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들어갈 수 있는 문턱을 너무 높게 만들어 놓은 것이 많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그렇다면, 시골에 가서 살면 더 싸지 않겠냐....

시골이 더 비싸요. 집값이 도시와 비교해서 싸죠. 하지만 생활비, 공과금등이 훨씬 더 비쌉니다. 심지어 식료품값이나 식당의 음식값도 더 비싸고, 아이를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 교육비도 더 비쌉니다. 그런데, 품질은 더 나쁘고, 운영은 자기네들 마음대로 합니다.

...

갑자기 눈앞에 깜깜해지더군요....

그나마 조금이라도 벌어보자...라는 생각에 시작했던 암호화폐의 성장률이 왜 그렇게 커보이던지....

그런데...

지금 제가 이렇게 살고 있는데...

제 딸이 사회에 나갔을 때는 어떨까요... 저희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교육방식으로 살아왔던 저입니다만, 그분들은 저에게 금융에 대한 지식을 전혀 전달해주지 않으셨고, 그냥 열심히 하면 살 수 있다, 열심히 일하면 돈이 따라온다...라고만 말씀하셨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제가 제 딸에게 "열심히 해라...그러면 돈이 따라온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참...우울...하더군요.

그냥...한번 잡설한번 해봤습니다.

Sort:  

그것때매 앞날을 알지못하는 이 암호화폐 시장에 투자 하나 봅니다. 그 근거는 이 기술이 세상을 바꿀것이다라는 전제이기도 하구요. 기득권이 판치는 기존 사회에서 아무것도 없는 개미들의 반란이기도 할겁니다. 모든걸 가진 사람들의 억압속에 개미들이 숨쉴구멍 하나는 열여줘야 할거 아닙니까. 아니면 그 개미들이 스스로 만들어서 땅에서 튀어나올 겁니다. 콘크리트로 덮혀진 기득권들의 땅바닥에서.

사실 저도 그런 생각이 있었어요. 암호화폐시장을 통해서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내 숨통이 트일 수만 있다면...이란 생각이요. 잘만 된다면, 얼라를 위한 것 뿐만 아니라, 나와 아내를 위한 것도 ^^;;; 작은 소망이죠...

그렇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것에 투자하셨는지 궁금하네요.
글 제목으로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아무튼 투자하신 것이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어차피 저와 같은 배를 탄 것 같으니까요. 인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구체적으로요? ㅎㅎㅎ 저는 제 글을 통해서 많은 부분, 제가 투자한 것을 이미 까발렸습니다.

Betterment, Acorn, 그리고 Charlies Schwab 세곳의 intelligent investment platform 세가지를 이용하고, Hedge목적으로 투기성 주식이 좀 있고, 금/은을 역시 Hedge 목적으로 조금씩 매입하고... ETF로는 Charlies Schwab Small-cap blend ETF만 하고 있어요. 제가 개별주식을 사는 것을 좀 꺼리는 편이라 거의 robo advisor를 이용하죠.

그리고....역시 암호화폐죠 :D 암호화폐는 저축하듯 한달에 조금씩 꾸준히...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말이죠. 전반적으로 저는 저축하듯 투자하는 편이에요.

잘 되야죠...잘 되야 우리딸이 저보다는 편하게 살수 있을테니까요...부대효과로 저도 역시 ㅎㅎㅎ

본문의 미국 은행 금리 상황과 투자를 강요하는 분위기
그리고, 이 답글의 투자 상황.

주식, 채권, 펀드, 금은, 코인 등등
미국인들의 삶과 투자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글이군요.

근데, 일반적인 미국인들도, 자식들에게 얼마 떼주면서.. 이런 걱정을 하나요?
그냥 고딩 졸업하면서 독립시키는 것이 일반적인가요?

부모님의 고민이 느껴지네요 ㅠ

학부모가 되고보니 ㅠㅠ;;;

꼭 30년 뒤에 금전적인 지원을 하지 않으시더라도
따님께서 시골사람님에게 자연스럽게 배우다보면
그 나이 또래에 비에 경제적인 관념이나 생활하는 부분에서 차이가 날 듯 합니다^^

ㅎㅎ 글쎄요...요즘 하는 짓을 보면, 숫자와는 거리가 좀 있고, 몸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좀 고민입니다. 그래도 어쨋거나 사람들에게 부족하다는 경제교육을 좀 시켜야할 필요성을 많이 느낍니다. 성인이 되어서 몸으로 배워가는 경제공부가 쉽지는 않더라구요.

어릴때는 몸으로 놀아주는게 최고죠~^^
발달시기에 맞춰서 놀아주고 경제관념은 독립하기 전까지 만들어주면 되는거 아니겠습니까~ㅎㅎ

부모의 마음이네요..
잘될것 같습니다 미래는!

부모죠...부모이다보니... 친구들 중에서는 결혼하고 미래가 너무 암울하다며 자식을 두지 않는 이들도 있습니다. 참 그렇죠...그래도 자식이 있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미국을 예로 드셨지만 많은 부분 한국과 겹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아이들한테 얼마만의 가치를 어떻게 물려줄지 저도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나라에 제가 살았어도 마찬가지 생각을 했을꺼에요. 이래도 쉽지 않고 저래도 쉽지 않으니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하나...말대로 열심히 일만 하면 되나...싶고...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부모가 자식들에게 금융적 자립을 주기위해 공부하고 권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은 그러지 못하거든요.

아직 일곱살밖에 안되었지만, 차근차근 시켜야죠. 예전에 주위의 친구들을 보면, 부모님이 사업가였던 친구들은 대학때도 뭔가 다르게 생각하더라는 것을 느꼈는데, 그게 사실 당시 뭔지 몰랐었는데, 이제야 그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니...허기사 제가 결혼도 늦고 애도 늦다보니 이제야 느끼나봅니다.

공감합니다. 자본주의의 민낯이죠..

잔인한 민낯이죠. 모든 사람을 사업가로 만들어야 하고, 모든 사람들을 돈이라는 외줄타기를 하게 만드는....

그러게요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융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구요..

지금 모아 두신 암호화폐들이 나중에 따님께는 장농 속 고물 카메라가 될 수도 있고 장농 속 금궤가 될 수도 있겠죠. 그건 따님의 복 ㅎㅎ

Coin Marketplace

STEEM 0.22
TRX 0.12
JST 0.029
BTC 66524.25
ETH 3616.53
USDT 1.00
SBD 2.81